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권거래제, 규제가 아니라 특혜였네요”
insights 2025-06-18

“배출권거래제, 규제가 아니라 특혜였네요”

온실가스 줄이라고 도입됐는데, 오히려 돈 벌 기회를 제공했다?

김다슬 연구원

여러분, 덴마크에서는 머지않아 소가 온실가스를 배출해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거 아셨나요?

지금 지구에는 인간활동으로 인해 온실가스가 대기중에 너무 많이, 오래 머무르고 있어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어요. 그래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소 트림에 세금을 매기는 것처럼 지구온난화로 인한 폭염, 폭우, 해수면 상승을 막기 위해 많은 나라들이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다행히 우리나라도 이러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함께하고 있어요. 2020년에 정부는 현재세대와 미래세대가 더 안전하고 풍요로운 삶을 누리게 하기 위해 “2050년까지 인간활동 때문에 온실가스 농도가 더 높아지지 않게 하겠다”고 선언했답니다.

정부는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맞게 기업들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도록 규제하고, 친환경 생산체제로 전환하도록 금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라는 제도를 2015년부터 운영하고 있어요. 탄소중립기본법 제25조에 따라 시장기능을 활용해 효과적으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죠.

배출권거래제는 '배출권'과 '거래제'를 하나씩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먼저, ‘배출권’은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티켓' 같은 거예요. 정부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1년에 한 번씩 이 배출권을 나눠주는데, 계획에 따라 유료로 팔기도 하고(유상할당) 무료로 주기도 해요(무상할당). 배출권의 양은 우리나라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맞춰지게 되어 있죠. 여기서 정부가 거둔 유상할당 수익금은 기후대응을 위한 재원 마련에 활용돼요.

'거래제'는 말 그대로 기업들끼리 배출권을 서로 거래할 수 있다는 뜻이에요. 만약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해서 배출권이 부족하거나, 반대로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해서 배출권이 남는 경우에는 배출권시장에서 배출권을 서로 사고팔 수 있어요. 즉,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할수록 시장에서 배출권을 더 많이 팔고 돈을 벌 수 있으니까 감축에 대한 일종의 '인센티브'가 생기는 셈이죠.

이 같은 배출권거래제, 겉보기엔 훌륭해 보이지만... 사실 심각한 문제가 있어요. 바로, 지난 10년 동안 정부가 '공짜 배출권'을 너무 많이 나눠줘 배출권을 서로 사고 팔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실제로 제도가 시작된 첫 해부터 지금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은 별로 줄어들지 않았는데도 '잉여 배출권'(남는 배출권)은 계속 생기고 있어요. 이는 애당초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낮게 잡고 기업들에게 너무 많은 배출권을 줬다는 걸 의미해요.

해외 상황은 많이 달라요. 유럽연합과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유상할당이 100%로 전기를 만드는 기업들은 배출권을 전부 돈 주고 사야 하는데, 대신 정부는 배출권 경매 수익으로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 설비로 전환할 경우엔 지원을 많이 해줘요. 기업 입장에선 온실가스 감축을 할 확실한 동기가 생기게 되죠.

하지만 우리나라는 전기를 만드는 기업들이 배출권의 10%만 유료로 사고, 나머지 90%는 공짜로 받고 있어요.

이런 상황 때문에 우리나라 기업들은 국가로부터 감축해야 할 동기 대신, 감축 노력 없이도 남은 배출권을 시장에 팔아 이익을 보는 특혜를 받고 있어요. 2012~2022년간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제자리걸음이지만, 2024년 한 해에만 남는 배출권이 7762만톤(판매 시 약 8000억원 상당)에 달했다고 해요.

정부는 올해 제4차 배출권거래제의 배출허용량, 유∙무상 비율 등 세부기준을 규정하는 중대한 업무를 맡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함과 동시 기후대응 재원을 마련하는 유일한 제도를 향후 5년동안 어떻게 운영할지를 정하는 일이 에요. 기후솔루션의 분석에 따르면 2026년부터 공짜 배출권을 줄이고, 유상할당 비중을 전폭적으로 확대(발전 부문 100%, 발전 외 20~60%)할 경우 2040년까지 연평균 배출권가격이 톤당 7만원대로 ‘정상화’ 되고 누적 557조 원의 유상할당 수입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돼요. 다른 말로, 연평균 37조 원을 지원이 시급한 재생에너지, 그린수소, 저탄소 기술 개발, 일자리 전환 등 기후대응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어요.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는 지구에서 모든 국민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살 권리를 지켜주겠다는 국가의 약속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일반 시민들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자발적으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종량제 봉투를 구매해 쓰레기를 “배출”하고 있어요. 이제부터라도 국가는 기업에게 공짜 배출권이라는 특혜를 주는 대신, 배출권거래제 개편으로 감축을 위한 명확한 규제와 전환을 위한 지원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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