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소송 [입장문] 기후판결 물결에 헌법재판소는 화답할까…재판관 9인, 전 국민 기본권 지킬 준엄한 판단 내려야 2024-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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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소원 제기 4년 만에 첫 공개변론 여는 헌재…기후 헌법소송으론 아시아 최초
기본권 위협받는 기후위기 시대…헌재, 국민적인 기후대응 공감대 인식해야

 

최근 농산물을 비롯한 필수재 물가 상승을 금리 조정이나 보조금 제공 같은 금융·경제 정책으로 완화하는 데 한계에 봉착했다고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가 토로할 정도로 기후위기가 일상에 피해를 끼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기후 인플레이션조차 기후위기로 겪을 피해의 서막일지도 모른다. 평균 기온 상승에 따라 극단적으로 발생할 이상기후, 자연재해 그리고 이로 인한 실물경제 타격과 사회 인프라 균열 등은 기후위기와 기후 불평등의 다른 이름이다. 미래 세대는 기후위기로 인해 지금과 비교할 수 없는 더욱 다양한 양상과 극단적인 방식으로 피해를 겪으며, 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위협을 느끼면서 살아가야 한다.

 

23일 다음 세대의 주역이 될 청소년과 아기들이 청구인이 되어 제기했던 기후 헌법소원을 포함한 헌법소원 4건에 관해 헌법재판소에서 첫 공개변론을 가진다. 청소년들이 첫 기후 헌법소원을 제기한 지 무려 4년 만이다. 이 공개변론은 아시아에선 최초로 자국 정부가 정한 ‘2030년까지 2018년 배출량 대비 40% 감축이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가 청구인들의 ‘안정된 기후에서 살 권리'를 비롯한 헌법상 환경권, 생명권, 건강권, 행복추구권 등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헌재 재판관 9인이 면밀하게 따져보겠다는 행보이기에 환영할 만하다.

 

근래 상징적이고 귀감이 될 기후 판결 사례가 세계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기후위기가 많은 사람의 기본권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정부에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강화하라고 판결한 2019년 네덜란드의 우르헨다 판결을 시작으로 사법부발 기후 물결은 아일랜드, 프랑스, 독일 등 전 세계 각지로 퍼져 나갔다. 특히 미국 몬태나주에서 아동청소년들이 주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기후소송에서는 법원이 기후위기로 헌법상 권리를 침해했다는 점을 인용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최근 스위스 여성 노인들이 스위스 정부를 상대로 유럽인권재판소(ECHR)에 제기한 기후소송에서 승소하면서 국제 사법기관도 기후 판결 행렬에 합류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2022년 기후 소송이 기후변화에 대처하려는 국가의 전반적인 야망을 증진할 수 있다"라고 강조한 바 있듯, 기후 위기 시대에 각국 법원의 준엄한 결정은 정부로 하여금 기후위기 대응에 실효성 있는 대응에 나서도록 하는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이제는 대한민국 사법부 차례다. 지난 22대 총선에서 여야 가리지 않고 여러 정당과 많은 후보가 기후 공약을 선뵀고 기후위기 대응에 저마다의 굳은 의지를 내비쳤다. 인권위원회는 지난해 NDC가 담긴 탄소중립기본법 및 시행령이 현재 세대와 미래세대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라며 위헌이라는 의견을 헌재에 제출했다. 2023년 글로벌 조사 네트워크 WIN의 전 세계 기후변화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 89%는 기후위기를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 5번째로 높은 수치였다. 헌법재판소는 이렇게 정파와 분야, 계층을 초월해 다양한 영역에서 터져 나오는 기후위기 대응 의지와 공감대를 인식하면서, 이번 변론을 경청해야 할 것이다.

 

기후위기를 걱정하며 지난 총선서 적극 표를 행사한 수많은 시민들, 한국의 지난 탈탄소 경로를 분석한 다양한 보고서는 대한민국의 기후대응 목표와 온실가스 감축 경로가 파리협약에서 정한 목표에 부합하지 않아 더 강화된 목표를 세우고 실천에 나서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평균 기온 1.5도 제한이라는 목표가 달성에 실패했다는 비관적인 견해마저 등장할 정도로 현재 인류는 기후위기라는 되돌아올 수 없는 극한의 갈림길에 서 있다.

 

대한민국이 이 기로에서 정의롭고 현명한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헌법재판소가 이정표 역할을 할 때다. 헌법재판소가 기후위기 대응을 선도할 판결을 내린다면, 이는 우리나라 미래 세대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방벽이 될 것이며, 기후로 연결된 세계 인류 공동체의 권익 보호에 이바지할 뿐 아니라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막중한 역할에도 기여하는 위대한 결정이란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