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정책 [논평] 기후위기 심각성 인식한 정부, 그에 준하는 대응에 나서야 해 2023-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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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피해로 정치권에 기후위기 인식에 느낌표…기후 대응은 여전히 물음표
자연재해 근본 원인은 온실가스 배출…화석연료 의존 낮출 정책 마련 시급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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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 이례적인 수해로 많은 이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중부지방에 거듭된 강한 폭우로 지금까지 50여 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고 폭우 피해는 1만 건을 웃돌았지만, 장마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강한 집중호우로 패턴이 바뀌면서 학계에선 장마를 우기라고 표현해야 한다는 논의마저 진행되고 있다. 충격적인 소식은 해외에서도 들린다. 7월 초 지구 평균기온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고, 세계 각지에서 일상화된 이상기후는 다양한 형태로 시민들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기후변화에 따라 앞으로 더 큰 재난이 빈번해진다는 것이다.

정부도 이번 장마가 심상치 않음을 잘 알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8일 국무회의에서 “기후변화 상황을 늘상 있는 것으로 알고 대처해야지 이상현상이니까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인식은 완전히 뜯어고쳐야 된다”라고 발언하는 등 몇 차례 기후변화를 언급했다. 또 기후위기 재난과 관련된 총리 직속 민관합동 상설기구 설치를 논의하고 있다. 몇 년 사이 되풀이된 수해로 정치권 역시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의 심각성을 절실히 느끼게 됐다. 덕분에 자연재해 대비와 사회 안전망 확충에 대한 논의는 시급히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자연재해를 어쩔 수 없는 일로 판단하고 재난에 대비하는 것만이 우리가 이 격렬한 자연의 경고를 대하는 올바른 자세일까.

기후위기 재난에 대한 인식을 넘어 기후위기의 근본 원인을 막을 직접적 행동이 필요하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6차 종합 보고서는 향후 10년이 골든 타임이라며 그 기간의 기후대응 수준이 인류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지구 기온 상승에 근본적인 원인인 온실가스를 어떻게 감축할 것인지에 전에 없던 관심과 행동이 요구된다. 기후변화의 주범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 중 75%를 차지하는 화석연료이다. 정부가 진정 기후변화의 고삐를 잡으려면 재난 대책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화석연료 의존을 빠르게 끊어내야 한다. 

한국은 해외 화석연료 사업 투자 규모는 일본에 이어 전 세계 2위며, 7번째로 가는 온실가스 다배출 국가다.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으로는 중국, 인도, 일본, 독일보다 많다. 철강, 석유화학 등 탄소 집약적 산업이 국가 경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한국이 향후 주요 먹거리가 될 반도체 산업 역시 필요한 전력 대부분을 화석연료에서 얻고 있다. 전 세계가 기후위기로 신음하는 데 한국은 적지 않은 책임이 있다. 그러나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에 느긋하다 못해 매우 뒤처져 있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대통령 산하 기구인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내놓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에서는 석탄발전을 비롯한 화석연료 사용 중단에 관한 계획이 불투명하다. 되레 수소와 암모니아를 빌미로 화력발전 수명을 연장할 계획을 포함했다. 여전히 공적 금융기관 및 국민연금은 가스와 석유 등 신규 화석연료 사업에 적극 투자 중이다.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재생에너지 확대 경쟁에 나섰음에도 한국은 재생에너지 목표를 이전보다 10%p 가까이 하향하며 산업계의 RE100 달성 및 에너지 전환에 빨간불을 켰다.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지만, 정책을 뜯어보면 탄소 중독을 끊어낼 특단의 조치는 없다.

한국은 화석연료에서 벗어날 재정적, 인적, 기술적인 능력이 있다. 다만 부족한 것은 빠른 에너지 전환을 추진할 정치적 의지와 정책이다. 한국은 온실가스 다배출 국가로서 책임감을 고려하고 경제 강국이라는 국제적 리더십을 다하기 위해 2030년까지 탈석탄을 달성하고, 2035년까지는 가스발전을 단계적으로 퇴출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앞장서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체계를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하려면 신규 화석연료 사업에 금융지원을 중단하고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전환을 위한 제도적, 금융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정부가 기후변화는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님을 인식했다면 다음 할 일은 명확하다. 주요 국가들이 앞다투어 추진하는 것처럼 화석연료 의존을 끊고, 탈탄소 사회로 전환하는 것이다. 우리가 적극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지 않는다면 지구가 보내는 진정한 경고를 외면하는 처사가 될 뿐 아니라 홍수, 가뭄, 열파 등 기후변화로 인한 각종 재난에 모든 사회 구성원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