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국내외 44개 기후단체,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기후리더 역할 해달라” 서신 발송

“기후위기 대응에도 삼성그룹 명성에 어울리는 책임과 역할 요청”

3가지 요구 사항 전달…포괄적 탈석탄 정책 수립·RE100 달성·바이오에너지 투자 중단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집단에서 전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한 삼성그룹이 그 명성에 걸맞게 기후위기 대응 수준을 높이고, 글로벌 기후 리더로서 선도해줄 것을 요청받았다. 지구의 날인 22일, 국내외 44개 기후환경 시민사회단체들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삼성그룹의 주요 간부들에게 위와 같은 취지로 서신을 발송했다. 기후환경단체들은 기후위기 극복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제조업 계열사와 금융 계열사를 포함한 삼성그룹에 지속가능한 미래를 이끌 혁신과 목표 강화를 요청했다. 

 

기후단체들이 삼성그룹에 구체적으로 요구한 것은 크게 3가지다. 첫째, 신규와 기존 석탄 관련 사업을 대상으로 모든 금융 자회사의 포괄적인 탈석탄 금융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해외 주요 금융기관이 구체적인 탈석탄 정책을 마련해 석탄 손절에 나서고 있는 것처럼, 삼성 그룹 역시 파리협정의 기후 목표에 맞춰 석탄 관련 자산을 처분할 계획을 세우고, 2050년까지 자산 포트폴리오 탄소중립을 달성할 것을 요청했다. 

 

두 번째는 삼성의 국내 전체 공급망과 운영 과정에서 소비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것이다. 삼성이 야심 찬 기후 목표를 세우고 이루려면 RE100을 달성하는 것부터다. 국내에서 재생에너지를 충당하기에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도 있어서 전력시장을 비롯한 관련 정책 등 제반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 기후단체들은 삼성과 시민사회가 협력하면 다른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소비를 촉진할 수 있으며, 재생에너지 투자자들에겐 올바른 재생에너지 가격 지표를 제공하는 동시에 더 나은 전력시장을 조성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마지막은 바이오에너지 원료 사업을 철수하고, 팜유 생산∙무역 사업 확대 및 투자를 즉각 중단하겠다는 선언을 해달라는 것이다. 바이오매스 활용이 화석연료만큼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고, 전 세계 곳곳에서 산림파괴를 유발해 탄소저장 능력을 저해하고 생물다양성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기후단체들은 신규 바이오매스 원료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고 공급망 전반에 걸친 환경·인권 실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기후단체들이 삼성에 서신을 보낸 배경은 기후위기 대응의 시급함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는 지구에서 인류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45% 감축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시점에선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이 오히려 14%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불가역적인 전 지구적 재앙을 막기 위해선 에너지 부문이 화석연료 의존에서 빠르게 벗어나야 한다.

 

삼성에 서신을 보낸 이유도 각별하다. 삼성이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기후환경단체들은 "삼성은 혁신과 지속가능한 미래의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 갈 거대한 잠재력이 있습니다"라며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저희는 삼성그룹이 다음 사항을 약속할 것을 강력히 요청합니다"라고 밝혔다.

 

케이트 데안젤리스, 미국 지구의 벗(Friends of the Earth) 국제 금융 프로그램 매니저

“전 세계 기업과 정부가 진지하게 기후 행동에 나서야 할 때가 왔다. 그럴듯한 성명과 정책으로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이 아니라 삼성과 다른 기업들은 화석연료에서 벗어나 깨끗하고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 전 세계가 이들의 역할에 달려있다.”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

“삼성은 국내에서 재생에너지 확대를 이끌어낼 수 있는 막대한 잠재력이 있다. 삼성은 지속가능성에 대한 논의를 열고, 재생에너지 조달을 가로막는 전력시장에서의 규제 장벽을 허물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정진영,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사무국장

“삼성은 호주 아다니 석탄 항만 사업 투자를 현지 시민단체와 청소년들이 삼성불매운동에 나서자 철회한 바 있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으로서는 과감한 결정이고 탈석탄 ESG경영의 진정성을 엿볼 수 있었다. 이에 더해 삼성이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더 큰 도약을 해줄 것을 요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