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시장, 재생에너지 [보도자료] 한전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진출, 시민사회 ‘즉각 철회’ 요구 2021-02-16



한전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진출, 시민사회 ‘즉각 철회’ 요구

 

최근 한전의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진출이 가시화되면서 2월 16일 기후솔루션, 에너지전환포럼, 에너지나눔과평화,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환경운동연합은 한전의 재생에너지 진출 계획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한전의 재생에너지 진출을 허용할 경우, 2030년 기준 51조에 달하는 국내 재생에너지 시장에 대한 특혜를 제공하는 것이며, 그린뉴딜과 탄소중립 2050을 통해 이제 막 시작하는 재생에너지 생태계를 망치는 지름길”이라고 지적했다.

 

한전의 재생에너지 진출 계획을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로, ▲ 국내 전력시장의 실질적인 독점 사업자로서 망중립성 및 공정경쟁 훼손 우려 ▲ 재생에너지 사업 역량 미흡 ▲ 한전의 부채 증가에 따른 재무건전성 악화 등을 제시하였다. 

 

망중립성과 공정경쟁 측면에서, 한전은 사실상 국내 전력시장을 독점하고 있어 한전이 발전사업에 뛰어들 경우 한전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민간사업자가 존재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날 모인 단체들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한전의 발전시장 진출 허용은 건전한 시장 생태계를 파괴하고, 국내 전력시장을 한전이 지배하는 ‘갈라파고스’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전이 제시하는 ‘사업 역량’과 ‘경제성’ 주장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한전이 지난 20년 동안 SPC 형태가 아닌 직접 개발한 사례가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 기존 발전사 대비 사업 역량이 뛰어나다고 보기 어려우며, 낮은 REC 가격, 계통 보강, 주민수용성 등이 사업 개발에 있어 보다 큰 리스크인 점을 지적했다. 또한 경제성 측면에서도 한전의 주장처럼 향후 5.8GW의 발전사업을 모두 채권으로 조달하면 부채가 약 20조원 이상 증가하는데, 이렇게 될 경우, 한전의 재무 건선성이 급격하게 악화된다는 주장이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기후솔루션 권경락 이사는 “한전의 독점적인 위치를 고려할 경우, 발전사업 진출은 명백하게 한전에 특혜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재생에너지 3020의 시대에 한전의 역할은 직접 발전사업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송배전망 투자 확대를 통한 인프라 조성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권우현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한전이 발전자회사들을 제쳐두고 직접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 전면에 나서겠다는 의도가 기후위기 대응, 에너지전환같은 대의 실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사의 수익 창출에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면서 “송배전을 운영하는 회사가 직접 대규모 발전 사업에 뛰어들면 장기적으로 시장구조의 건전성을 해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 대행은 연대발언을 통해 “한전은 전력 부문의 공정하고 빠른 에너지전환을 위한 자신들의 역할을 다시 고민해야 할 것“이라면서 “전력망을 운영하는 회사가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할일이 발전사업에 뛰어드는 일은 아니다”라고 밝혔다.이번 기자회견을 주최한 시민사회 단체들은 “한전의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진출이 이해관계자의 공감대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송전 부문과 발전 부문을 분리해서 근본적으로 망중립성이 지켜질 수 있는 거버넌스 체계 구축이 전제되어야 한다”며, “이러한 선제 조치가 없을 경우 한전의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참여는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발언 중인 권경락 기후솔루션 이사

 

 

[성명서]

 

한전의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진출 계획은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

 

한전의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진출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의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2034년까지 추가로 62GW의 재생에너지 설비 투자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 대규모 프로젝트에 한해 한전의 직접 참여를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2030년 기준 51조에 달하는 국내 재생에너지 시장에 대한 특혜를 제공하는 것이며, 그린뉴딜과 탄소중립 2050을 통해 이제 막 시작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생태계를 망치는 지름길이다.

 

한전은 100% 지분을 보유한 발전공기업을 통해 발전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송배전망과 판매사업자의 지위를 보유한 독점 사업자에 해당한다. 이 과정에서 한전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진출할 경우, 당연히 ‘망중립성’ 이슈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한전은 망정보 공개를 투명화하고, 금지행위 규정을 강화하여 관련 이슈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EU, 미국 등 재생에너지 투자가 활성화된 주요 국가에서는 송전망과 발전사업을 분리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명확하다. 기업, 협동조합, 시민 등 다양한 참여자의 확대가 재생에너지 확대의 전제조건이며, 이를 위해서는 누구나 투명하고 공정하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망중립성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전의 주장처럼 일부 규정을 손보는 것으로는 이해관계를 원천 차단하는 것이 어렵고,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송전사업과 발전사업을 분리하는 거버넌스 개편이 필수 조건이다.

 

한전의 진출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사실상 국내 전력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한전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민간사업자는 존재하기 어렵다. 과거 학교 태양광 사업에 대해서도 한전이 진출하여 협동조합 같은 소규모 사업자의 시장 영역을 잠식해버린 사례도 있다. 한전의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참여를 허용할 경우, 대부분의 사업은 한전이 직접 수행하고 나머지 참여자는 한전의 하청업체로 전락하거나, 아예 시장을 떠날 수밖에 없다. ‘재생에너지 3020’은 물론,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재생에너지 투자가 활성화되어야 하는 이 시점에, 한전에 대한 특혜 제공은 건전한 시장 생태계를 파괴하고 국내 전력시장을 한전이 지배하는 ‘갈라파고스’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

 

한전이 강조하는 재생에너지 발전 직접 참여에 따른 ‘사업 역량’과 ‘경제성’에 대한 논리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 우선 국내 재생에너지 보급의 장애요인은 REC 가격, 계통, 주민수용성, 정부 정책의 일관성 등 외적인 부분이 가장 크며, 기존 발전사업자들의 역량의 차이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20년 간 발전사업을 직접 수행하지 않은 한전의 역량이 기존 사업자보다 우월하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경제성’에 대한 부분도 마찬가지다. 한전이 '30년까지 해상풍력 2.9GW, 태양광 2.9GW을 보급하고 투자비를 모두 채권으로 조달하면 재생에너지 사업만으로 부채가 약 20조원 이상 증가하는데, 이는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에 따른 재무 건전성 방향과도 배치되는 비현실적인 방안이다. 발전사업은 자기자본 투자를 최소화하고 프로젝트 파이낸싱으로 진행하는 것이 정상적인 접근이며, 이 경우, 한전이나 발전공기업, 민간발전 사업자 간 금리 차이가 사실상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결론적으로 한전이 채권으로 사업비를 조달한다는 것은 공기업이자 상장사로서 재무건전성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주장이다.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목표와 2050 탄소중립을 위한 한전의 역할은 명확하다. 기업, 시민, 협동조합 등 다양한 투자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건전한 송배전 네트워크를 조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제시한 것처럼 폐쇄적인 전력시장 구조를 시급히 개혁해야 한다. 

 

한전의 재생에너지 사업 진출 계획은 시민들과 주주, 전력산업의 이해관계자들에게 공감대를 얻을 수 없다. 한전이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발전공기업들이 온실가스를 다배출하는 발전시설을 상당 기간 유지하고 있다는 점, 공정한 망운영을 위해 송전 네트워크를 분리할 계획이 없다는 점, 파리협정 상의 1.5℃ 시나리오 달성을 위한 도전적인 투자 계획이 미흡하다는 점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전의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진출을 허용하는 것은 '공룡 기업에 대한 특혜’를 제공하는 것이며, 이는 ‘밥그릇 늘리기’라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2021년 02월 16일

기후솔루션, 에너지나눔과평화, 에너지전환포럼,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환경운동연합 (가나다순)

 

기자회견 현장 사진은 여기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문의: 김원상 기후솔루션 커뮤니케이션 담당, wonsang.kim@forourclimat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