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소송 [논평] ‘그린워싱 과태료’ 조항 신설을 계기로 환경부·공정위는 보다 큰 경각심으로 방지에 나서야 2023-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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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솔루션 ‘그린워싱 광고’ 소송 이은 환경부의 300만원 과태료 신설 계획 환영

그러나 일단 배포하면 효용을 거의 누리는 광고 특성상 보다 적극적 접근 필요

강력한 제재 조치 마련한 국외 사례 참조해 ‘그린워싱 면죄부’ 안되게 주의해야

 

환경부는 최근 기업의 그린워싱[1] 광고에 대한 과태료 조항을 새로 만들기로 했다.[2] 해당 내용을 담은 환경기술산업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에 발의되었다. 기후솔루션은 우선 과태료 조항 신설을 당국의 강력한 규제의지 표명으로 풀이하고 환영한다. 지금까지 그린워싱 광고에 대한 처분은 소비자 오인을 유의하라는 행정지도를 내리는데 그쳤다. 이런 행정지도는 강제력이 없고 이행하지 않더라도 아무런 불이익이 없다(행정절차법 제48). 행정지도 외에 환경기술산업법상 시정조치(법 제16조의 12)가 있는데, 이 조치는 광고를 이미 중단한 경우에는 실효성을 갖기 어려우며, 과징금 금액이 높고 광고에 따른 이득을 감독기관이 증명하기 어려워 잘 활용되지 않았다(법 제16조의 13). 이번 과태료 신설은 이런 기존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 당국이 여기에 안주해선 안 될 것이다. 최근 기업들이 친환경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앞다투어 친환경 광고를 게재함에 따라, 그린워싱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그린워싱 광고는 제품, 사업의 구체적인 탄소배출 정보는 주지 않으면서, 탄소중립, 친환경 등 긍정적인 문구를 일방적으로 전달한다. 또는 수소, CCS(탄소 포집 및 저장) 등 아직 기술 개발 수준 낮거나 상용화되기 전인 불확실한 기술로 소비자를 눈속임하고 있다.

 

감독기관인 환경부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이런 그린워싱의 문제점을 정확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표시광고법(법 제3) 및 환경기술산업법(법 제16조의 10)은 제품의 효능, 성분을 허위, 과장 또는 기만하여 표시, 광고하는 경우에 주로 적용되었다. 그런데 현실에서 그린워싱 광고는 제품을 넘어, 기업 전체의 이미지 또는 사업(계획)의 홍보를 위해서도 이용된다. 기후 위기가 고조되면서, 화석연료 기업 등 탄소 배출기업들은 ‘기후악당’ ‘나쁜 회사’ 같은 부정적 이미지로 연결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기업이 에너지 전환보다는 미래의 막연한 탄소중립 약속이나 친환경 상품, 이미지 광고에 큰 비용을 쏟고 있다. 과거 담배광고 경우 건강상 유해성에도 불구하고, 유명 영화배우들이 출연하는 광고를 통해 담배가 질병 대신 해방의 이미지를 확보하였던 예를 보여준다.

 

환경부와 공정위는 위법적인 그린워싱 광고의 효과는 일단 배포되고 나면 돌이킬 수 없다는 점을 반드시 전제하고서 이 문제에 접근하여야 할 것이다. 환경부는 SK엔무브() (, SK 루브리컨츠 주식회사)의 탄소배출권에 기반한 탄소중립 윤활유 제품 광고에 당초 시정명령을 하였다가, 지난해 12 27일 최종적으로 행정지도로 완화한 처분을 한 바 있다. SK엔무브()가 시정명령 후 소명 기간 동안 제품 광고와 판매를 이미 중단한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배포 뒤 돌이킬 수 없는 광고의 특성을 간과한 면이 있다.

 

기업은 그린워싱 광고를 이미 배포한 다음에는, 사후적인 광고 중단과 무관하게, 광고의 효용과 이익을 거의 모두 누릴 수 있다. 근래에는 알고리즘 마케팅과 결합해 기업은 매우 빠른 속도로 타깃 소비자들에게 광고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반면 광범위하게 형성된 소비자들의 오인, 나아가 기업 전체 이미지 구축 효과는 쉽게 주워담을 수 없다. 인터넷에 명예훼손 문서가 작성되어 게시되고 나면, 설령 그 게시물을 삭제한다고 해도 이미 명예가 훼손된 결과를 되돌릴 수 없는 것과 같다. 게다가 행정지도는 강제력이 없어 실질적으로 소비자 오인을 내버려두는 조치가 된다. 실제로 GS칼텍스 경우 행정지도 대상이 된 탄소중립 원유 광고를 유지하고 있다.

 

기후솔루션은 지금까지 그린워싱에 제동을 걸고 규제기관의 역할을 촉구하기 위하여 여러 소송을 제기해 왔다. 2021년 국내 화석연료 그린워싱에 대해선 첫 사례로서 공정위와 환경부에 SK E&S의 그린워싱 광고신고를 진행했다. SK E&S는 호주 바로사 가스전 개발 사업을 통해 이산화탄소가 제거된 LNG를 생산할 것으로 홍보하였으나 현재 탄소포집기술의 한계에 비추어, LNG 생산공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전부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공정위는 무혐의 결정을 내렸으나, 환경부는 소비자 인식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행정지도를 내렸다. 한편, SK E&S는 행정지도 이후에도 6개월간 후속조치를 이행하지 않았고, 국정감사에서 환경부의 후속조치 점검 결과 요구가 있자 그 다음 날 광고를 수정하였다.

 

또한 기후솔루션은 지난해 SK엔무브(, SK루브리컨츠)탄소중립 윤활유’ 광고를 그린워싱으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당시 해당 광고는 탄소중립을 내세웠음에도 자발적 탄소배출권의 한계나 실제 감축량을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이후 환경부는 표시∙광고 위반 조사를 하여 지난달 8일 행정지도를 내렸으며, 공정위는 그린워싱 판단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환경 관련 표시∙광고에 관한 심사지침 개정 준비에 착수했다. SK엔무브는 해당 광고와 제품 판매를 모두 중단한 상태이다. 이런 그린워싱에 대한 감시 활동은 환경부의 그린워싱 과태료 신설, 그린워싱 가이드라인 마련 등 구체적인 법 제도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한편, 국외에는 허위, 과장 광고에 대한 규제에서 나아가, 화석연료 관련 제품에 대한 광고 일체를 제재하는 선제 조치로 나아가는 국가들도 있다. 프랑스는 지난해 8월부터 석탄∙석유 관련 제품에 대한 광고를 금지했으며, 천연가스 광고는 올해 6월부터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1년에는 그린워싱에 대하여 허위 홍보 비용의 80%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처벌 수위를 강화한 바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시 역시 화석연료 관련 광고를 공공시설에서 시행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네덜란드 소비자시장국(ACM)은 제품의 지속가능성에 대하여 소비자를 오인하게 하면 90만 유로(12억 원) 이하 또는 총매출액의 1%에 해당하는 과징금과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런 시대 변화에 발맞춰 우리나라도 그린워싱 방지의 고삐를 죄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당국의 철저한 그린워싱 광고 단속 의지가 있어야 신설한 과태료가 ‘저렴한 그린워싱 면죄부’로 전락하는 사태를 피할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 환경부의 규제의지가 어느 정도로 강도 높게 표현될 것인지는 올 하반기 발표예정인 환경부 그린워싱 방지 가이드라인에 귀추가 주목된다.

 

[1] 기업이 실제로는 환경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제품을 생산하면서도 광고 등을 통해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내세우는 행위

[2] 환경부, 기업 '그린워싱' 막기 위해 과태료 신설 https://www.ytn.co.kr/_ln/0103_2023013114062615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