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전기화, 그린수소 방식 대비 전환 비용 2분의 1… 탄소중립 위한 가장 현실적 경로
범용 제품 감축 통한 산업 구조조정 불가피… 고부가가치 전환으로 지역 경제 연착륙 제언
해외와 기술격차 심화, ‘석유화학 특별법’ 및 기후대응기금 통한 조기 실증 지원 시급
석유화학특별법 제정으로 탄소중립과 공급과잉이라는 이중 위기를 타개하려는 초당적 공감대가 형성된 가운데, 범용 제품 생산량을 25% 감축하는 구조조정과 함께 나프타 분해 공정(NCC)을 전기화할 경우, 기존 수소화 방식 대비 전환 비용을 최대 약 128조 원 아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석유화학특별법 시행령에 NCC 전기화를 핵심 전략기술로 명시하고, 실증 사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기후솔루션이 발간한 <2050 탄소중립, 전환의 기로에 선 석유화학산업: NCC 전기화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 경로·비용 및 정책 과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 산업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70%는 에틸렌 등을 생산하는 나프타 분해 시설에 집중돼 있다. NCC는 메탄과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대표적인 탄소 집약 공정으로, 석유화학 탄소중립은 이 공정의 연료를 어떻게 전환하느냐에 달려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NCC 공정을 전기 가열로로 전환하고 재생에너지 전력을 공급하는 NCC 전기화를 탄소중립을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제시했다. 특히 또 다른 대안인 수소화 기술과의 경제성을 비교하기 위해 한계감축비용(MAC) 분석을 실시, 국내 산업 현실에서 어떤 기술이 더 비용 효율적인 탈탄소 경로인지 분석했다.
글로벌 석유화학 시장의 공급 과잉과 수익성 악화라는 이중고 속에서 탈탄소 전환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등 주요 글로벌 기관들은 탄소 국경세 도입 등 국제 규제 강화에 따라 저탄소 제품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편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한국도 이러한 글로벌 흐름에 발맞춰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강화하고, K-GX(한국형 녹색전환) 등을 통해 산업계의 탈탄소화를 본격 추진 중이다.
분석 결과, 현재의 생산 전망(샤힌 프로젝트 포함)을 유지한다는 전제하에 국내 생산 그린수소를 활용해 공정을 수소화 전환할 경우, 약 1488억 달러(약 219조 원, 수소비용 포함)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를 ‘직접 전기화’ 방식으로 추진할 경우 비용은 약 756억 달러(약 112조 원, 전력비용 포함)으로 절반 수준까지 줄어든다. 즉 기술 경로를 수소화 대신 전기화로 선택하는 것만으로 약 107조 원의 전환 비용을 아낄 수 있는 셈이다.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도 전기화 방식이 우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 동일한 재생에너지 전력을 투입했을 때 전기로 수소를 만들어 태우는 방식(그린수소 연소)보다 공정을 직접 전기화하는 방식의 효율이 약 2.3배가량 높은 것으로 추정됐다. 구체적으로 에틸렌 1톤 생산 시 필요한 에너지 소비량을 비교하면, NCC 전기화는 5.0 MWh가 소요되는 반면, 그린수소화는 약 11.3 MWh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보고서는 석유화학 산업의 성공적인 탈탄소 전환을 위해 대규모 설비 투자가 수반되는 만큼, 기업의 비용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출 전략적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보고서는 현재의 과잉 생산 구조를 조정해 생산량을 약 25% 감축하는 시나리오를 적용할 경우, 전체 전환 및 운영 비용을 약 21조 원가량 추가로 절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생산 규모의 최적화가 탄소중립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에너지 비용과 설비 투자 부담을 유의미하게 낮출 수 있음을 시사하며, 향후 산업 구조조정 및 전환 전략 수립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생산량 감축 병행과 병행해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것은 석유화학 산업의 생존을 위한 필수 경로다. 이는 최근 발의된 ‘석유화학특별법’의 핵심 기조이자 한국은행 등 주요 기관이 제기해온 산업 고도화 필요성과도 궤를 같이한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공급 감축과 고부가가치 제품 전환이 글로벌 경쟁력 유지의 핵심이라고 평가했다. 단기적인 생산 감축이 경제적 부담일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고부가가치 중심의 체질 개선을 통해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현재 한국의 전기화 기술이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 격차가 크고, 상용화를 위한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기술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의 과감한 재정적·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현재 논의 중인 ‘석유화학 특별법’ 시행령의 핵심전략기술 정의에 ‘NCC 전기화’를 명확히 포함하고, 기후대응기금을 활용하여 NCC 전기화 실증 사업에 조기 착수할 것을 제안했다. 정부가 실증부터 상용화 단계까지 기업과 공동 투자하여 초기 투자 위험을 분담해야만 글로벌 탈탄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이러한 대전환이 전남과 울산 등 석유화학 밀집 지역 경제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도 요구된다.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자리 감소와 지역 위축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가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대폭 확충하고 전력 공급 용량을 확대하여 기업의 전기화 전환을 뒷받침해야 한다. 보고서는 정부의 선제적 재정 지원을 통해 전환 비용을 상회해야만 산업 구조조정의 속도를 높일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역 경제의 타격을 최소화하며 새로운 녹색 일자리로의 연착륙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금 당장 비용이 커 보일 수 있지만, 전환을 미룰수록 높은 비용 구조가 장기간 이어진다며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초기에 핵심 기술에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후솔루션 석유화학팀 김아영 연구원은 "석유화학 탈탄소의 성패는 나프타분해공정(NCC)의 전기화에 달려 있다"며 "석유화학특별법 제정은 전환을 위한 시작일 뿐이며, 이제는 정부의 과감한 지원을 통해 실제 실행 속도를 높이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NCC 전기화는 기술 실증부터 전력 인프라 구축까지 아우르는 장기 과제인 만큼, 해외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2035년 상용화를 목표로 정부 지원의 고삐를 죄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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