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5년 석탄발전 정리에 1.8조원…작년 1분기 석탄유지 비용 증가분보다 적어
독일·미국·남아공·ADB처럼 한국도 ‘전환금융’으로 석탄자산 정리 비용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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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금융을 마련해 국내 석탄발전을 2035년까지 조기 폐쇄하는 게 석탄발전을 유지하는 데 발생하는 추가적인 비용보다 오히려 더 저렴하다는 연구가 나왔다. 석탄발전이 저렴하고 에너지안보에 중단기적으로는 필요한 에너지원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반박할 수 있는 내용이다. 이번 연구로 국내 온실가스 배출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석탄발전이 내세우는 마지막 보루인 ‘가성비’조차 성립되지 않음이 분명해졌다.

2일 기후솔루션은 위와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 ‘파리협정에 부합하는 탈석탄 및 자산 정리 방안’을 발간했다. 보고서는 국내 모든 석탄발전을 2030년대까지 폐쇄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금융을 지원하자는 일명 ‘전환금융’이라는 방법론을 제시한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석탄화력발전소들을 기대 수명보다 일찍 폐쇄할 때 사업자들이 조기폐쇄에 대한 보상으로 어떠한 금액을 기대할지 추산했다. 이 과정에서 현재 정부 정책 배출규제 시나리오와 빠른 탈석탄 시나리오에 따른 발전소별 이용률 전망을 바탕으로 회계법인에 석탄발전소 가치평가 및 미래 현금흐름 추산을 의뢰했다.

보고서는 독일, 미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아시아개발은행처럼 정책금융 및 민간금융을 바탕으로 빠르게 탈석탄에 나선 전 세계 전환금융 사례들을 소개한다. 막대한 자본이 집약된 석탄발전자산을 사업자의 자발적인 의지만으로 조기폐쇄를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 정책금융을 활용해 금융적 이해관계를 청산하고 석탄발전소 문을 닫게 했다. 한국 역시 이처럼 발전소 자산정리로 빠른 탈석탄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발전사업자의 반발을 최소화하고 파리협정에 부합하는 탈석탄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전환금융을 도입하는 게 좋은 선택지라는 것이 보고서 주된 취지다. 

보고서는 국내 모든 석탄발전소를 2030년과 2035년까지 폐쇄할 경우 발생하는 자산정리 규모를 추산했고, 그 결과 2035년 기준 총 1.8조원으로 모든 석탄발전소 조기폐쇄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1년 1분기 대비 2022년 1분기에 석탄발전 정산으로 증가한 2.9조원보다도 적은 금액이다. 다시 말해, 석탄발전소들 운영에서 발전비용을 보전하는 데 발생하는 비용과 비교하면 전환금융으로 2035년까지 탈석탄하는 게 오히려 재무적으로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석탄발전소의 조기폐쇄가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석탄발전에 제공되는 모든 기금과 수익이 다른 화석연료에 투자되지 않고 반드시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 투자되어야 한다고 보고서는 강조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재생에너지가 석탄, 원자력 등 재래식 발전원보다 비싸게 여겨지는 까닭은 재생에너지에 대한 정산 가격을 화석연료 발전에 연동시키는 전력시장 규제 때문이다.




 

동시에 전환금융 도입으로 정의로운 전환을 조건으로 걸어야만 한다. 조기 탈석탄으로 얻을 수 있는 사회적 비용을 지역사회의 일자리 및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 

보고서는 석탄발전을 위한 자산정리 기금 운영주체로는 국책금융기관을 제안한다. 특히 산업 구조조정에 경험이 있는 산업은행 등 공적 금융기관이 기후위기대응기금과 같은 방식으로 조기 탈석탄에 적합한 방법을 설계할 수 있다. 또한 보고서는 사업자의 자산정리 규모를 산정한 것에 머무르는 만큼 석탄발전 퇴출 지역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어떤 지원 방안이 필요할지는 후속 논의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보고서는 탈석탄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데 첫 단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석탄자산 처분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선결하는 것을 시작으로 정의로운 전환, 재생에너지 확대에 필요한 자금 조달 등 남은 문제에 대해 정부, 기업, 시민사회단체 등이 함께 후속 논의를 이끌어 낼 것으로 기대된다.

기후솔루션 이석영 연구원은 “전환금융이 조속한 탈석탄에 유용한 정책도구이지만, 탈석탄 목표 연도를 앞당기는 기후정책이 동반되어야만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면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탈석탄 연도를 앞당긴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자산정리 범위, 규모, 방식 등에 대해서도 사업자뿐만 아니라 노동자, 지방자치단체, 시민사회단체 등 이해당사자들과의 투명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