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정책 [논평] 기후위기가 곧 ‘민생 위기’···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에서 탄소중립 목소리 높여야 202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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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 안보, 산업 경쟁력, 물가 상승 등 기후위기로 인한 민생 현안 산더미

기후위기 적응만으로 민생 위기 해결 부족, 탄소중립 로드맵 이행도 시급

국정감사, 탄소중립 달성 위한 전력시장 개편 및 재생에너지 확대, 화석연료 기업 투자제한 등 분야별 의제 다뤄야

 

오는 10일부터 21대 마지막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매년 국정감사가 시작되면 국회에선 ‘민생정치’를 강조한다. 민생(民生)이란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를 말한다. 민생의 한자어 풀이는 ‘생명을 가진 백성’으로 다시 말하자면 시민의 생명, 즉 삶과 일상을 지키는 것이 곧 민생정치다. 

민생의 기본은 ‘먹고살기’이다. 지난 여름, 우리나라는 북태평양 지역에서 제1호 태풍 ‘상우’를 시작으로 총 10개의 태풍을 겪었다. 태풍의 양상은 이전과는 사뭇 달랐다. 기후위기로 한반도 태풍 진로가 불확실해져 예측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상륙한 2023년 제6호 태풍 카눈은 중국 방향으로 이동하는 듯하다가 갑작스레 일본 규슈 지방을 향하더니, 다시 한번 급회해 한반도를 강타했다. 예측할 수 없는 태풍의 진로로 미처 대비하지 못했던 농지는 물바다가 되었고, 우리의 식량안보 문제가 불거졌다. 2021년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년 식량자급률과 곡물자급률 수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은 약 20%로, 80%의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주요 쌀 수출국인 인도가 가뭄과 폭우로 쌀 수출에 빗장을 걸어 잠갔고, 호주 또한 곡물 수출 제한을 검토하고 있어 식량안보는 더욱 큰 위기에 처했다.

식량 문제뿐만 아니라 산업계에서도 기후위기로 인한 수출 적신호가 켜졌다. 주요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탄소규제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23년 6월 30일 기준 전 세계 28개국에서 총 201건의 수입규제 조치가 시행되고 있으며, 최근 EU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시행이 본격화되면서 산업의 탄소 배출이 많은 우리나라의 경우 ‘무역장벽’ 위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산업계가 탄소 감축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한국 경제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렇듯 기후위기는 환경 문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경제와 민생과 직결된 문제인 것이다. 이에 정부는 지속적으로 기후위기 '적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의 역할은 이런 위기에 대한 ‘적응’에 그쳐선 안 된다. 기후 위기 문제의 근본 원인을 고치지 않는 이상 더 큰 재난은 지속적으로 올 것이다. 전 지구 온도 상승으로 폭염, 한파, 산호 소멸, 물부족, 대규모 기상이변, 해수면 상승 등은 더욱 극심해질 것이고, 여기서 비롯한 경제 위기, 물가 상승 등 사회적 파장은 고스란히 국민이 안게 될 것이다. 이러한 민생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선 원인에 대한 해법, 바로 ‘탄소중립’을 마땅히 달성해야 한다. 따라서 국회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식량 안보, 산업 경쟁력, 물가 상승 등 기후위기로 인한 민생 현안 해결에 나서는 한편, 정부가 2050 탄소중립 로드맵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 감사하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기후위기의 주요 원인인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는 ‘에너지 전환’이 필수적이다.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EU 주요 회원국들이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치를 상향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를 하향 조정해 글로벌 주요국들과의 재생에너지 목표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이기 위해 한국의 화석 연료 발전을 우대하고 있는 전력시장 구조 개편에도 집중해야 한다. 또한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전력망과 인허가·출력제한 등의 인프라 개선 의제를 반드시 다뤄야 하며, 한국전력공사의 자회사인 발전 공기업들이 공언한 재생에너지 사업을 적극 이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감사도 필요하다. 

탄소 다배출 산업인 철강업과 해운업의 탄소감축 의제도 빼놓을 수 없다. 철강업과 해운업의 탄소중립은 EU 탄소세 도입이 본격화됨에 따라 대한민국 경제를 위해서라도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따라서 정부의 저탄소 설비 기술 등 투자 및 기업별 탄소중립 로드맵 이행 현황은 반드시 살펴봐야 할 대목이다. 해운 부문에서는 친환경 연료로 잘못 알려진 LNG 연료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고 무탄소 및 저탄소 연료로의 전환 상황을 검토해야 한다.

또한 탈석탄 및 ‘네거티브 스크리닝(투자제한 전략)’을 선언했음에도 한전을 비롯한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에 투자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국민연금에도 탈석탄 투자 제한 선언의 이행 의지를 물어야 한다. 더불어 탄소중립을 위해선 산림 면적 확대가 필수임에도 ‘목재 및 산림 바이오매스 이용 활성화’를 내세워 산림파괴, 목재산업 생태계 교란을 불러온 산업통상자원부와 산림청의 바이오매스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정책에 대한 지적도 필요하다.

이 외에도 천착해야 하는 수많은 기후 의제들이 있다. 이러한 기후 의제는 민생과 직결된 문제로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국민들은 매년 민생 국정감사에 기대를 걸고 국정감사의 결과를 평가한다. 국정감사에서 국회와 정부가 정쟁에 초점을 맞추기보단 ‘민생’에 초점을 맞춘다면, 민심은 선거 결과로 나타날 것임이 분명하다. 현재와 미래를 위해 21대 마지막 국정감사가 ‘민생 기후 국감’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