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31 개괄
일정: 2026년 11월 9일~11월 20일
장소: 튀르키예 안탈리아
주요 특징
COP 역사상 처음으로 ‘분할 리더십’ 체제로 운영. 개최국 튀르키예가 의장국으로서 행동 의제(Action Agenda)를 이끌고, 호주가 ‘협상 의장’을 맡아 공식 협상을 주도.
'이행의 COP’를 내건 튀르키예 의장국은 10대 우선 주제를 중심으로 행동 의제를 구성. 특히 2035년까지 전 세계 최종에너지 소비 중 전력 비중을 35%로 높이는 ‘전기화’ 목표가 핵심.
2차 전지구적 이행점검(GST)이 시작되는 회의로, 지난해 COP30 이후 협상 문안 밖에서 진행 중인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TAFF)’ 논의와 아시아의 참여 여부도 주목됨.
들어가며
- 세계 최대 규모의 기후 회의, COP
COP이란?
기후변화 당사국총회(COP, Conference of the Parties)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기후위기 대응 이행 현황을 점검하고 이를 강화하기 위한 여러 결정 및 서약을 채택하는 연례회의.
COP의 중요성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참여하여, 국가별 감축 및 적응 계획을 공식적으로 검토·합의함
국가 간 책임과 역할을 조율하고, 국제사회가 공통 신호(common signal)를 보낼 수 있음
기후금융, 적응, 기술이전, 산림, 생태보전, 인권 등 기후와 관련된 전 세계 다양한 의제가 한 곳에서 논의됨
지난 COP의 주요 결정
1992년: 유엔 환경 개발 회의(UNCED) 및 브라질 리우 환경 정상 회의(Earth Summit) 개최. 온실가스 배출 억제와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논의의 시작 à UNFCCC(유엔기후변화협약) 결성 결의
1995년: 첫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COP1)가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됨
1997년: COP3에서 교토 의정서 채택(세계 최초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 조약, 38개 선진국의 배출 감축 목표 설정, 당시 한국은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되어 감축 의무를 지지 않았음)
2015년: 역사적인 COP21 파리협정 채택(세계 최초 195개국 기후변화 협약).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C 이하로 제한하고, 1.5°C 목표를 추구하기로 함. 한국을 포함한 모든 회원국의 기여와 ‘공통되나 차별화된 책임’(CBDR, Common But Differentiated Responsibilities)을 강조하고, 개발도상국에 대한 기술 이전 및 재정 지원, 역량 구축과 인식 제고를 목표로 함
2022년: COP27 샤름엘셰이크 회의에서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기금’ 소개 및 협상 트랙 신설 → 기후피해 보상을 제도화한 역사적 합의. 이후 COP28 두바이에서 ‘손실과 피해' 기금 공식 출현 및 국가 기여 진행.
2023년: 전 세계 공동(한국 포함)으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3배로 확대하고, 에너지 효율을 2배로 높이는 서약을 채택. 첫 전지구적 이행점검 (Global Stocktake) 완료로 파리협정 이행 점검.
2024년: 2030년까지 전 세계 에너지저장시스템(ESS, Energy Storage System) 용량을 1,500GW, 6배 확대하는 서약을 채택(한국 포함). 신규기후재원조성목표(NCQG) 글로벌 재원 목표로 2035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연간 1조 3,000억 달러 규모의 기후재원을 조성하기로 합의.
2025년: COP30 벨렝에서 2035년까지 적응 재원 3배 확대를 촉구하는 결정을 채택. 다만 산유국 반대로 화석연료 전환 로드맵은 공식 합의문에 담기지 못함 → 이후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TAFF) 논의는 공식 협상 밖으로 옮겨가, 이듬해 4월 콜롬비아 산타마르타에서 자발적 참여국 주도의 연합 형태로 이어짐.
올해 COP 개요
11월 9일(현지시각)부터 20일까지 튀르키예 안탈리아에서 열리는 31번째 회의. 각국 정상이 참석하는 정상회의는 11월 11~12일 예정.
COP 역사상 처음으로 ‘분할 리더십’ 체제로 운영. 개최국 튀르키예가 의장국으로서 ‘행동 의제(Action Agenda)’를 이끌고, 호주의 크리스 보웬 기후변화·에너지부 장관이 ‘협상 의장’으로서 공식 협상에 대한 권한을 가짐(COP30 폐막~COP31 폐막). 사전 회의인 Pre-COP은 10월 5~8일 피지에서 열려 태평양 도서국의 목소리가 강하게 반영됨.
COP30에서 주요 위임 사항이 이미 결정된 만큼 올해 공식 협상은 이행과 협의 중심으로 진행될 전망. 이에 따라 행동 의제와 협상 밖 자발적 연합 트랙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관심이 쏠리는 상황. 다만 화석연료 관련 문구와 기후재원(바쿠→벨렝 로드맵, 적응 재원 3배 확대 등) 후속 조치는 여전히 쟁점이 될 수 있음.
파리협정 목표 대비 전 세계의 집단적 진전을 평가하는 2차 전지구적 이행점검(GST)이 이번 회의에서 시작돼 2028년 COP33에서 마무리될 예정.
COP31의 핵심 쟁점
1. 화석연료 전환 논의, 한국은 왜 빠졌나
공식 협상 밖으로 나간 화석연료 전환 논의
2023년 COP28에서 1차 전지구적 이행점검 결과로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에 합의했지만, 지난해 COP30에서는 산유국 반대로 구체적인 전환 로드맵이 공식 합의문에 담기지 못함.
이에 공식 협상과 별개로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이 직접 로드맵 마련에 나섬. 올해 4월 콜롬비아·네덜란드 공동 주최로 콜롬비아 산타마르타에서 열린 첫 TAFF 회의에는 57개국(세계 경제의 약 3분의 1)이 참여.
주요 결과
국가·지역별 화석연료 전환 로드맵 수립(자발적 참여)
화석연료 보조금 파악과 ‘부채의 덫’ 대응을 다루는 금융 작업반, 화석연료 없는 무역 체계를 위한 무역 작업반 구성
글로벌 에너지 전환 과학 패널 출범, 차기 회의까지 논의를 이어갈 조정 그룹 구성
2차 회의는 2027년 6월경 투발루(투발루·아일랜드 공동 주최)에서 개최 예정
아시아의 대표 화석연료 수입국, 한국·일본의 부재
한국과 일본 모두 21국가 제출서 중 두 유일한 아시아 국가로서 TAFF 로드맵 제안서를 제출했지만, 첫 TAFF 산타마르타 회의에 참여하지 않음. 산타마르타 회의에 아시아에서는 방글라데시, 몽골, 네팔, 몰디브, 필리핀, 싱가포르, 베트남, 캄보디아 등이 참여.
한국과 일본은 그동안 화석연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을 곧 에너지 안보로 여겨 왔음. 반면 TAFF는 더 빠른 전환이야말로 장기적인 에너지 안보의 토대라는 관점에서 출발함.
올해 호르무즈 해협 위기로 아시아 LNG 수급과 가격이 크게 흔들리면서, 수입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 자체가 에너지 안보 리스크라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음.
한국은 캐나다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공적금융을 해외 화석연료 사업에 지원하는 나라이며(2020~2022년 연평균 약 100억 달러), 일본은 그 뒤를 잇는 3위.
아시아의 주요 화석연료 수입국이 빠진 채 화석연료 전환의 ‘규칙’이 정해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 COP31을 앞두고 TAFF가 일부 국가의 연합에 머물지, 아니면 정부·투자자·시민사회가 에너지 안보와 전환의 관계를 바라보는 방식을 바꿔낼지 주목됨.
2. 전기화 35%, ‘이행의 COP’의 시험대
행동 의제, 올해 COP의 무게중심
공식 협상에 걸린 기대가 상대적으로 낮은 만큼, 의장국이 가시적 성과를 내려는 무대는 행동 의제. 튀르키예 의장국은 지난 6월 독일 본에서 열린 제64차 부속기구회의(SB64)에서 COP31 행동 의제를 공개함.
주요 우선 주제: 청정에너지 전환 및 전기화, 메탄 감축, 제로 웨이스트, 녹색 산업화, 식량 안보와 지속가능한 농업, 기후친화적·회복력 있는 도시, 보건, 해양 등
2035년까지의 정량 목표도 제시: 전기화율 35%, 건물 부문 에너지 사용 집약도 25% 이상 감축, 폐기물 발생 증가율 절반으로 축소, 제조업 순환 원료 사용률 15% 이상 등
튀르키예와 호주는 당사국에 보낸 공동 서한에서 청정에너지, 전기화, 회복력 있는 인프라를 행동 의제와 공식 협상을 잇는 공동 비전으로 제시함.
전기화 35%, 아시아에는 어떤 의미?
2035년까지 전 세계 최종에너지 소비 중 전력 비중을 35%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로, 재생에너지·냉난방·식량 시스템 분야에서 국제에너지기구(IEA)와의 협력도 강화할 계획.
다만 지역마다 전기화가 갖는 의미는 다름.
동아시아(한국·일본): 기술은 있지만 보급이 더딘 산업, 중대형 수송 등 감축이 어려운 부문의 전기화가 과제
동남아시아(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 전기화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 역내 전력망 구축에서 중국의 재생에너지 투자와 기술이 갖는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는 중
남아시아(네팔 등): 기존 전력망의 탈탄소화보다는 처음으로 전기를 쓰게 되는 ‘에너지 접근성’의 문제에 가까움
결국 관건은 목표 발표 자체가 아니라, 아시아 각국이 실제로 이행할 수 있도록 재원·기술 이전·역량 강화가 뒷받침된 경로가 제시되느냐는 것.
한국 시사점
전기화의 효과는 그 전기를 무엇으로 만드느냐에 달려 있음.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가스와 같은 화석연료 발전 확대로 채운다면, 전기화가 오히려 화석연료 의존을 증가시키는 통로가 될 수 있음.
AI 데이터센터 확대 등으로 전력 수요 전망이 커지는 만큼,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 시스템 전환과 전력망 확충이 전기화 논의와 함께 다뤄져야 함.
철강 등 감축이 어려운 산업의 전환(전기로, 수소환원제철 등)은 탄소 규제가 강화되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산업 경쟁력과도 직결되는 과제.
3. 태평양이 던지는 질문: 1.5°C와 주요 배출국의 책임
Pre-COP31 (COP31 사전회의)의 ‘타쿠 파카소아 선언’
10월 5~8일 피지에서 열린 COP31 사전회의에서 태평양 국가들은 ‘타쿠 파카소아 선언(Taku Pakasoa Declaration)’을 채택하고 COP31에서 한목소리를 내기로 함.
선언은 ▲1.5°C 한계선 수호 ▲직접적이고 접근 가능한 무상 지원 중심의 기후재원 ▲해수면 상승으로 존립을 위협받는 도서국 보호 ▲국제 공약과 실제 이행 사이의 격차 해소를 촉구. 재생에너지 3배·에너지 효율 2배 확대와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 노력도 재확인함.
해양 의제를 유엔 기후 체제 안에 제대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며, 이번 회의를 ‘블루 COP’으로 만들자는 목소리도 나옴.
ICJ 권고적 의견, 협상의 지렛대로
지난해 7월 국제사법재판소(ICJ)는 각국이 기후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국제법 위반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권고적 의견을 냄. 올해 5월에는 유엔총회가 이 의견을 지지하는 결의를 압도적 지지로 채택.
태평양 국가들은 이를 근거로 1.5°C 목표와 아시아를 포함한 주요 배출국의 책임을 협상의 기준으로 삼으려 하고 있음.
태평양의 화석연료 전환 로드맵
태평양 국가들은 ‘100% 재생에너지 태평양’을 목표로 지역 차원의 화석연료 전환 로드맵을 논의 중이며, 이는 2027년 투발루에서 열리는 2차 TAFF 회의로 이어질 전망.
화석연료 수입을 에너지 안보 리스크로 보는 태평양의 시각은, 화석연료 확보를 곧 에너지 안보로 여겨 온 한국·일본의 입장과 정면으로 부딪힘.
한국 시사점
한국은 지난해 2035 NDC를 2018년 대비 53~61% 감축으로 확정했지만, 1.5°C 경로에 부합하려면 최소 61% 감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옴. ‘공약과 이행의 격차를 좁히라’는 태평양의 요구는 한국에도 목표 상향과 이행 강화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음.
2028년 한국은 G20 정상회의와, 칠레와 공동 개최하는 제4차 유엔해양총회(UNOC4)를 치를 예정. 같은 해 COP33도 아시아태평양 그룹 차례로, 인도가 유치 의사를 철회하면서 한국의 유치 의사에 관한 이목이 집중되고 있음(정부 공식 결정 전). 주요 국제회의가 몰리는 해인만큼, 한국의 기후 리더십은 회의 유치보다 화석연료 전환의 신뢰도로 평가받게 될 것. 국내 석탄·가스 전환뿐 아니라 TAFF 불참, 해외 화석연료 공적금융 등 국경 밖 행보도 함께 주목받을 대목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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