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정책 [보도자료] 한국의 기후대응지수, 지난해보다 4단계 하락한 64위…산유국과 나란히 사실상 꼴찌 2023-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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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기후 대응 지표 CCPI, 작년에 이어 ‘매우 저조함’ 평가받은 한국
재생에너지 목표 축소·가스발전 전환 계획·친화석연료 공적 금융·바이오매스 발전 확대가 지표에 악영향 미쳐
“정부와 국회가 기후위기 대응의 주도적인 역할로 나서야 해”

 

CCPI2024

 

한국의 기후대응 수준이 세계 최저 수준으로 드러났다. 조홍식 기후환경대사와 한화진 환경장관 등으로 구성된 한국 대표단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진행 중인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 참석한 가운데 국제사회로부터 주요 경제강국으로서 기후위기의 책임은 물론 탄소중립 선언국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지 못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8일 국제 평가기관 저먼워치, 뉴클라이밋 연구소, 클라이밋액션네트워크(CAN) 인터내셔널이 올해 기후변화대응지수(Climate Change Performance Index, CCPI)를 발표했다. CCPI는 매년 각 국가의 최신 정책과 이슈를 반영해 새로 발표된다. 한국은 지난해보다 4순위 하락한 64위(매우 저조함)를 기록했다. 한국보다 낮은 순위인 국가는 화석연료와 이해관계가 깊게 얽힌 산유국 3국(아랍에미리트, 이란, 사우디아라비아)으로, 사실상 한국보다 기후위기 대응을 못한 국가는 없는 셈이다.

한국이 저평가된 이유는 3가지로 정리됐다. 먼저 제10차 전기수급기본계획에서 하향 발표된 재생에너지 목표다. 올해 초 윤석열 정부는 10차 전기본을 통해 2030년까지 기존 30.2%였던 재생에너지 목표를 21.6%로 낮췄다. 또한 10차 전기본은 노후된 석탄화력발전소 대부분을 또다른 온실가스 배출원인 가스발전으로 대체한다는 계획을 담았고 이 역시 혹평의 이유가 됐다. 한국이 파리협정 1.5°C 목표에 맞게 석탄발전과 가스발전 비중 목표를 재설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국이 기후대응에 꼴찌 수준으로 평가된 두 번째 이유는 석유와 가스에 대한 막대한 지원을 지속하는 공적 금융이다. 평가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석유 및 가스 프로젝트에 대한 공적 자금 조달을 아직 종료하지 않았음을 비판했다. 한국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해외 석유와 가스 사업에 71억 4000만 달러 이상을 지출했으며 이는 일본에 이어 세계 2번째 규모다. 전문가들은 파리협정 1.5°C 목표에 맞출 수 있도록 석유와 가스 프로젝트에 대한 인식과 투자에 관해서 해외 정부와 의논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COP28에서 합의된 재생에너지 3배 확대에 국가 차원에서 호응하는 동시에 국제사회 흐름을 따라 공적 금융의 화석연료 지원을 중단하려면 ‘청정에너지 전환 파트너십(Clean Energy Transition Partnership, CETP)’에 참여하는 방법이 강하게 권고된다. 지난 5일 호주와 노르웨이가 새롭게 여기에 공식 합류하면서 주요 선진국 중 화석연료 사업에 공적 금융을 투자하는 나라는 사실상 한국과 일본만 남게 됐다. CETP는 2021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에서 발표된 선언으로 미국, 캐나다, 유럽연합, 유럽투자은행 등 40개 넘는 국가와 기관이 가입했으며 공적 금융의 재생에너지로의 투자 전환과 공적 금융의 화석연료 투자 중단을 골자로 한다. 

최저 평가의 세번째 원인은 국내 바이오매스 사용률 증가다. 한국은 산업자원통상부와 산림청의 바이오매스 지원 정책에 따라 지난 10년간 바이오매스 발전량이 42배 증가했다. 그러나 바이오매스 발전은 전 과정에서 배출되는 상당한 온실가스와 산림파괴 및 생물다양성 손실로 지속가능한 탄소중립 이행 수단이 아니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한국에서는 바이오매스가 태양광이나 육상풍력보다 높은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받아 청정 재생에너지를 억제하는 역할을 했다. 이는 결국 한국의 기후대응지수를 깎아 먹는 요소가 됐다.

기후솔루션 김주진 대표는 “한국은 10위를 웃도는 세계 경제 강국인 동시에 세계 7번째 온실가스 배출국으로 기후위기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해왔다”라며 “급격한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선진국의 반열에 오르면서 기후 의제로도 한국에 거는 국제사회의 기대가 크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정부와 국회는 기후위기 대응의 주도적인 역할로 나서 재생에너지 확대를 돕고, 공적 자금의 화석연료 투자를 끝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공적 금융의 역할을 살려야 하며 이는 곧 국제적 기후 리더십을 보여주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CCPI는 전 세계 배출량의 90%를 차지하는 63개 국가와 유럽연합의 기후대응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한 후 발표됐다. CCPI는 △온실가스 배출 △재생에너지 △에너지 사용 △기후정책 4가지 부문으로 나눠 세부 평가되고 이를 종합해 최종 성적을 도출해 국가별 순위를 냈다. 전년도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어느 국가도 1.5°C 목표에 충족하는 조처를 하지 못했다고 평가돼 1~3위는 공백으로 뒀다. 

최고 순위 4위 덴마크를 시작으로 5위 에스토니아, 6위 필리핀, 7위 인도, 8위 네덜란드가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인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과 에너지소비량을 바탕으로 야심 찬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크게 상승하고 있지만 여전히 석탄발전 의존이 상당하며 상당량의 가스발전까지 계획하면서 51위로 평가됐다. 중국 다음으로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소법으로 재생에너지 투자를 크게 늘렸지만 모든 부문에서의 기후 친화적 정책이 구체적으로 갖춰지지 못해 5단계 하락한 57위를 기록했다. 석유와 가스 최대 투자국인 일본은 기후대응의 일환으로 GX(Green transformation) 정책을 도입했지만 CCS, 암모니아 혼소 등 기술적 대안을 활용해 화석연료 사용을 연장하는 정도에 그친다는 비판으로 8단계 내려앉은 58위를 기록했다. 최근 기후정책이 후퇴했다고 평가받는 영국은 지난해 11위에서 9단계 아래인 20위로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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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 많은 나라가 기후대응을 주요 의제로 삼고 재생에너지 확대에 힘썼다. 그러나 CCPI에 따르면, 이 정도 조처로는 탄소중립 달성에 여전히 부족하며 단기적으로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도록 무엇보다 화석연료 의존을 빠르게 낮춰야 한다. 

CCPI 저자로 참여한 저먼워치의 얀 버크 상임고문은 “1.5°C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평균적인 노력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각국은 기존의 정책과 목표를 바탕으로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버크 상임고문은 “COP28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라며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을 세 배로 늘리고, 에너지 효율을 두 배로 높이며, 석탄과 석유, 가스의 사용을 2030년까지 석탄, 석유, 가스의 사용을 대폭 줄이기로 한 이번 합의는 파리 기후 목표에 부합하는 길을 열어줄 수 있다”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