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금융 [보도자료] 바로사 가스전 핵심 설비도 안갯속…국제 기후단체들 ”산업은행 및 투자기관 자금 회수해야” 2023-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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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솔루션 등 8개 국제 기후환경단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브리프 발간
한국산업은행(KDB) 등 전 세계 9개 금융기관, 핵심 설비(FPSO)에 금융 제공
인허가 미취득으로 금융약정서상 채무불이행 인정…금융기관들 투자 철회 가능해

 

한국, 일본, 호주의 주요 에너지 기업이 추진 중인 호주 바로사 가스전 개발 사업에 현지 인허가 이슈, 호주 국회의 신규 가스전 배출량 규제 강화 등 장애물이 잇따라 등장하며 난관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가스전 개발에 핵심이 되는 설비에서도 난항이 예상된다. 

18일 기후솔루션을 비롯한 8개 국제 기후환경단체는 이슈 브리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발간해 바로사 가스전 생산 설비인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이하 FPSO) 건조에 금융을 제공한 9개 금융기관을 공개했으며, 여기에 제공된 1조 3000억 원가량(11억 5000만 달러)의 자금 마련에 참여한 금융기관들이 투자를 회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브리프는 금융기관 대부분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협의체를 가입한 것이 신규 가스전 개발에 어긋나며, 인허가 미취득인 현 상황에서 금융약정상 자금 회수가 가능한 상황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해상 가스전 개발 사업은 높은 사업비로 인해 핵심 시설 건설은 별도 금융 조달을 통해 이뤄지기도 한다. 바로사 가스전 사업의 경우, 핵심 생산 시설인 FPSO 건조를 위해 별도 금융 조달이 이뤄졌다. FPSO는 해상에서 원유 및 가스의 생산, 기초 정제 작업이 가능한 설비다. 가스전 개발사인 SK E&S와 산토스(Santos) 등은 FPSO로 생산한 가스를 정제해 가스관을 통해 육상의 다윈 터미널로 보낼 계획이다.

바로사 FPSO 건조에 필요한 금융은 산토스와 FPSO 공급 계약을 맺은 해운업체 비더블유오프쇼어(BW Offshore)가 조달했다. FPSO 건조를 위해선 약 2조 8000억 원(24억 달러)이 필요한데 그중 약 2800억 원(2억 4000만 달러)을 합작 투자 형식으로, 1조 3000억 원(11억 5000만 달러)를 대출로 조달했다. 대출 계약은 바로사 가스전 사업의 원주민 관련 인허가 이슈가 제기되기 시작했던 2021년 8월 체결됐다.

이번 브리프는 대출을 제공한 9개 금융기관을 공개했다. 2904억 원(2억 5000만 달러)을 지원한 한국산업은행을 포함해 일본의 미쓰비시UFJ은행(MUFG), 미쓰이스미토모 은행(SMBC), 싱가포르의 대화은행(UOB), 클리포드 캐피탈(Clifford), 프랑스의 나틱시스(Natixis), 네덜란드의 ABN암로(ABN Amro), 라보뱅크(Rabobank)가 참여했다. 이미 대출은 집행되기 시작해, 상당량의 자금이 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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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민들의 반발로 호주 법원에서 인허가가 취소되고 사업 계획에 차질이 생기며 분위기는 급변했다. 바로사 가스전 사업의 주요 인허가인 시추 인허가가 무효로 돌아가며 사업이 중단되자, 대출을 제공했던 금융기관에까지 퇴출 압박이 가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투자에 나선 금융기관들은 손실 없이 바로사 가스전에서 손을 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산업은행이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바로사 가스전 사업 준공에 필요한 주요 인허가의 미취득은 채무불이행 사유에 해당하며, 이 경우 금융기관들은 인출된 대출금을 모두 상환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금융 약정서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사업에 참여한 한 곳의 금융기관이라도 인허가 미취득을 우려해 FPSO 투자에 손을 떼면, 사업 전체가 위태로워지는 구조다.

급격히 금융권에도 기후대응 기조가 형성된 것도 주요하게 작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 8월 FPSO 계약 체결 이후 투자 금융기관의 기후 정책이 상당히 진전됐다. 대주단으로 참여 중인 9개 금융기관 중, 한국산업은행과 싱가포르 클리포드 캐피탈을 제외한 7개 금융기관은 모두 ‘탄소중립 은행연합(Net-Zero Banking Alliance, NZBA)’에 가입했다. NZBA에 가입한 금융기관들은 파리협정의 1.5˚C 목표에 부합하는 경로에 발맞춰 최소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하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전환해야 한다. 이에 더해 프랑스의 나틱시스, 싱가포르의 대화은행, 네덜란드의 ABN암로, 라보뱅크 등 4개 금융기관들은 신규 석유·가스전에 대한 투자 제한 정책까지 도입한 상황이다.

국내외 기후환경단체들은 사업의 불확실성은 물론 신규 화석연료 사업 추진을 둘러싼 우려가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때 손실 우려 없이 빠져나올 것을 주문했다.

기후솔루션 오동재 연구원은 “한국산업은행은 대외적으로는 국내에선 첫 번째로 국제 환경·사회기준인 적도원칙(Equator Principles)에 가입했다고 홍보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현지 원주민들의 참여 및 협의가 배제된 가스전 사업에 대규모 공적 자금을 투입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비판했다. 또한 “한국 수소 경제의 첫 단추를 재생에너지가 아닌 화석연료 사업으로 끼우려다 보니, 되려 수소경제마저 위태로워지고 있는 구조”라고 우려했다. 오 연구원은 “사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는 현 상황에서 산업은행은 최대한 빨리 인출된 투자금을 회수하고 나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주 노던 준주 환경센터(ECNT) 나이시 가웬(Naish Gawen) 가스 캠페이너는 “현지 원주민들과의 사전 협의나 동의도 없이 신규 가스 사업을 추진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가스 업계, 금융기관, 투자자들은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추진될 시 바로사 가스전 사업은 해양 환경에도 중대한 문제를 일으킬뿐더러, 호주에서 가장 더러운 가스전 사업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프랑스 환경단체 리클레임파이낸스(Reclaim Finance) 루시 팡손(Lucie Pinson) 대표는 “이번 사업에 대한 은행들의 참여는 탄소중립 선언이 무의미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며 “프랑스 은행 나틱시스를 포함한 NZBA에 가입한 은행들은 기후 대응 선도 기업으로 보이고자 하지만, 은행들의 투자 행태는 그들이 여전히 파괴적인 화석연료 산업에 여전히 투자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와 같은 투자는 전형적인 위장 환경주의(그린워싱)며, 나틱시스를 포함한 NZBA 가입 은행들은 바로사 가스전 사업을 포함해 즉시 신규 화석연료 사업에 대한 투자를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