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기후금융 [보도자료] 호주 대법에 막힌 한전의 ‘호주 바이롱 석탄 개발’ 좌초가 주는 교훈 2022-02-10

 

8000억원짜리 석탄 광산 사업, 호주 대법의 상고 기각으로 좌초 확정

최근 석유, 천연가스 투자에 던지는 시사점 커…“신규 화석연료 투자는 무책임한 결정될 것”

10일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가 약 8000억원 이상을 투입된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NSW) 바이롱 계곡 석탄 광산 개발이 호주 대법원(High Court)의 기각 결정으로 결국 사업 무산이 확정됐으며 최종적인 좌초를 맞았다. 앞서 한전은 호주 환경 당국으로부터 환경적인 사유로 바이롱 석탄 광산 개발 사업에 승인이 거부됐고, 이에 불복해 호주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해 3년 가까이 분쟁을 이어왔다. 화석연료 개발과 투자가 기후 환경적인 이유로 법적으로 제한될 수 있음을 알려주는 사례인 동시에, 재무적으로 큰 손실을 안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시사점을 제공했다.

한전은 2010년 현지 법인을 설립하며 바이롱 석탄 사업을 시작했다. 25년 동안 매년 발전용 석탄 650만 톤을 생산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2019년 호주 독립계획위원회(Independent Planning Commission, 이하 IPC)가 탄소배출, 수질 문제, 농업 생산성 영향에 악영향을 주는 등 지속 가능한 개발과 어긋난다는 이유로 사업 불허 판정을 내렸다. 한전은 IPC 판정에 불복하고, 2019년 12월 호주 토지환경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해 석탄 사업에 대한 의지를 이어나갔다. 한전은 행정소송에서도 1심과 2심에서 모두 기각당했다. 

기후위기 문제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깊어지고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등 정치·외교적으로 심도 있게 기후 논의가 이뤄지는 무렵이었던 지난해 10월 한전은 대법원의 최종판단을 받아보겠다며 상고를 단행했다. 결국 이번에 호주 대법원은 "한전의 상고 내용 가운데 대법원의 판단이 필요한 중요한 쟁점이 없으므로 별도로 대법원 상고를 허용하지 않는다"라며 상고를 기각했다. 한전이 바이롱 석탄 광산 건으로 호주 당국으로부터 받아든 4번째 불허 판정이다. 

앞서 현지 주민들은 바이롱 계곡을 되찾기 위한 모금 활동을 벌여 해당 부지를 약 407억 원에 매입해 친환경 농업을 하겠다고 한전에 제안하기도 했지만, 한전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지 못했다. 한전은 석탄 광산으로의 개발이 가로막힐 가능성이 커지자 뒤늦게 그린수소 클러스터로 계획을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기후위기 대응 기조에 맞춰 활로를 모색했다. 한편 지난해 11월 바이롱 석탄 사업에서 발생한 손실 중 일부인 약 3500억원을 한전과 발전자회사들이 부담했다.

한전의 석탄 광산 개발에 적극 반대해온 바이롱 계곡 보호 연합(Bylong Valley Projection Alliance, 이하 BVPA)은 이번 대법원 기각을 환영했다. BVPA의 필립 케네디 회장은 “한전이 과오를 인정하고 짐을 싸서 떠날 때”라며 “다른 계획을 내세워 더는 지연하지 말고 현지 주민들에게 바이롱 계곡을 매각해 넘겨줘야만 한다”라고 말했다.

바이롱 석탄 광산 개발에 반대 운동을 벌여온 호주 단체 락더게이트(Lock The Gate)는 바이롱 석탄 광산 개발이 일찌감치 한국의 탄소중립 선언과 어긋나 있었음을 지적했다. 락더게이트 대변인 닉 클라이드는 “한전이 법정에서 시간을 낭비하는 가운데 한국 정부는 더 강화된 기후 정책을 발표해왔다”라며 “전 세계가 탈탄소를 지향하는데 바이롱 계곡에 석탄 광산을 개발하는 것 있을 수 없으며 한전이 이 같은 사실을 오래전에 깨달았어야 했다”라고 비판했다.

한전이 오랜 기간 매진했던 석탄 개발 사업이 막대한 손실을 남기며 좌초된 것은 여전히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는 화석연료 개발과 투자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표적인 사례가 \ 국내 기업의 호주 가스전 사업이다. 이 역시 기후위기가 가속화됨에 따라 좌초될 위험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 무역보험공사와 수출입은행은 SK E&S가 호주 북부 해상에서 진행 중인 바로사(Barossa) 가스전 사업 투자를 검토 중이지만, 현지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기후솔루션 오동재 연구원은 “12년간 이어진 한전의 바이롱 석탄 광산 사업의 실패는 기후위기로 인해 좌초자산 리스크가 현실화된 대표적인 사례”라며 “이번 교훈에도 불구하고 공적 금융기관이 신규 화석연료 사업에 자금을 투입한다면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닥쳐올 기후위기의 파고에서 공적금융의 재무 건전성을 지키기 위해선 화석연료가 아닌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의: 김원상 기후솔루션 커뮤니케이션 담당, wonsang.kim@forourclimat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