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재생에너지’ 바이오매스에 지급되는 과도한 REC 가중치 취소 소송 항소 기각돼
“기후변화ㆍ산림파괴 판단 없는 종결 아쉬워, 사법부는 정부 정책 바로잡을 최후의 보루”
지난달 26일, 서울고등법원은 산업통상자원부를 상대로 태양광 협동조합이 지난해 5월 제기한 바이오매스 발전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 취소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1일 원고에게 송달된 판결문을 입수해 확인한 결과, 법원은 ‘가짜 재생에너지’라는 국내외 숱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난 수년간 숲을 태워 온 바이오매스 발전을 개선할 책임을 외면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꾀한다는 현행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아래서 태양광·풍력보다 높은 수준의 보조금을 받아온(REC 가중치 문제) 바이오매스 발전이 탄소배출과 산림파괴를 가속한다는 근거는 차고 넘친다.
항소심 재판부는 바이오매스 발전에 대한 구체적 판단을 내리기에 앞서 원고인 태양광 사업자가 소를 제기할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 판결을 내렸다. 이번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엘프스 주신영 변호사는 “법원의 소극적인 판단으로 REC 가중치라는 중요한 행정적 결정의 위법성을 다툴 기회가 사실상 차단되는 것이 우려된다”며 “신재생에너지법은 REC 시장을 창출하고 거래시장의 형평, 수급조절, 가격 안정화 등을 목적으로 한 규정들을 마련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REC 가중치의 합리성을 다투기 위한 태양광 사업자의 원고적격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었음에도 각하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바이오매스 REC 가중치에 대한 위법성은 2020년에도 불거져 헌법소원으로 이어졌지만, 청구인 적격을 인정받지 못해 사전심사 단계에서 각하된 바 있다.
또 이번 판결은 기후위기 시대에 사법부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 보호의 수호자 역할을 하는 세계 경향과도 다르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에너지 분야는 국회나 시민사회의 개입이 제한적인 정부의 행정 행위가 많아 법원이 잘못된 정책을 견제하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한다. 지난 6월 영국 대법원은 유전 개발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석유가 연소할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업 승인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유럽인권재판소(ECHR)는 4월 스위스 정부가 기후위기에 적절히 대응하지 않아 청구인 여성 노인들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결국 각하로 끝을 맺은 이번 판결을 애타게 기다리는 동안, 기후대응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국내에서 바이오매스는 과도하게 높은 REC 가중치를 받아 2위의 재생에너지원으로 늘어났다. 정부 정책으로 지금까지 4조 원 이상의 REC를 바이오매스에 쏟아부은 결과, 5천만 톤의 나무가 사라졌고, 7천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었다. 정부는 새로 심은 나무가 배출된 탄소를 다시 흡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최소 수십 년이 걸리는 과정으로, 향후 10여년의 기후위기 대응 골든타임에 온실가스 배출을 오히려 늘릴 뿐이다.
이번 판결이 산업통상자원부의 무분별한 바이오매스 정책을 정당화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밝혀두고자 한다. 항소심은 바이오매스의 환경성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았고, 단지 소 제기의 자격을 판단했을 뿐이다. 지금 국제사회의 흐름은 바이오매스와 결별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2022년 호주는 산림바이오매스를 재생에너지에서 제외했고, 네덜란드는 올해 6월 모든 바이오매스 발전에 대한 보조금 중단을 선언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서 합의한 산림파괴 중단과 생물다양성협약(CBD)의 유해보조금 삭감 목표 모두 산림바이오매스의 끝을 가리킨다. 산업부는 이런 흐름을 거스르지 말고 올해 REC 가중치 정기 개편에서 바이오매스 가중치 일몰을 통해 ‘가짜 재생에너지를 지원하는 게 맞느냐’는 해묵은 논쟁의 마침표를 찍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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