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사회, 플라스틱 생산 감축 목표 논의 끝에 또 ‘결렬’
주요 생산국 중 하나인 한국, ‘생산 감축’ 지지 거부...책임 회피 논란 자초
정부의 ‘탈플라스틱 로드맵’, 생산 단계 아우르는 계획이어야
일회용 포장재처럼 꼭 필요하지 않은 플라스틱의 과잉 생산이 지구를 병들게 하고 있다. 2019년 기준 플라스틱 생산에서 발생한 온실가스 배출량만 약 22억 톤CO₂e에 달하며, 플라스틱 생산이 연 4%씩만 늘어나도 2050년까지 이 수치가 세 배 가까이 치솟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이처럼 플라스틱의 과잉 생산은 해양 오염은 물론 기후위기까지 악화시키고 있으며, 현재와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지구 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겠다는 국제적 목표는 허상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대응은 여전히 미흡하다. 구속력 있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 도출을 목표로 한 이번 INC 5.2 회의가 결국 아무런 유의미한 합의 없이 결렬됐기 때문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한국 정부의 태도다. 한국은 지난 INC 5 회의에 이어 이번에도 플라스틱 생산 감축 조항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2022년 기준 세계 5위 석유화학제품 생산국인 한국은, 플라스틱 생산으로 인한 오염과 기후위기에 막중한 책임이 있음에도 이를 외면한 것이다.
최근 한국 정부는 올해 안에 ‘탈플라스틱 로드맵’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밝혔다. 이 로드맵이 단순히 재활용 확대에 머문다면 아무 소용 없다. 생산 단계에서부터 불필요하고 과도한 플라스틱 생산을 줄이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명확히 설정해야 하며, 아울러 앞으로 계속될 국제 협상에서도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적극 촉구해야 한다. 이는 주요 플라스틱 생산국으로서 대한민국이 책임을 다하는 길이자, 공급 과잉으로 구조적 위기를 겪고 있는 국내 석유화학산업에 대한 현실적 출구 전략이기도 하다.
이번 협상 결렬은 끝이 아니다.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위한 국제사회의 여정은 이미 시작됐고 또 계속되고 있다. 직전 협상인 INC 5 부산에서 파나마가 제출한 플라스틱 감축 조항은 89개국의 지지를 받았고 지난 6월 유엔해양총회에서 채택된 ‘니스 선언’에는 전 세계 95개국이 플라스틱 생산 감축 목표를 공식 지지했다.
이번 INC 5.2 회의에서도 생산부터 소비까지 전 주기에 걸쳐 플라스틱을 관리하는 강력한 협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협상 9일차인 13일, 플라스틱 감축 조항이 빠진 의장 문안(chair’s text)이 공개된 직후 열린 전체회의에서 다수 국가가 이를 용납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회의장에 있던 각국 대표단과 시민사회 참석자들은 큰 박수로 호응했다. 비록 일부 국가의 반대로 이번 협상이 결렬됐으나, 한국 정부는 플라스틱 과잉 생산이 불러온 기후·환경 위기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 이를 통해 국제사회가 플라스틱 생산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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