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논평] 삼성전자 재생에너지 100% 전환(RE100)에 박수 정부는 재생에너지 목표 하향 악수 2022-09-15

[SFOC] NEWSROOM BANNER_original_대지 1 사본 13

삼성 ‘재생에너지 전환’ 신호탄 쏴…국내 산업계 전반 RE100 확산의 계기 되어야

재생에너지 목표 오히려 하향한 정부… 정부의 기조 변화 없이 진정한 RE100 달성 힘들어

 

삼성전자가 15일 2050년까지 자사 소비 전력을 전량 재생에너지로부터 충원하겠다는 RE100을 선언했다. 기후솔루션은 전 세계 380개 기업이 참여한 RE100에 국내 시가총액 1위이자 글로벌 브랜드 가치 5위 기업인 삼성전자의 합류를 고무적인 일로 평가한다. 국내 전력소비량 2위 기업인 삼성전자의 RE100 합류는 국내 산업계 전반의 기후대응 기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삼성의 탄소중립으로의 야심 찬 계획을 환영하고 다른 기업의 RE100 동참을 기대하는 이 시점에 우리는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정부의 기조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기업의 재생에너지 전환 선언이 목표를 진정 달성하려면 재생에너지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충분히 공급받을 수 있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정부는 불과 2주 전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을 30.2%까지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21.5%로 대폭 하향했다.


더 많은 기업이 RE100에 가담해 재생에너지 수요가 커질 전망이 짙은 와중에 나온 이 발표에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에 얼마나 적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실질적인 RE100 달성은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는 물론이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전력계통 환경을 얼마나 조속히 마련하는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국내 태양광과 풍력의 발전 비중은 4.7% 정도에 불과하며, 이는 G20 국가들 중에서 꼴찌 수준이다. 반면 석탄발전 비중은 2030년까지 21% 이상으로 고수하겠다는 게 정부의 심산이다. 여러 국제기구와 연구소가 2030년 1.5도 기후목표를 충족하기 위해선 석탄발전을 감축해야 한다고 누누이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수요는 늘고 있는데 재생에너지 공급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기업이 택할 수 있는 선택은 녹색프리미엄 등이다. 녹색프리미엄은 기업이 기존의 같은 전기를 구매하면서 녹색 전환에 쓰일 웃돈을 얹어 주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 웃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보다 합리적인 방식은 에너지 수요자가 재생에너지 공급자와 직접 전력구매계약(PPA)를 맺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이 역시 여러 규제와 제약 등으로 활성화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의 RE100 선언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소비 전력을 어떻게 탈탄소화 시킬 것인지는 불분명한 상황에 놓여 있다. 문제는 결국 우리의 낙후된 전력산업 구조에 있다. 화석연료를 우대하는 기존 전력시장 환경을 재생에너지도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환경으로 개선해야 한다. 현재 전력계통에서 보상 및 계통접속은 전력거래소 산하의 전력시장운영협의체, 이사회 및 회원총회 등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화석연료 자산 중심의 한국전력공사(한전) 및 발전자회사들이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전력거래소의 거버넌스를 독립적으로 만들고, 나아가 한전의 발전부문과 계통부문 사이의 재무적 연결을 차단하는 등과 같은 조치가 있어야 재생에너지 확대가 가능할 것이다.

 

삼성전자의 RE100 선언이 늦은 감도 없지 않다. 삼성전자는 진정한 재생에너지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각오와 책임감으로 RE100 이행을 위해 필요한 조처와 낙후된 전력산업 개선에 대한 대책 마련을 정부에 적극 요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