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도 석유화학 수출량 19% 감소… 산업 구조재편은 제자리걸음
저탄소 전환·범용제품 감축 실패하면 2조 원 정부 지원도 실효성 없어
오는 31일은 제18회 화학산업의 날이다. 국내 화학산업의 성과를 기념하는 날이지만, 구조적인 공급과잉에 빠진 석유화학 업계가 처한 상황은 마냥 축하하기 어렵다.
석유화학 산업의 위기는 일시적인 경기 침체를 넘어 구조적인 문제로 굳어지고 있다. 먼저 중국의 생산능력 확대와 자급률 상승으로 범용제품 중심의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실제 한국무역협회 수출입 품목 통계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 수출액은 1월과 3월을 제외한 모든 기간에서 전년 동월 대비 수출물량이 대폭 감소했으며, 9월에도 19.2% 감소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업계가 나프타분해시설(NCC) 생산능력을 270만~370만 톤 감축하기로 했지만 구조재편은 여전히 더디다.

에쓰오일(S-OIL) 의 샤힌프로젝트는 이에 우려를 더한다. 내년가동을 예정하고 있는 샤힌프로젝트는 연간 132만 톤의 폴리에틸렌(PE) 생산능력을 추가한다. 이는 포장재와 일회용 플라스틱 등에 폭넓게 사용되는 범용제품이다. 대산과 여수 석유화학단지에서는 2조원이 넘는 공적 지원까지 투입해 기존 설비를 감축하고 있는 와중에, 한편에서는 대규모 신규 생산설비가 가동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정책 모순은 산업 경쟁력뿐 아니라 기후위기에도 악영향을 초래한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지난 7일 ‘한국형 녹색대전환(K-GX) 전략’을 발표하고 전기 NCC 기술개발 등 석유화학 산업의 탈탄소 전환을 제시했다. 이는 석유화학 산업의 체질 전환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방향이다.
하지만 단순히 생산공정의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범용제품 생산 감축이 함께 이뤄져야만 구조적인 공급과잉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NCC를 전기화 하더라도 화석원료를 이용한 신재 플라스틱 생산이 계속 확대된다면 생산 이후 폐기·소각 과정의 환경 부담까지 해결하기 어렵다. 불필요한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고, 범용제품의 신재 사용을 재생원료로 대체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유럽연합이 포장 및 포장폐기물 규정(PPWR)을 통해 재생원료 사용 확대와 포장폐기물 감축을 추진하고, 기후부도 신재 감축과 순환경제 전환을 정책 방향으로 제시한 이유다.
정부 지원 역시 이러한 방향에 맞춰야 한다. 2조 원 규모의 지원이 기존의 범용제품 중심 생산구조를 유지하는 데 쓰여서는 안 된다. 정부는 샤힌프로젝트로 인한 모순적인 상황을 해결하고 저탄소 등 고부가 제품 전환 지원에 나서야 한다. 생산감축으로 인한 피해가 노동자와 지역사회에 전가되지 않도록 정의로운 전환 대책 수립도 놓쳐서는 안 된다.
화학산업의 날은 과거의 성장을 자축하기보다 산업의 미래를 준비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불필요한 범용제품 생산을 줄이고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 방향이 산업의 경쟁력과 기후 대응을 함께 살리는 길이다.
2026.10.29.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기후솔루션,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여수환경운동연합, 울산환경운동연합, 충남에너지전환네트워크, 충남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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