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매스 3

인도네시아 숲이 우리의 전기가 될 때

발행일
2026-08-23

편집자
정유진

2편에서 우리는 이런 얘기를 했죠.

"우리 숲이 하루 축구장 19개씩 사라지고 있다."

그런데 이걸로도 부족합니다. 한국이 매년 태우는 700만 톤의 나무 중, 절반은 국내에서 오지 못해요. 국내에서 벨 수 있는 나무의 한계를 이미 넘어섰거든요.

그럼 나머지 절반은 어디서 올까요?

바다 건너입니다.

한국은 지금, 세계 3위의 목재펠릿 수입국이에요. 영국과 일본 다음으로, 우리 발전소 굴뚝에서 태울 나무를 세계 각지에서 사들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나무가 오는 나라들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숲이 사라지고 있어요.

수입 원산지, 나무들은 어디서 오나

한국이 목재펠릿을 수입하는 나라는 크게 네 곳입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캐나다, 러시아.

이 중 가장 많이 오는 곳은 베트남이에요. 그런데 이 나라들 하나하나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우리와 얽혀 있습니다.

  • 베트남 : 산림 인증서 위조 문제로 여러 차례 국제 감사를 받은 이력이 있어요. '지속가능하게 관리된 숲'이라는 인증이 붙어도, 그 문서가 진짜인지 신뢰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 러시아 :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제재로 '분쟁 목재'로 분류됐어요. 유럽·미국은 러시아산 목재 수입을 막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사들이고 있습니다.

  • 캐나다 : 겉으로는 '지속가능한 숲의 나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원시림까지 베어 펠릿으로 만들고 있어요. 한번 사라진 원시림은 인간의 시간으로는 복원되지 않습니다.

  • 인도네시아 : 그리고 이곳에서, 가장 극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기후솔루션이 이 현장을 직접 다녀왔습니다. 인도네시아 현지 단체 아우리가 누산타라·자페스다, 일본 단체 지구인간환경포럼과 함께요.

15시간을 날아가야 닿는 곳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 북부, 고론탈로(Gorontalo)라는 지역이 있어요.

한국에서 여기까지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카르타까지 비행기로 7시간, 다시 고론탈로 시내까지 4시간, 그리고 산림파괴 현장까지 차로 최대 5시간. 총 15시간이 넘게 걸립니다.

한국에서 이렇게 멀리 떨어진 이 외딴 지역에, 한국인이 자주 온다는 사실을 아세요? 현지에서 활동하는 한 활동가는 이렇게 말했어요.

"여기서 보는 한국인들 다 목재펠릿 때문에 오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 먼 열대우림까지, 한국 발전소에서 태울 나무를 사러 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왜 하필 고론탈로였나

현장에 서 보니 고론탈로가 왜 이 산업의 중심지가 됐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이곳에는 아직 상당한 규모의 자연림이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가까운 곳에 항구가 있어요. 자연림과 수출 통로, 이 두 조건이 만나면서 최근 몇 년 사이 목재펠릿 생산과 수출이 빠르게 늘었습니다.

지역 정부는 이걸 투자와 일자리, 경제성장의 기회라고 설명합니다. 시민사회단체와 주민들은 자연림이 빠르게 훼손되고 있다고 말하고요. 위성사진 분석도 같은 흐름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이 숲, 그냥 나무만 있는 숲이 아닙니다. 고론탈로는 아노아, 바비루사, 안경원숭이 같은 야생동물이 살아가는 생물다양성의 보고예요. 세계에서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종들이 있는 곳이죠.

같은 숲을 두고 서로 다른 이름이 붙습니다.

산업의 시선에서 이곳은 '원료지'입니다. 주민들에게는 '삶의 터전'이고요.

원래 이 숲엔 주인이 없었다

이 이야기가 더 아프게 다가오는 이유가 있어요.

원래 고론탈로 숲에는 주인이 없었습니다. 지역 주민들은 주인 없는 숲에서 브라운 슈가를 채취해 팔거나, 농사를 지으며 살았어요. 숲과 사람이 함께 오랫동안 살아온 방식이었죠.

그런데 어느 날부터, 주민들이 늘 다니던 숲에 들어가려고 하면 경찰이 막아서기 시작했습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한국과 일본 기업들에게 숲을 팔기 시작한 겁니다. 주민들 모르는 사이에요.

숲의 주인이 바뀌었다는 통보도 없었고, 협의도 없었어요. 그저 어느 날부터 자기 땅에서 밀려나기 시작한 것뿐입니다. 2020년 이후, 이곳에서 축구장 8천여 개 면적의 숲이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목재펠릿의 60%가 한국으로 옵니다.

조심해달라던 그 목소리

기후솔루션 활동가들이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분노에 찬 증언을 쏟아냈어요. 인터뷰는 현지 단체가 영어로 통역해 주었습니다. 귀에 먼저 들어온 것은 내용이 아니라 목소리의 떨림이었어요. 서울로 돌아와 녹취를 다시 들었을 때, 충격은 더 커졌습니다. 주민들은 정확히 '한국'을 이야기하고 있었거든요.

한 주민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일본과 한국 정부가 진실을 알기를 바랍니다. 자국의 에너지원이 파괴된 자연에서 나온다는 것을 말입니다."

이 말을 하면서도, 주민들은 얼굴을 가려달라고 여러 차례 부탁했어요. 음성도 꼭 변조해달라고요.

이유가 있었습니다. 활동가들이 이 지역을 취재하는 동안, 경찰이 뒤를 따라붙었거든요. 저녁 식사 자리에서는 옆 테이블에 앉아 대화를 엿듣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하루 정도 미행하다 사라졌지만, 현지 단체 활동가들은 담담했어요. 이런 일이 그들에게는 일상이었기 때문입니다.

한 현지 활동가는 웃으며 말했습니다.

"가짜 신분증만 몇 개예요."

어떤 곳에는 목사로, 어떤 곳에는 선교사로 들어가야 했다고 합니다. 농담처럼 들렸지만, 웃을 수 없었어요. 본인이 집을 비운 사이, 아내와 딸만 있는 집에 경찰이 불시 검문을 오는 일도 잦다고 했습니다.

숲만 사라진 게 아니었다

활동가들은 고론탈로의 문제를 산림파괴만으로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주민들이 살아온 공간의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는 이야기였어요.

주민들은 오랫동안 숲에서 농사를 짓고 먹을 것을 얻으며 살아왔습니다. 기업이 들어오고 개발권이 설정되면서 그 일상이 바뀌었어요. 늘 드나들던 땅에 들어가기 어려워졌고, 반대 의견을 내는 일조차 부담이 됐습니다.

숲이 사라지는 과정은 나무가 사라지는 일만이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의 권리와 공동체의 질서가 함께 흔들리는 일이었어요.

민주주의가 사라진 곳에서는, 숲도 사람도 함께 사라집니다.

그런데 우리 장부에는 없는 배출

한 가지 이상한 일이 여기서 벌어져요.

한국 발전소가 인도네시아 나무를 태워 이산화탄소를 뿜었다고 해볼게요. 이 배출량은 어느 나라의 장부에 올라갈까요?

놀랍게도, 인도네시아입니다.

국제 탄소회계 규칙 때문이에요. 나무를 태울 때 나오는 배출량은 발전 부문(태우는 나라)이 아니라 토지 이용 부문(나무를 벤 나라)에 계산되게 되어 있거든요. 1편에서 얘기했던 '나무는 다시 자란다'는 논리의 연장선상입니다.

결과가 어떻게 될까요?

  • 한국은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만든 나라가 됩니다. (배출 장부에 안 잡히니까)

  • 인도네시아는 자기네 숲을 없앤 나라가 됩니다. (그 배출량이 인도네시아 계정으로 잡히니까)

태운 건 우리인데, 청구서는 인도네시아가 받는 구조입니다.

그리고 인도네시아는 그 배출량을 자기 국가 감축 목표에 반영해야 해요. 우리가 사간 나무 때문에 인도네시아가 자기 감축 목표를 지키기 더 어려워지는 겁니다.

서로 다른 이야기, 하나의 숲

같은 숲을 두고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한국은 재생에너지 통계를 이야기합니다. 기업은 수출 확대를 이야기합니다. 지역 정부는 경제성장을 이야기합니다. 주민들은 잃어버린 숲을 이야기합니다.

"나무를 태워도 다시 심으면 탄소를 흡수한다"는 한국의 재생에너지 논리는, 고론탈로에서 마주한 현실 위에는 담기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매일 켜는 전등, 돌리는 에어컨, 충전하는 핸드폰. 그 전기 안에 아주 작은 확률로 인도네시아 열대우림에서 온 목재가 섞여 있을 수 있어요.

한국은 그걸 '재생에너지'라고 부릅니다. 고론탈로 주민들은 그걸 '살던 땅'이라고 부르고요.

15시간을 날아가야 닿는 그 거리는, 사실 우리 집 스위치 하나로 이어져 있었습니다.

💡

고론탈로 방문기가 더 궁금하다면 아래 블로그를 읽어보세요
한국에 전기가 켜질 때마다 인도네시아 숲은 사라진다

기후솔루션

대표

김주진

사업자등록번호

561-82-00137

주소

서울시 성동구 뚝섬로 1나길 5 헤이그라운드 5층 505호 (04779)


TEL

02-6013-0137 (대표 번호)

02-6239-0138 (채용 문의)

02-6239-0139 (언론 문의)

02-6459-0140 (후원 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