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위기, 다른 법정: 한일 기후소송의 현장을 만나다
insights 2026-09-28
기후 소송

같은 위기, 다른 법정: 한일 기후소송의 현장을 만나다

한국과 일본의 기후소송 사례와 시민 참여 경험을 공유한 1박 2일의 기록

정기춘

한일 기후소송 리걸 컨비닝

기후위기는 국경을 가리지 않습니다. 폭염과 산불, 홍수와 해수면 상승은 어느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 역시 국경을 넘어 연결되고 있습니다. 최근 기후솔루션 Community Organizing 팀원으로 한국과 일본의 변호사, 활동가들이 함께 모이는 한일 기후소송 리걸 컨비닝에 참석했습니다. 1박 2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서로 다른 언어와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있는지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소중한 자리였습니다.

책 속 이름으로만 알던 사람을 만나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뜻깊었던 순간 중 하나는 일본의 대표적인 환경법 전문가이자 기후소송 활동가인 아사오카 미에 변호사님을 직접 만난 것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학교 추천도서였던 『미나마타의 붉은 바다』를 읽으며 미나마타병 사건을 처음 접했습니다. 공장 폐수에 포함된 수은으로 인해 수많은 주민들이 마비와 지적 장애 등 심각한 피해를 입었던 일본의 대표적인 환경공해 사건입니다. 당시에는 그저 책 속 이야기로만 기억하고 있었지만, 이번 행사에서 그 피해자들을 위해 법정에서 싸웠던 변호사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게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아사오카 변호사는 최근 일본에서 진행되고 있는 여러 기후소송의 경과와 의미를 소개하며, 환경 문제와 기후위기가 결국 사람들의 삶과 존엄성에 관한 문제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수십 년 전 공해 피해자들의 권리를 위해 싸웠던 경험과 오늘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법적 노력은 결코 분리된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후소송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들

이번 컨비닝에서 저는 한국의 기후소송 원고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있는지에 대해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기후소송은 법률적 논리와 증거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소송의 중심에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목소리를 내는 시민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원고들이 왜 참여하게 되었는지, 어떤 고민과 기대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소송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만들어 가는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발표를 준비하며 다시 한번 느낀 것은, 기후소송은 법정 안에서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사람들의 경험을 듣고, 함께 고민하고, 때로는 불안과 희망을 나누는 과정 또한 기후소송의 중요한 일부입니다. 일본의 참가자들 역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고, 여러 사례를 공유하며 서로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림 1 기후소송과 원고 소통 발표

 

서로의 경험에서 답을 찾다

행사에는 한국과 일본의 다양한 학자, 시민사회단체, 환경단체, 법률가들이 참여했습니다. 각자가 진행하고 있는 소송의 경과를 공유하고, 예상치 못한 어려움과 극복 과정,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를 이야기했습니다.

한 나라에서는 법원이 어떤 논리를 받아들였고, 다른 나라에서는 시민 참여를 어떻게 확장했는지에 대한 경험들이 오갔습니다. 모든 상황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서로의 시행착오와 성과는 분명히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참가자들이 단순히 경험을 공유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각자는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했고, 서로의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과제를 발견했습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 안에는 앞으로 이어질 협력과 연대의 가능성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림 2 함께한 기후솔루션 팀원

 

각자의 언어로, 같은 미래를 향해

행사가 끝난 뒤 가장 오래 남은 기억은 회의장의 풍경이었습니다.

한국어와 일본어가 오가고, 통역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모두가 같은 문제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법률가들은 법률의 언어로, 활동가들은 시민들의 언어로, 연구자들은 데이터의 언어로 기후위기를 이야기했습니다.

사용하는 언어와 방식은 달랐지만 목표는 같았습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더 안전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이 인상 깊었습니다.

기후위기는 국경을 넘어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그렇기에 해결책 역시 국경을 넘어 연결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한일 리걸 컨비닝은 그런 연결이 이미 시작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각자의 언어로 말하고 있지만, 결국 우리는 같은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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