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정책 [입장브리핑]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관해서 2024-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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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목표 그대로…여전히 2030년 한국은 OECD 중 재생에너지 꼴찌

가스 퇴출 늦추고 암모니아·수소 혼소 도입해 화석연료 고착 여전해

 

오늘(5 31), 향후 15년간 전력수요 전망과 그에 상응하는 공급계획을 설정하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 실무안이 발표됐다. 지난 10차 전기본에 이어 11차 전기본 또한 정부가 여전히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정책적 우선순위보다 중앙집중형·대형 화력발전 중심으로 꾸려졌다. 이는 시대착오적인 경로의존성을 답습하는 것이며, 에너지 전환을 늦추기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1. OECD 회원국 최하위 재생에너지 목표로는 2030 NDC 2050 탄소중립 달성 못해

'30년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21.6%, 지난 10차 전기본과 동일하며, 여전히 '30년에도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최하위 이어갈 예정. 단적인 예시로 작년 한국 GDP와 가장 유사한 멕시코의 경우, '30년 재생에너지 목표 33%. 이미 10차 전기본상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1.5도 상승 저지 목표 달성 불가능하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작년 초 쟁송화. 11차 전기본 또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로 제시됐던 30.2% 대비 턱없이 모자란 21.6%라는 발전 비중에 변함없음.

 

이는 2050 탄소중립 달성 위해서도 매우 모자람. 다양한 연구기관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르면 2030년 최소 36%(110GW)에서 최대 53%(199GW)의 재생에너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됨. 정부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증가해 203072GW로 전망하나 이는 그 어떤 연구기관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도 부합하지 않는 적은 수치임. 게다가 데이터센터 등을 이유로 수요 전망을 늘리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는 그대로임에도 목표 발전량이 소폭 증가했다는 이유로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것은 침소봉대임.

 

또한, 72GW라는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합의한 재생에너지 3배 서약(이하 COP28 서약)을 달성할 수 있는 수치라고 설명하나 이는 COP28 서약에 대해 매우 단편적인 해석에 불과함. COP28 서약은 단순 2022년 대비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산술적 증가 그 이상을 의미. 2030년 11000GW라는 서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 세계 태양광 및 풍력 발전비중 46% 도달해야 함. 즉 모든 국가가 평균적으로 절반가량 전력량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해야 함. 따라서 21.6%에 불과한 72GW 재생에너지 발전량으로는 진정한 의미의 COP28 재생에너지 3배 서약 달성 또한 불가능함.

 

한편 전력수요 상승에도 재생에너지 보급을 가속하지 않아, LNG 단기 퇴출 속도가 더뎌지는 역효과가 발생함. 기존 LNG 수요는 10차 전기본 기준에서 2022163.6TWh2030142.4TWh로 감소하는 계획이었음. 그러나 11차 전기본에서는 전력수요 상승분을 LNG가 담당한다며 2030 LNG 발전 비중을 10차 대비 18.4TWh가 늘어난 160.8TWh로 상향함. 탄소중립 달성 경로를 따르려면 정부는 재생에너지 보급 비중을 향상하고 LNG 의존도를 더욱 빠르게 낮춰야 함.

 

  1. 전력계통을 이유로 재생에너지 속도 조절은 정부와 전력당국의 책임 회피

“전력계통 등 현실적 제약요건고려하여 합리적인재생에너지 목표 설정했다는 11차 전기본은 중앙집중형·대형 화력발전 중심의 기존 전력 시스템으로부터 패러다임 전환이 없음. 이는 손 안 대로 코 푸는격으로 에너지 전환을 하고자 하는 정부와 전력당국의 게으름이 여실히 드러나는 비합리적계획임. 지난 11, 감사원20% 대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 위해서라도 전기본 수립 시 재생에너지 보급 규모에 따라 선제적 계통보강 및 백업설비 계획을 반영했어야 한다고 지적함. 그러나 11차 전기본에서도 여전히 전환적 계통혁신책 강구 없이 BESS 및 양수발전 확대 등에 그쳤음. 해외 주요국가처럼 재생에너지 친화적인 신규 유연성 자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거나 계통혁신 기술을 적극 활용한 망 건설을 최소화하는 등 미래 에너지 전환 사회를 염두에 둔 혁신적 방안이 부재함. 따라서 전력 당국은 전력계통을 이유로 재생에너지 확대보급 속도 늦출 것이 아니라 2030 NDC 목표에 부합하는 수준, 또는 그 이상으로 적극 상향하되,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근본적으로 화력발전 중심인 전력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함.

 

  1. 화석연료 수요 감소에도 신규 LNG 설비 확대, 좌초자산 확대일로

중장기 가스 발전량이 감소함에도 지나친 LNG 발전 설비를 설치할 우려가 있음. 이미 정부는 10차 전기본 발표 당시, LNG 발전설비 용량을 202241.3GW에서 2036 64.6GW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운 바 있음. 이번 11차 전기본은 10차 전기본 준용하며 2037년과 2038년에도 가스발전 신규 설치 가능성 시사함. 하지만 가스 발전량 급감 및 2050 탄소중립 목표 고려 시, 신규 화력발전 설비 확대는 결국 좌초되는 자산의 규모만 늘리는 격임. 가스발전 설비과다 확충은 국내서 현재진행 중인 LNG 터미널 용량 과다 확충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음. LNG 소비량은 감소추세가 시작됐지만 2022년 기준 전 세계 2위 규모인 한국 LNG 터미널 저장 용량은 1409kl에서 2036년까지 1945kl로 확장될 전망됨. 재기화 설비 이용률은 202330%에서 203620%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됨.

 

  1. 전력수요 과다 예측에도 화석연료 수요 감소 못 막아, 에너지 안보 재정의해야

높은 석탄·가스발전 의존도에 따른 연료비 취약성은 지난해 한전 적자 사태의 원인임. 미국 에너지경제 재무연구소(IEEFA) 분석에 따르면 한국이 LNG 발전 의존도를 2022년 기준 27.5%에서 G20 평균인 17.5%까지 낮췄다면, 국제 에너지 위기에도 LNG 연료비를 약 22조 원 감축할 수 있었음.

 

10차 전기본 대비 높은 LNG 의존도에도 한국의 LNG 발전량은 2022163.6 TWh 대비 203878.1TWh까지 48% 수준으로 급감함. 석탄화력발전소를 포함한 화력발전량은 2022360.3TWh 대비 203842% 수준으로 감소함. 이제까지 해외 화석연료 수입에 의존했던 한국의 에너지 안보 담론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으며, 국내 재생에너지 확대가 에너지 안보의 척도로 재정의될 필요가 있음. 화석연료 수요 감소하는 한국의 상황에서, 신규 LNG 자원개발 사업의 에너지 안보 기여도 미미하며 화석연료 개발 사업들의 전면 재평가가 필요함.

 

  1. 수소암모니아 혼소, 실질적 감축 없이 전환만 더욱 늦추는 왜곡된 해결책

한국은 여전히 2022년 기준 석탄발전 배출량이 G20 중 인구 대비 가장 높으며 2030년까지 석탄발전을 종료하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지 못할 경우 탄소중립이 요원한 상황임. 그러나 11차 전기본을 통해 설계수명까지 화력발전을 유지하고 재생에너지 전환 대신 수소∙암모니아 혼소 방식을 적용하려는 의지가 재확인됨.

 

수소·암모니아 혼소는 석탄·가스 등 화석발전의 생명유지 수단으로 활용되어 기후위기 대응을 지연시키고 잠금효과(Lock-in)로 재생에너지 전환을 더욱 어렵게 함. 원료 공급을 위해 호주 바로사 가스전과 같이 신규 유·가스전 사업 개발로도 이어질 우려가 있음. 특히 석탄발전의 암모니아 혼소는 대기오염을 심화하며, 기존 석탄발전 대비 막대한 양의 초미세먼지까지 배출해 지역사회 건강영향에 큰 위협이 됨. 따라서 기후환경적으로 악영향을 미치는 수소·암모니아 혼소 정책을 철회하고 근원적 해결책인 재생에너지 확대에 집중해야 함.

 

  1. 책임도, 비전도 없는 대규모 바이오에너지는 그대로 유지하면 안 돼

현재 국내 바이오에너지 발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형 바이오매스와 바이오중유는 탄소배출, 산림파괴, 인권침해의 동인으로 수년간 축소를 요구받음. 그간 전기본은 바이오에너지 내 세부 발전원 구별 없이 총합 전망치만 제시함. 또한 이와 연계도 없이 바이오에너지에 REC 가중치를 제공하는 정책으로 소규모 분산형이 아닌 대규모 설비 확대를 장려해 옴.

 

11차 전기본은 2038년 기준 태양광과 풍력을 제외한 수력, 바이오 등 기타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4GW로 제시함. 2022년부로 바이오에너지 전망을 동결한 10차 전기본의 전망치와 비슷한 수준인 이 수치는 신규 대형 바이오에너지 설비는 불필요하다는 바를 시사함. 그러나 이 또한 현재보다 과도하게 높은 발전 비중이므로 발전원별 전망치가 포함된 최종안은 바이오를 하향 조정해 대형 설비를 단계적 퇴출해야 함. 전기본 이행을 위해서는 신규 설비에 대한 REC 가중치를 폐지하고, 기존 설비에 대한 가중치는 일몰하고, 정부 주도 재생에너지 입찰 시장에서 신규 바이오매스 물량을 제외해야 함.

 

  1. 온실가스 다 배출 산업 탈탄소화만으로도 재생에너지 태부족

11차 전기본은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에 필요한 재생에너지 수요조차 반영 못 함. 산업 배출량의 약 40%를 차지하는 철강산업 탄소중립의 핵심기술은 재생에너지 기반의 수소환원제철임. 2035년까지 연간 생산 300만톤 규모의 수소환원제철 설비 7기 도입에 필요한 그린수소 생산을 위해 재생에너지 약 101.18TWh가 필요하며, 이는 11차 전기본의 2038년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약 44%에 육박함. 철강산업 외 RE100에 가입한 반도체, 자동차 기업 등의 국제 경쟁력을 유지하고자 재생에너지 수요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음. 이런 시점에서 11차 전기본의 부족한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국가 주요 산업의 탄소중립은 물론 산업 경쟁력 제고까지 억제함.

 

지난 5 21, 헌법재판소에서는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이 국민의 기본권 보호의무를 위반한다는 취지의 헌법소원에 대한 최종 공개변론이 열렸다. 아시아 최초 기후소송인 이번 헌법소원 결과에 따라 국가 기후위기 대응 정책의 향방이 결정되기에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온실가스 배출 목표 달성 수단으로서 주요한 행정계획 중 하나인 11차 전기본이 발표됐다. 전력 당국은 이러한 엄중함을 인지해 전기본 실무안 발표 이후 이어질 공청회 및 관계부처 협의과정에서 다양한 시민사회 및 이해관계자와 함께 적극 소통해야 한다.

 

현재 11차 전기본의 재생에너지 목표는 기존 2030 NDC뿐 아니라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가 제시한 NDC 상향 추세(2019년 대비 2030 43% 감축, 2035 60%)에도 한참 못 미치는 소극적인 목표이자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책임을 회피하는 계획임을 주요 주체인 환경부와 국회는 인식하고 최종 전기본 확정까지 에너지 전환을 위한 의견에 경청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