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 된 헌법, 오늘의 기후에 답할 수 있을까?
insights 2025-07-09

37년 된 헌법, 오늘의 기후에 답할 수 있을까?

우리 삶을 지키기 위한 ‘기후헌법’, 이제 시작할 때입니다

최아영 변호사

우리 헌법의 나이를 아시나요?

대한민국 헌법은 1948년에 만들어졌고,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헌법은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만들어졌어요. 벌써 4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죠.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도 있는데, 우리 헌법은 그동안 한 번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우리의 삶은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무엇보다 기후가 크게 달라졌습니다. 산업 활동은 더 활발해졌고, 에너지 소비도 늘어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은 계속해서 증가했어요. 2024년에는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4℃ 상승했는데요, 이는 파리협정에서 전 세계가 합의한 ‘1.5℃ 상승 제한’ 목표를 처음으로 넘긴 해였습니다.

그만큼 폭염, 홍수, 산불, 가뭄 같은 기후 재난도 우리 일상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죠.

그렇다면 이렇게 달라진 기후 현실을 우리의 헌법 어디에, 어떻게 담으면 좋을까요?

헌법에 이미 ‘환경권’이 있다면서요?

맞아요. 현행 헌법 제35조에는 환경권이 규정돼 있어요. 하지만 이 조항이 만들어진 건 1980년입니다. 그땐 지금처럼 ‘기후위기’라는 개념조차 없었고, 탄소중립 같은 말도 등장하지 않았죠.

헌법재판소는 2024년 8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녹생성장 기본법」 제8조 제1항에 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국가의 기후위기 대응 의무가 환경권 범위 내에 있다는 점을 확인하였습니다. 그러나 여기서도 ‘안정적인 기후에서 살 권리’를 명확히 인정하지는 않았어요.

즉, 지금의 헌법은 기후위기를 제대로 다루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뜻이에요.

우리가 마주한 현실을 반영하려면, 이제는 ‘안정적인 기후에서 살 권리’, 즉 ‘기후권’을 헌법에 명시할 때가 아닐까요?

기후에 맞춰 헌법을 바꾼 나라들

이러한 논의는 우리나라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도 세계 각국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어떻게 헌법에 규정할 지를 논의하고 있으며, 이미 기후에 맞춰 헌법을 바꾼 나라들도 있어요.

에콰도르는 2008년 개헌을 통해 국가가 온실가스 배출과 삼림 벌채, 대기 오염을 제한해야 한다고 헌법 제414조에 못 박았습니다.

스위스는 헌법 제2조 제2항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국가 목표로 설정하였으며, 같은 법 제89조에서는 환경 친화적인 에너지 공급 노력 의무, 재생 가능한 에너지 이용 원칙 정립 의무, 재생 가능한 에너지 분야의 기술 개발 촉진 의무 등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2005년 개헌으로 프랑스 환경헌장이 헌법적 위상을 갖도록 했습니다. 프랑스 환경헌장에는 환경권, 환경 보전과 개선을 위한 참여 의무, 공공정책의 지속가능한 개발, 환경에 대한 정보접근권 및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공적 결정에 대한 참여권 등을 정하고 있어요.

이 외에도 쿠바, 룩셈부르크 등 여러 국가들도 헌법에 기후 대응 조항을 추가했어요. 세계 각국이 헌법을 통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이유는, 이 문제가 단순한 정책 수준이 아니라 국가의 존재 이유, 국민의 기본권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기후는 변하는데 헌법은 그대로여도 괜찮은가요?”

우리 헌법에도 기후위기 대응의 원칙과 방향이 분명히 담겨야 합니다. 이제는 단순히 환경을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 기후위기라는 시대의 과제에 응답하는 헌법, 다음 세대를 위한 약속의 헌법을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그래서 우리 기후솔루션은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된 ‘기후헌법’을 제안합니다.

 

헌법 전문: 기후위기 대응을 선언해요

헌법 전문은 헌법 전체의 방향과 정신을 보여주는 선언문이에요. 현행 헌법 전문에는 자유, 평화, 민주주의와 같은 큰 가치들이 담겨 있습니다. 지금은 기후위기와 탄소중립도 우리 시대의 중요한 가치가 되었지요. 아래와 같이 헌법 전문을 개정한다면 앞으로 법을 해석하거나 정책을 만들 때에 ‘기후위기 대응’이 중요한 기준이 될 거예요.

현행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중략)…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1948년 7월 12일에 제정되고 8차에 걸쳐 개정된 헌법을 이제 국회의 의결을 거쳐 국민투표에 의하여 개정한다.

개정안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중략)…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ㆍ환경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모든 사람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하고,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탄소중립 사회로 전환하고, 지속가능발전을 추구함으로써 우리들과 미래세대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1948년 7월 12일에 제정되고 8차에 걸쳐 개정된 헌법을 이제 국회의 의결을 거쳐 국민투표에 의하여 개정한다.


헌법 총강: 환경국가원리를 헌법에 새겨요

헌법 총강은 국가가 어떤 가치를 지향하고, 어떤 원칙을 바탕으로 정책을 펼쳐야 하는지를 헌법 차원에서 선언합니다. 이제 기후위기 대응도 일회성 정책이 아닌, 책임감을 갖고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국가의 원칙으로 삼는 건 어떨까요?

현행

제9조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ㆍ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

개정안

제9조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ㆍ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

② <신설> 국가는 환경을 보전하고 기후위기로부터 현재와 미래세대를 보호하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한다.


기후권과 환경권: ‘안정적인 기후에서 살 권리’를 인정해요

기후위기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생명권, 행복추구권, 일반적 행동자유권, 환경권, 평등권, 재산권 등 우리가 가진 다양한 기본권과 깊이 연결되어 있어요. 사람의 기본권을 정하는 헌법의 이 장에서 ‘기후권’을 새롭게 명시하고 환경권을 더욱 강화하는 것은 기후위기로부터 안전하게 살아갈 우리 모두의 권리를 명확히 인정받는 일입니다.

현행

제34조

①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②국가는 사회보장ㆍ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

③국가는 여자의 복지와 권익의 향상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④국가는 노인과 청소년의 복지향상을 위한 정책을 실시할 의무를 진다.

⑤신체장애자 및 질병ㆍ노령 기타의 사유로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⑥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제35조 ①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②환경권의 내용과 행사에 관하여는 법률로 정한다.

③국가는 주택개발정책등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개정안

<신설>

제00조 ① 모든 사람은 안정적인 기후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진다.
 ② 국가는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산업화 전 수준 대비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섭씨 2도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노력할 의무를 진다.  

③ 국가는 세대 간 형평을 고려하여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수립・시행하고 재생에너지 기술의 개발과 보급을 촉진하여야 한다.

제34조

①~⑥ 상동

<신설>⑦ 국가는 미래세대의 생존 보장을 위한 기후위기 적응 정책을 실시할 의무를 진다.

제35조 ①모든 사람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을 함께 누릴 권리를 가지며, 환경을 보전하여야 한다.

② <삭제 후 신설> 모든 사람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환경에 관한 정보에 접근하고,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

③ <삭제 후 신설> 국가는 생태계와 자연환경을 보호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관리하여야 한다.


대통령 선서: 대통령도 기후위기 대응을 약속해요

대통령이 국민 앞에 선서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국가가 어떤 가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약속입니다. 이 선서 조항에 기후위기 대응 의무를 담는다면, 대통령이 기후위기를 국가적 과제로 인정하고 국민 앞에서 그 해결을 약속하는 중요한 선언을 할 수 있겠죠. 비록 이 선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앞으로 정부가 기후 정책을 만들고 실행할 때 그 방향과 책임의 기준점이 되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현행

제69조 대통령은 취임에 즈음하여 다음의 선서를 한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개정안

제69조 대통령은 취임에 즈음하여 다음의 선서를 한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고 현재와 미래세대를 위해 생태계와 자연환경을 보전하며 탄소중립 사회를 실현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경제: 자원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관리해요

헌법 제120조는 자원은 중요하니까 잘 관리해야 한다는 원칙을 담고 있어요. 하지만 자연자원은 모두의 공동재산이며, 국가가 이를 미래세대까지 책임지고 보호할 의무가 있다는 원칙이 헌법에 명확히 담겨야 합니다. 이런 원칙이 들어가면 석탄이나 산림을 마음대로 개발하거나 낭비하는 건 헌법에 어긋나는 일이 됩니다. 결국 국가가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만들 때에도 자원을 무분별하게 쓰는 방식은 더 이상 선택지가 될 수 없는 거죠.

현행

제120조 ①광물 기타 중요한 지하자원ㆍ수산자원ㆍ수력과 경제상 이용할 수 있는 자연력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일정한 기간 그 채취ㆍ개발 또는 이용을 특허할 수 있다.

②국토와 자원은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국가는 그 균형있는 개발과 이용을 위하여 필요한 계획을 수립한다.

개정안

제120조 ①광물 기타 중요한 지하자원ㆍ해양수산자원ㆍ산림자원ㆍ수력ㆍ풍력 등 경제상 이용할 수 있는 자연력은 현재와 미래세대를 위하여 공동으로 향유해야 할 인류의 공통유산이므로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보전ㆍ개발되어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일정한 기간 그 채취ㆍ개발 또는 이용을 특허할 수 있다.

② 국토와 자원은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국가는 지속가능하고 균형 있는 개발과 이용을 위하여 필요한 계획을 수립・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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