고로: 1500도와 1.5도
포항이나 광양에서 자란 아이들은 굴뚝 연기를 보며 자랐습니다. 그 연기가 나오는 곳이 고로, 아파트 10층 높이의 거대한 용광로입니다. 안쪽 온도는 1500도가 넘고, 한번 불을 붙이면 15년이고 20년이고 끄지 못해요. 그래서 낡은 고로를 수리해 다시 쓰는 '개수' 결정 하나가, 앞으로 십수 년의 탄소 배출을 통째로 잠가버립니다. 2025년 2월, 바로 그 불을 멈춰달라며 열두 살부터 열여덟 살까지 청소년 열 명이 대한민국 배출량 1위 기업 포스코를 법정에 세웠습니다.
〈고로:1500도와 1.5도〉는 이 한 건의 소송에서 출발해 점점 시야를 넓혀갑니다. 세계 곳곳의 법정에서 기업의 책임을 묻기 시작한 흐름, 공장 담장을 넘어 공급망 전체로 커진 탄소 책임, 그리고 "탄소 적은 철을 달라"고 요구하며 재편되는 글로벌 철강 시장까지.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알게 됩니다. 고로를 둘러싼 이 다툼이 환경과 산업의 대결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산업을 다음 세대에 물려줄 것인가에 관한 질문이라는 걸요. 이 오래되고 뜨거운 불을 언제, 어떻게 식힐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