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후환경단체, 제25회 철의날 성명서 발표
“철강산업의 위기 이미 도래했다” 세계는 지금 탈탄소 전환 가속화하는데, 준비 안 된 우리나라 CBAM 무역 관세 직격탄 맞을 것···정부 지원 시급
“철강업계, LNG발전소 건설 추진 중단하고 그린수소·재생에너지 투자 확대해야”
국내 기후단체와 제철소 지역의 환경단체가 제25회 ‘철의 날’을 맞이해 철강산업의 탈탄소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9일 광양환경운동연합,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 기후솔루션, 당진환경운동연합, 충남환경운동연합, 포항환경운동연합 6개 단체는 성명서를 통해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식 용광로에서 첫 쇳물을 생산한 이래 철강산업은 제철보국의 구호 아래 국가 경제의 중추 역할을 해왔다”며 “하지만 지금 고로 기반 철강 생산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와 대기오염물질은 기후위기를 유발하고 제철소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해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이제 철의 날은 우리 철강산업이 세계 경제의 저탄소 전환 속에서 다시 한 번 ‘제철보국’할 방법, 즉 적극적인 탈탄소로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날이어야 한다”고 ‘철의 날’ 기념 성명서를 발표한 취지를 밝혔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세계는 탄소중립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에 화석연료 기반 경제 체제는 국가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1973년 포스코 포항제철소 현대식 용광로에서 첫 쇳물이 생산된 이래로 한국의 조강 생산량의 68%는 아직까지 석탄을 사용해 쇳물을 만들고 있다. 이러한 전통적인 고로-전로 생산방식은 철1t 당 최대 2.3t (2.3 tCO2e/tcs)의 온실가스가 배출돼 기후위기의 주범으로 볼 수 있다.
기후위기가 심각해진 가운데 선진국들은 이미 탄소중립을 위해 화석연료로 철을 만드는 생산방식에서 벗어나 수소로 철을 만드는 수소환원제철 실증 사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스웨덴 철강사 H2GreenSteel은 2026년부터 재생에너지 기반 ‘무탄소 철강’을 연간 250만 톤 생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웨덴의 이 같은 계획은 우리나라의 준상용급 설비 실증 계획보다 약 4년 앞선 일정이다.
선진국들은 탄소중립 기술 투자뿐만 아니라 철강과 같은 다배출 산업의 감축을 유도하고 저탄소 경제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규제 고삐를 당기는 추세다. 특히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이하 CBAM)을 대표적인 탄소중립 제도로 볼 수 있다. 2026년에 본격 시행되는 CBAM은 철강 등 탄소 집약적인 제품을 유럽연합으로 수출할 때 생산과정에서 배출한 탄소량에 상응하는 인증서 구매를 의무화한 일종의 관세 제도다. 이러한 제도는 유럽뿐만 아니라 고탄소 철강 제품에 대한 무역 관계를 적용하는 국가 및 권역도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빅웨이브 김 민 대표는 “CBAM이 도입되면 국내 철강사가 부담해야 할 비용만 매년 3300억원에 달한다. 배출권거래제가 강화되어 유상할당 비중이 증가하거나 배출권가격이 상승하면 배출권 구매비용은 조 단위까지 급증할 전망”이라며 “철강산업의 미래를 위해서 탈탄소 전환은 당위적인 사안이다”라고 말했다.
녹색무역장벽 대응과 저탄소 철강 시대에서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선진국들과 함께 수소환원제철과 같은 기술 전환이 필수다. 특히 수소환원제철은 그린수소 사용 시 탄소 배출이 거의 없는 공정으로 기술개발이 까다롭지만 파급효과 커 국가 차원의 지원이 요구된다. 그러나 성명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정부가 철강산업 녹색전환에 지원하기로 한 규모는 2685억 원으로 이는 독일의 10.2조 원, 일본의 4조 원 지원 금액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기후솔루션 이명주 철강팀 책임은 "스웨덴은 2026년 ‘무탄소 철강 생산’을 발표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수소환원제철 생산 설비의 상용화 및 판매용 철강 생산 시점은 2035년 이후로 예상하고 있다. 타 국가 대비 소극적인 정부 지원은 이를 더욱 늦추고 있다. 무탄소 철강 시대에 이미 뒤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기술의 상용화뿐만 아니라 수소환원제철에 필수인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지원 역시 확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들은 무탄소 철강 시대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표의 중대성 못지 않게 그 과정에서 환경과 지역민의 삶을 배려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포스코는 현재 수소환원제철 부지 확보를 위해 135만 제곱미터의 공유수면을 매립하는 사업을 추진중이다. 해당 사업 계획은 2020년 기준 5투기장 조성에서 2023년 수소환원제철소 용지조성사업으로 바뀌었다. 문제는 공유수면 매립의 경우 탄소 흡수원인 해양생물다양성을 위협하고 지형변화를 일으킨다는 우려가 있음에도 포스코는 지역사회와 이 같은 계획에 대해 소통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포항환경운동연합의 정침귀 국장은 “수소환원제철이 탄소중립을 위한 일관제철소의 필연적 과제라면 영일만 공유수면매립은 그 취지에 반하는 부지 확보 방법이다. 보다 투명하고 신중하게 육지부지를 우선으로 확보할 방안과 바다매립은 최소화할 방안을 지역사회와 함께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진정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철강사들 또한 LNG발전소 건설 추진을 중단하고 그린수소 생산에 꼭 필요한 재생에너지에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소환원제철 및 전기로 생산 확대를 위해서는 철강사의 녹색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며, 국가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재생에너지 발전 목표 상향뿐만 아니라 기업의 선도적인 투자가 필수임을 강조했다.
포스코 광양 제철소와 광양LNG복합화력발전소가 있는 광양지역의 광양환경운동연합 백양국 국장은 “수소환원제철소를 명분으로 LNG 대량 확보하여 LNG를 활용한 발전소(자가발전소, 열병합발전소, 전용부두건설 등)투자, 계획발표에만 앞장서지 말고,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는 업종이면도 불구하고 타 업종 대비 재생에너지 투자에 소극적인 제철소는 지금이라도 적극적으로 재생에너지(태양광, 풍력) 투자계획을 세워 확대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가 있는 당진지역의 당진환경운동연합 김정진 사무국장은 “현대제철 LNG발전소가 가동되는 2030년 이후에는 석탄발전소의 잇단 폐쇄로 한전이 공급하는 전력의 원단위 온실가스 배출량이 낮아져 오히려 LNG 자가용 발전소가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게 된다”며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염두에 둔 이윤 늘리기를 온실가스 감축으로 위장할 것이 아니라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에 대한 투자를 통해 제대로 된 탄소중립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현대제철은 당진제철소에 LNG 발전소를 추진중으로 당진 지역 환경단체들은 현대제철의 LNG 자가용 발전소 추진을 규탄해왔다.
특히 이들은 "철강은 모두의 삶과 직결되어 있다. 반 세기가 넘는 산업의 역사를 보유한 우리나라에서 이제 철의 날은 철강산업 종사자들의 자긍심을 고양하는 집안 잔치에 그쳐서는 안 된다. 새로운 반세기의 우리 철강산업이 세계 경제의 저탄소 전환 속에서 다시 한번 제철보국할 방법, 즉 적극적인 탈탄소와 동시에 전후방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을 지역사회, 노동자, 소비자와 함께 모색하는 날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성명서를 통해 정부와 철강업계에 요청한 사안은 다음과 같다.
- 국가는 철강산업이 수소환원제철과 같은 저탄소 공정으로 2035년 이전에 전환할 수 있도록 기술 개발 및 실증 사업에 더 전폭적인 제도 및 재정 지원을 해야 한다.
- 국가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철강산업의 탄소중립이 요구하는 그린수소와 재생에너지 수요를 반영해야 한다.
- 철강사는 제철소 지역 주민의 건강 보전을 위해 LNG 등 화석연료 기반 발전소 건설 추진을 중단하고 재생에너지 사업으로 탄소중립을 이행해야 한다.
- 철강사는 공유수면 매립을 통한 수소환원제철 등 저탄소 설비 부지 확보의 당위성과 환경 피해에 대해 더 신중하게 검토하고, 이 모든 과정에 대해 지역사회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 철강사는 수소환원제철 및 저탄소 설비 전환과 연계한 모든 고로의 단계적 종풍 계획을 마련하고, 이에 따른 인력 재배치 등의 정의로운 전환을 고려한 계획을 발표해야 한다.
2024년 6월 9일
광양환경운동연합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
기후솔루션
당진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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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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