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매 뒤에 숨은 강력한 온실가스, HFCs를 파고들다 ❄️
insights 2025-07-24
HFCs

냉매 뒤에 숨은 강력한 온실가스, HFCs를 파고들다 ❄️

기후솔루션 메탄 & HFCs 팀 박범철 연구원과의 인터뷰

박범철 연구원

포도씨레터는 기후 뉴스를 전하는 기후솔루션의 뉴스레터입니다. 이번 포스트는 7월 포도씨레터에 실린 기후솔루션 팀원 인터뷰입니다.


지구의 온도가 치솟는 뜨거운 여름, 에어컨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렸죠. 하지만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냉방 기기 속에 기후위기를 가속하는 강력한 물질이 숨어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이번 달 포도씨레터에서는 냉매의 한 종류인 HFCs(수소불화탄소)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루기 위해 기후솔루션 메탄 & HFCs 팀의 박범철 연구원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기후솔루션과의 만남: HFCs 업무에 뛰어들기까지

포도씨: 안녕하세요, 박범철 연구원님! 바쁘신 와중에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포도씨레터 구독자분들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범철씨: 안녕하세요, 저는 기후솔루션 메탄 & HFCs 팀에서 HFCs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박범철입니다. 기후솔루션에는 지난 1월에 합류하여 약 6개월 정도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에서 플라스틱 순환 경제 관련 업무를 다루다 환경 정책 분야에 대한 관심으로 기후솔루션에 합류하게 되었고, 지금은 기후위기 대응의 일환으로 HFCs 연구를 맡게 됐습니다.

포도씨: 공식 팀 이름이 '메탄 & HFCs 팀'이군요! 현재 계신 팀과 HFCs 업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범철씨: 저희 팀은 메탄과 HFCs를 각각 담당하고 있지만, 둘 다 '비이산화탄소 계열'의 '초강력 온실가스'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 함께 업무를 수행합니다. 초강력 온실가스라는 것은 이산화탄소보다 수십 배에서 많게는 수만 배까지 강력한 지구온난화 지수를 가진 물질을 의미합니다. HFCs 업무의 경우, 데이터 기반 연구와 보고서 작성,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언론 보도와 정책 세미나 개최 등 다양한 홍보 활동을 함으로써, 정책 관계자 및 이해관계자분들께 보고서 내용을 이해시키고 어필하여 정책 변화를 이끌어내는 전략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포도씨: 메탄 & HFCs 팀에서 HFCs 업무는 연구원님 혼자 담당하신다고 들었어요. 혹시 어려움은 없으신가요?

범철씨: 모든 것에 장단점이 있듯이, 업무를 혼자 담당하면 업무량 측면에서는 힘들 수 있으나, 혼자 일해서 얻을 수 있는 장점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다 자유롭고 유연하게 제가 구상한 일들을 직접 실행할 수 있는 기회가 보다 많을 수 있기 때문이죠. 앞으로 HFCs 업무가 더 주목받아 팀이 더 늘어나기를 기대합니다.

포도씨: 플라스틱 순환 경제 업무를 하시다가 기후솔루션에 합류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기후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범철씨: 제가 대학교 다닐 때 해양 생물학 프로그램에 참여했었습니다. 대서양을 항해하는 배 위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물 샘플을 채취할 때마다 현미경으로 끊임없이 미세 플라스틱이 보였어요. "문제가 정말 심각하구나"라는 것을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나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경험이 계기가 되어 환경 정책 연구를 하게 되었고, 어떻게 하면 플라스틱 오염을 체계적으로 줄이고 사회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기후솔루션에 합류하게 된 것은 한국에서 거의 유일하게 환경 전문성을 가진 조직 중 하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HFCs 업무와 접근 방식이 제가 OECD 환경국에서 환경 정책 연구원으로 일했던 방식과 유사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냉매, 폐냉매 회수와 같은 순환 경제 원리를 이용해 배출량을 최소화하는 정책 방식 등 내용적인 측면이나 연구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비슷한 점이 많아 한국에서도 이런 일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기후솔루션을 찾게 되었습니다.

포도씨: HFCs와 플라스틱 문제에 대한 해결이 방법론적으로 연관성이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범철씨: 100% 연관성이 있다고 볼 수 없지만, 연관을 짓는 것이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냉매 관리의 '전주기 관리'(생산-제조-판매를 넘어 회수-재생-재사용-최후 수단으로서의 폐기)는 플라스틱의 '순환 경제적 정책 솔루션'(생산 저감-사용-재활용 시장 활성화)과 유사한 접근 방식을 가집니다. 또한, HFCs와 플라스틱 모두 온실가스를 배출하여 기후 변화를 악화시킨다는 공통점이 있고, 둘 다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닌 인공적인 산업 공정으로 생산된다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HFCs, 왜 지금 주목해야 할까?: '초강력 온실가스'의 실체

포도씨: 기후위기를 이야기할 때 이산화탄소나 메탄이 주로 언급되는데, 우리가 HFCs에 주목해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범철씨: HFCs가 이번에 특히 더 주목해야 할 이유는 바로 국가 온실가스 통계 개편 때문입니다. 파리 협정에 따라 전 세계 국가들이 통계 체계를 개편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개편 전에는 HFCs 배출량이 적게 잡히고 있던 것이 개편 후 4배 이상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국내 통계 개편으로 숨어있던 HFCs 배출량이 약 2천만 톤이 넘는 엄청난 양이 드러난 것이죠. 현재 국내 HFCs 배출량은 우리나라 전체 농업 배출량보다 많고,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4.5%를 차지합니다.

이처럼 그동안 HFCs 같은 초강력 온실가스 관리가 소홀했고 통계에서 누락됨으로써 관리가 전혀 안 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HFCs는 7개 온실가스 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물질이며, 국내외 냉동·공조 기기 수요가 증가하면서 HFCs 사용량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것입니다.

포도씨: HFCs는 이산화탄소에 비해 지구온난화 지수도 훨씬 높다고 하셨는데, 정말 충격적인 사실이에요.

범철씨: 네, 맞습니다. HFCs는 하나의 물질이 아니라 여러 화학 공식이 다양한 물질들을 통틀어 이르는 카테고리입니다. 이 카테고리에 속한 물질들은 이산화탄소보다 적게는 수십 배에서 많게는 1만 2,400배 이상 강력한 지구온난화 물질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도 HFCs는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더 강력한 온실가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포도씨: 그렇다면 왜 지금까지는 HFCs가 이산화탄소나 메탄보다 주목받지 못했을까요?

범철씨: 사실 HFCs라는 물질이 교토 의정서나 파리 협약에 포함이 되어 있으나, 현재까지는 이산화탄소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주로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에너지 전환이나 화석 연료를 줄이는 것이 부각된 것 같습니다. HFCs는 최근 들어 다른 국제 협약인 몬트리올 의정서의 개정안인 키갈리 개정서에 HFCs가 추가됨으로써 지금까지 주목받지 못했던 비이산화탄소 물질들의 감축 중요성이 다시 한번 무대 위로 떠올랐다고 생각합니다. 키갈리 개정서는 HFCs 감축량을 명시하고 명확한 감축 스케줄이 있기 때문에, 나라들이 특정 물질을 줄이기 위해 유심히 보고 있는 것이죠.

보고서 발간의 의미와 한국의 HFCs 관리 현실

포도씨: 이번 보고서 <사람은 식히고 지구는 달군다? 인공냉매 HFCs가 불러온 기후위기의 역설> 주제를 선택하신 배경이나 내용적인 의도가 있다면 궁금합니다.

범철씨: HFCs라는 물질이 들어가는 냉동·공조 기기는 다른 제품들과 달리, 기후변화 적응의 일환으로 앞으로도 각국 정부들이 사용량을 늘려야 한다는 합의가 되고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냉동·공조 기기는 적정한 실내 온도를 유지함으로써 특히 적도 부근 더운 나라에 사시는 분들의 기후변화 적응 방식으로 사용되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감축이 아닌 오히려 앞으로 쭉 늘려나가야 할 제품인데, 역설적으로 제품에 들어가는 물질이 초강력 온실가스이면 앞으로 악순환이 발생합니다. 이런 악순환, 즉 "사람은 식히지만 지구는 달구게 되는" 것이 제 눈에 보였기 때문에 이런 보고서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포도씨: 보고서에서 한국이 키갈리 개정서 비준이 동아시아권에서 꼴찌고 OECD 국가 중에 최하위권이라고 언급되어 있었어요. 우리나라 비준이 이렇게까지 오래 걸린 배경과 이유가 혹시 있을까요?

범철씨: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정부 관계자가 아니기 때문에 100% 알 수는 없겠죠. 하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우리나라가 기후변화를 환경적인 이슈로만 생각함으로써 기후변화가 사회에 미칠 파장 효과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지 않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국제사회에서는 새로운 움직임이 활발한데,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HFCs 관련 국제 협약을 산업과 환경의 동떨어진 이슈로 본 것이죠. 즉, 좁은 시야로 이슈별로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 환경에 미치는 영향만 생각했기 때문에 국제적인 움직임에 대응이 늦지 않았나 추측해 봅니다. 다른 서양 국가들은 기후와 경제 부처가 합해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기후와 경제가 뗄 수 없는 관계임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정부 부처가 서로 동떨어져 있고 대화도 안 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벌어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포도씨: 프레온 가스가 예전에 오존층 파괴 문제로 HFCs로 대체되었는데, 당시에는 HFCs가 초강력 온실가스라는 개념이 없었던 건가요?

범철씨: 예, 그 당시에는 국제적으로도 HFCs 물질의 온실가스 영향을 충분히 생각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HFCs는 순전히 오존층 파괴 지수가 0이라는 이유만으로 프레온 가스를 대체할 탁월한 물질로 인식되면서 사용량이 늘기 시작했죠. 물론 기후 변화 이슈가 20세기에도 논의되었지만,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연구도 늘고 국제사회에서도 부각되면서 지금은 완전 주류화가 됐습니다. 몬트리올 의정서가 개정된 1987년 당시에는 아직 기후 변화에 관한 과학적 연구도 많이 증거 기반이 세워지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파리 협정 체제로 접어들면서 HFCs를 규제해야만 한다는 입장을 전 세계적으로 동의하고 있습니다.

HFCs의 대안, 자연 냉매

포도씨: HFCs 대체 물질로 자연 냉매를 제안하셨어요. 환경에 영향이 없고 HFCs에 비해 생산비가 저렴하고 에너지 효율성까지 높다고 했는데, 왜 아직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지 않을까요?

범철씨: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첫 번째는 우리나라가 아직 HFCs가 초강력 온실가스라는 사실을 모르는 관계자들이 너무 많습니다. 최근 저희 팀에서 업계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친환경 냉매 전환에 대한 설문조사임에도 불구하고 냉매를 왜 전환해야 하는지조차 모르는 분들이 상당수 계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생각엔 HFCs 업계 관계자분들이 오히려 정부 관계자분들보다 더 많이 알고 계시다고 생각합니다. 업계에서는 이미 서양이나 유럽, 미국에서는 HFCs를 자연 냉매로 대체하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HFCs 전환이 활발하지 않고, 주로 중소기업으로 이루어진 업체들은 전환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이 있습니다.

포도씨: 자연 냉매의 종류가 다양하던데, 이 중에서 가장 전환했을 때 적합하다 할 만한 냉매가 있을까요?

범철씨: 자연 냉매는 물질별로 인화성이나 유독성을 띠는 물질도 있어서, 냉동·공조 기기 어떤 용도에 쓰이느냐에 따라 적합한 자연 냉매가 상이할 수 있습니다. 용도별로 다 다르기 때문에 하나를 꼭 집어서 이것만 쓰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부각되는 자연 냉매로는 탄화수소 계열 프로판 냉매, 암모니아, 물, 이산화탄소 냉매가 있는데, 기술적인 한계 때문에 충분히 자연 냉매를 쓸 수 없는 용도도 아직 있습니다.

몬트리올 의정서의 교훈

포도씨: 이번 보고서 쓰시면서 연구원님이 개인적으로 가장 놀랐던 사실이나 감정적으로 와닿았던 대목이 있으셨을까요?

범철씨: 네, 있습니다. 바로 몬트리올 의정서의 성공과 업적입니다. 몬트리올 의정서는 흔히 전 세계에서 제일 성공적인 환경 협약으로 불리는데요. 프레온 가스가 오존층 파괴 물질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1세대 프레온 냉매도 이산화탄소 대비 수천 배에 달하는 강력한 지구 온난화 물질이었습니다. 몬트리올 의정서는 오존층 회복을 위해 체결되었지만, 현재 연구에 따르면 이 협약 덕분에 전 세계 온도 상승을 0.5도에서 1도까지 막아냈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유엔에서도 그렇게 홍보하고 있고요. 이는 저도 이전에 몰랐던 사실입니다.

몬트리올 의정서가 막아낸 온도 상승은 전 세계 국가들이 약속대로 매년 온실가스를 감축한 양의 5배에 해당하는 양입니다. 키갈리 개정서에 HFCs가 추가되면서, 만약 키갈리 개정서를 성공적으로 이행할 경우 추가적으로 0.5도의 온도 상승을 막는 효과를 볼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냉매 전주기 관리 체계까지 수립된다면 추가적으로 0.5도, 즉 총 1도에 달하는 온도 상승을 막아낼 수 있다고 하거든요.

몬트리올 의정서가 인류 역사상 제일 성공적인 환경 협약이라는 사실과 그 협약이 사실은 기후 협약이었다는 사실이 저에게는 굉장히 놀라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알고 좀 더 긍정적인 마음으로 기후 대응에 낙관적인 관점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HFCs 감축을 위한 우리의 노력: 정부와 개인의 역할

포도씨: 냉매와 관련해 정부나 시장은 이 부분에 대해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을까요?

범철씨: 정부가 움직이게 된 계기는 맨 처음에 말씀드렸던 통계 체계 개편으로 인해 HFCs 숨겨져 있던 배출량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작년 12월에 '수소불화탄소 관리 제도 개선 방안'이라는 정부 로드맵이 나왔는데, 이는 HFCs라는 온실가스에 대응하기 위해 내놓은 것이죠. 하지만 이 방안은 워낙 늦은 반응이었습니다. 키갈리 개정서에 따르면 이미 2024년부터 HFCs 생산 소비량이 동결된 상태이고, 우리나라는 2029년까지 10% 감축, 2045년까지는 80% 감축을 달성해야 합니다. 동결되는 해에 로드맵을 내놓은 것은 많이 늦은 감이 있어서 정부도 빨리 발맞춰 대체 냉매 전환과 전주기 관리 체계 등을 조속히 실행해야 합니다.

산업계에서는 물론 자발적으로 친환경 냉매의 필요성을 알고 전환에 나서야 합니다. 저희 연구에 따르면 국내 냉매 회수율이 매우 저조한데, 산업계에서 이를 자발적으로 높여 재생 냉매 시장을 창출하면 해외에서도 수요가 많아질 수 있습니다. 이는 순환 경제 컨셉을 기반으로 냉매 배출량을 최소화하면서 재생 냉매를 활성화시켜, 냉동·공조 업계의 산업 경쟁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포도씨: 보고서에서 여러 대안을 제안하셨는데, 긍정적인 측면과 아쉽거나 늦었다고 보는 측면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범철씨: 희망적으로 보이는 것부터 말씀드리면, 저희 업계 설문조사에서 국내 업계가 친환경 냉매 전환에 굉장히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였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친환경 전환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이 부정적인 답변의 3배에 달했는데, 대다수의 업계 관계자가 친환경 냉매가 업계 경쟁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것이 저희에게도 동력이 됩니다.

반대로 너무 늦었다거나 가능성이 낮다고 느끼는 점은, 저는 비교적 낙관론자에 가까워서 모든 것은 변할 의지가 있으면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늦은 것도 오히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제일 빠른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포도씨: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면 냉방을 줄여야 할까요? 에어컨을 끄고 냉장고 문 여는 횟수를 줄여야 하는 걸까요?

범철씨: 물론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것이 냉방뿐만 아니라 전체 에너지 사용을 줄임으로써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냉방 공조는 기후위기 적응의 일환으로서 완전히 없앤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냉방은 적절한 실내 온도를 유지하여 인간 사회에 꼭 필요한 편익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의료기관이나 식품 저장 용도 등에서는 목숨을 구제하고 식품 온도를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기후 변화에 취약한 더운 나라의 경우 에어컨 보급률이 낮아 중요한 적응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완전히 없앤다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건물 안에서는 에어컨을 평균적으로 엄청 세게 트는 경향은 있는 것 같습니다. 냉방병에 걸릴 정도로 에어컨을 트는 것은 반드시 좋을 수가 없기 때문에, 책임감 있게 잘 사용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포도씨: HFCs를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개인이 할 수 있는 방법도 있을까요?

범철씨: 개인적으로 기후위기 대응에 동참하는 것이 실제로 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최대한 기기를 쓸 때 온도를 너무 낮추지 않는다든가, 에너지 효율이 좋은 기기를 쓰는 것이 좋습니다. 냉동·공조 기기의 온실가스 배출 대부분은 사실 에너지 사용에서 나옵니다. 냉매 사용이 3분의 1이라면 에너지 사용은 3분의 2를 담당하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이 좋은 기기를 쓰는 것과 되도록 자연풍을 활용하는 방법 등이 개인이 활동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포도씨: 기후솔루션의 활동가로서, 그리고 보고서 작성자로서 이번 보고서가 기후위기 대응에서 어떤 역할을 했으면 좋겠는지 바라시는 점이 있다면요?

범철씨: 제일 중요한 건 에어컨에서 나오는 것이 초강력 온실가스라는 사실을 알림으로써 HFCs의 인지도를 상승시키고, 궁극적으로는 정책 변화가 제일 중요하다고 봅니다. 한국이 정책 변화를 일으키고 국제적으로 HFCs 감축에 책임 있는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대한민국이 세계 4~5위를 다투는 냉동·공조기 생산 수출국이기 때문에, 그에 맞게 HFCs 감축을 잘 이루어내서 국제사회에 책임을 다하는 나라로 바뀔 수 있도록 제가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포도씨: 우리나라 정부에 바라는 정책을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범철씨: 에어컨은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우리 모두에게 큰 편익을 제공하는 제품이며, 냉동·공조기기는 수많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업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후위기에 직면한 만큼, 하루빨리 온난화를 악화시키는 물질 사용을 멈추고 자연 냉매가 활성화되고 냉매 전주기 관리 체계가 확립된다면, 지구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고 쾌적한 실내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냉매 회수와 재생, 재생 냉매 시장 활성화로 추가적인 일자리 창출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경제 발전도 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좋은 기회입니다. 정책 결정자분들이 이 사실을 하루빨리 알아차리시고 이를 활성화시키는 정책을 마련하기를 기대합니다. HFCs 대체물질로의 전환과 박자를 맞춘 냉매 전주기 관리 체계 구축이 가장 핵심적인 정책이라고 생각하고, 저 개인적으로도 밀고 싶은 정책 패키지 중 하나입니다.

포도씨레터 구독자 여러분께 드리는 메시지

포도씨: 마지막으로 포도씨레터 구독자분들께 여름을 맞이해서 한마디 전해주고 싶은 게 있다면 자유롭게 부탁드릴게요!

범철씨: 제가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제 보고서 제목이 '사람은 식히고 지구는 달군다'이지만, 앞으로는 '사람도 식히고 지구도 식히는' 에어컨을 만들 수 있도록, 그리고 그런 제품이 주류가 되도록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젠 에어컨이 필수품이지만 꼭 필요한 경우 외에는 에어컨을 끄거나, 적정 온도로 설정하면 좋겠습니다. 에어컨 사용이 기후위기의 역설이 되지 않도록 말입니다. 또한, 에어컨 냉매는 전 주기적으로 샐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기술을 빠르게 발전시켜 냉매가 새는 것을 조기에 관찰하고 고칠 수 있는 체계적인 유지보수 및 회수 인프라를 갖춰 나가야 합니다.

 

포도씨: 오늘 정말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연구원님 말씀처럼 앞으로 우리가 HFCs의 심각성에 대해 인식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함께 노력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 인터뷰 감사합니다!


박범철 연구원과의 인터뷰, 어떻게 보셨나요?

냉매 뒤에 숨어있던 HFCs의 강력한 영향력과 기후솔루션의 노력을 알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몬트리올 의정서의 성공이 사실은 기후변화 대응에도 큰 기여를 했다는 점은 놀라웠습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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