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사라지는 축구장 19개
- 발행일
- 2026-08-23
- 편집자
- 박윤경
탄소를 이렇게나 많이 뿜어내는 세상에서, 이산화탄소를 먹으며 자라는 숲만큼 귀중한 흡수원도 없습니다. 숲은 수많은 멸종위기종이 기대어 사는 서식처이기도 하고요. 기후적으로도, 생태적으로도 절대 함부로 훼손해선 안 되는 자산이죠.
그런데 지금, 그 소중한 숲이 너무 빠르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나무 땔감은 어떻게 ‘재생에너지’가 됐을까
2011년부터 2023년까지, 우리나라에서 매일 축구장 19개 규모에 달하는 산림이 사라졌습니다.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도 모자란 상황인데, 같은 기간 이상한 일이 하나 더 벌어졌습니다. 나무를 태워 만드는 ‘가짜 재생에너지’, 바이오매스 발전량이 245배나 늘어난 거예요.
현재 한국에서 태양광 다음으로 비중이 높은 2위 재생에너지는 바로 바이오매스입니다. 풍력보다 무려 4배나 높은 비중으로, 숲의 나무를 태워 전기를 만들고 있어요.
발전사들이 태울 나무가 필요하니까, 그만큼 우리 숲에서 나무가 베어져 온 겁니다. 산림청이 매년 발표하는 벌채 통계를 보면, 이 흐름은 계속 가팔라지고 있어요.
그런데 이걸 산림청과 발전사는 뭐라고 부를까요?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

‘어차피 버려질 나무’라는 함정
🤔
미이용 바이오매스는 말 그대로 벌채 과정에서 나오는 잔가지 부산물이잖아.
어차피 버려지는 건데, 태워서 재생에너지로 쓰는 건 괜찮지 않나?
'미이용'이라는 말, 뭔가 착한 느낌이죠. 안 쓰고 버려질 부산물을 활용한다는 뜻이니까요.
원래는 산에서 나무를 베고 나면 잔가지, 껍질, 뿌리 같은 자투리가 남습니다. 그동안 이런 건 쓸모가 없어서 산에 그대로 두거나 태워버렸어요. 이걸 활용해서 전기를 만들면 낭비도 줄고 좋다, 이게 '미이용 바이오매스'의 원래 취지였습니다.
들으면 그럴듯한 얘기죠.
그런데 실제로 조사해보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져요.
숫자로 보면 더욱 명확해집니다.
‘미이용 바이오매스’라고 신고한 물량의 87%가 숲을 통째로 밀어버린 결과였습니다. 자투리 부산물이 아니라, 처음부터 태울 용도로 벌목된 나무들이라는 거예요.
이걸 업계에서는 ‘모두 베기’라고 부릅니다. 특정 구역의 나무를 전부 다 베어버리는 방식이죠. 원래 이건 산림 관리를 위해 예외적으로 쓰던 방법이었는데, 바이오매스 수요가 늘면서 일상이 됐어요.
벌채의 주목적 자체가 바이오매스 생산인 경우는 50%를 넘었고, 아예 바이오매스 생산만을 위해 벌채 허가를 받은 경우도 40%나 됐습니다.

이 모든 걸 밀어붙이는 힘, 4조 원짜리 보조금
숲의 땔감화, 어떻게 이렇게 본격화된 걸까요?
답은 하나입니다. 돈이 됩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
1편에서 말씀드렸듯, 시작은 2012년 도입된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였습니다. 설비를 새로 지어야 하는 태양광이나 풍력과 달리, 바이오매스 발전은 기존 석탄화력발전소를 조금만 개조해도 가능하다 보니, 발전사 입장에선 가장 손쉬운 선택지였죠.
이때 중요한 장치가 하나 더 등장합니다. 바로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인데요.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를 잘 이행했다고 정부가 발전사에 주는 ‘크레딧’이라고 보면 됩니다. 발전사는 이걸 팔아서 추가 수익을 얻어요. 사실상 정부가 주는 간접보조금과 같습니다.
이 인증서의 가치가 발전원마다 달라요. REC 가중치라는 게 붙거든요.
같은 양의 전기를 만들어도 발전 단가가 비싸거나 더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에너지원엔 정부가 더 높은 인센티브를 얹어주는 거죠.
태양광 0.5~1.2
풍력 1.2
바이오매스와 석탄 혼소 1.5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 2.0
즉, 정부는 ‘진짜 재생에너지’보다도 숲을 태우는 ‘’가짜 재생에너지’에 더 후한 보조금을 줬던 겁니다.
2005년부터 2022년까지, 바이오매스 발전은 약 4천만 톤의 나무를 태우면서 3조 7천억 원가량의 REC를 챙겼습니다.
다시 계산해 보면, 이산화탄소 1톤을 배출하게 만드는 데 정부가 6만 2천원을 쓴 셈이에요. 참고로 배출권거래제를 통해 온실가스 1톤을 줄이는 데 드는 비용보다 7배나 비싼 값입니다.
세금을 부어 숲을 만들고
세금을 부어 숲을 태운다
지난 2022년 3월, 경북 울진에서 시작된 불이 강원 삼척까지 번졌습니다. 무려 10일, 213시간 넘게 이어진 역대 최장 산불이었습니다.
그 산불로 죽은 나무들, 어디로 갔을까요? 90%가 발전소로 납품됐습니다.
울진만의 일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나무는 산불 이후에도 살아남습니다. 숲은 인간의 개입 없이 자연스럽게 두었을 때 더 효과적으로 회복하죠. 그런데도 이러한 자연적인 재생 과정을 방해하고 생태계를 훼손하는 긴급벌채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숲이 타면 정부는 숲을 살리겠다고 돈을 쓰는데, 그 돈의 상당 부분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나무를 베어 다시 태우는 데 쓰이는 겁니다.
이 모든 걸 가능케 하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나무를 태워 만드는 바이오매스가 재생에너지라는 가짜 믿음.
이 믿음 하나가 모든 걸 정당화했습니다. 나무 태우는 발전소에 태양광·풍력보다 후한 보조금을 줘도 되는 이유가 됐고, 산불에도 살아남은 강인한 나무를 베어도 '재생'이라는 이름으로 넘어갈 수 있었고, 21세기 첨단 대한민국의 재생에너지 2위가 결국 '나무 땔감'이라는 사실도 아무렇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산림청은 2050년까지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를 300만 톤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탄소중립을 하겠다면서 나무 태우기를 늘리겠단 겁니다.
이대로 가면 어떻게 될까요? 국내에서 한 해 사용되는 목재의 절반이 발전소 연료로 태워지게 됩니다. 종이도, 가구도, 건축재도 아닌, 태워 없앨 목적으로요.
숲을 지키겠다는 산림청이, 숲을 태우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겁니다.
숲은 인간의 목재 창고가 아닙니다.
그리고 나무를 태우는 건 재생이 아닌 소멸입니다.
이 가짜 믿음을 걷어내지 않는 한, 숲을 지킨다면서 숲을 태우는 모순은 계속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