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솔루션, 전기위원회 격상·전력감독원 신설 담은 이슈브리프 발간
금융감독체계 참고해 전력망·요금·정산 감독의 중립성·전문성 강화 제안
“에너지 전환은 기존 전력체계 이해관계에서 중립적인 규제체계가 뒷받침해야 가능”
기후솔루션은 22일 이슈브리프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전력산업 규제체계 중립성∙전문성 확보 방안’을 발간하고,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수용하고 다양한 시장 참여자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전력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중립적이고 전문적인 규제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100GW 보급, 전력망 확충, 전기요금·전력시장 개편, 전력감독원 신설을 추진하는 가운데, 전력정책의 쟁점은 이제 “얼마나 많은 발전설비를 지을 것인가”를 넘어 “누가 어떤 기준으로 연결·운영·정산·감독할 것인가”로 이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보고서는 재생에너지 확대가 단순한 발전원 변화가 아니라 전력산업 전반의 구조적 전환을 요구한다고 진단했다. 소규모전력중개사업, 재생에너지전기공급사업, 통합발전소사업, 재생에너지전기저장판매사업 등 새로운 전기신사업이 늘어나고, 계통 접속과 출력제어, 정산, 보조서비스, 망 투자 우선순위 같은 쟁점도 함께 복잡해지고 있다. 그만큼 기존 발전·송전·배전·판매사업 중심의 제도와 기존 전력기관 중심의 규제체계만으로는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발전설비 수는 2025년 기준 약 19만 개에 이르지만, 전력망과 전력시장 제도는 여전히 대규모 중앙급전 발전기 중심의 운영 구조에 머물러 있다. 재생에너지 잠재량이 풍부한 지역에서 신규 접속이 제한되고, 에너지저장장치와 수요반응 등 유연성 자원이 충분히 보상받지 못하는 문제도 여기에 맞물려 있다.
보고서는 현행 전력산업 규제체계가 전통적 발전원 기반 이해관계자인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 전력거래소 그리고 이들의 주무부처인 기후에너지환경부(이하 기후부)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력산업을 규율하는 시장 및 계통운영 규정은 한전과 전력거래소가 보유한 정보를 바탕으로 마련되고, 기후부의 승인을 통해 확정되는 구조다. 한전은 송배전망을 보유·운영하는 유일한 망사업자인 동시에 발전자회사 지분을 보유한 모회사이고, 전력거래소는 전력시장과 계통을 운영하면서 시장감시 실무까지 담당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구조에서는 재생에너지, 분산자원, 신규 전기사업자, 소비자 측 자원이 공정하게 평가되기 어렵다고 봤다. 산업 전환 과정에서 기존 이해관계에 과도하게 기울어진 규제체계로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시장 개편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어렵다는 것이 보고서의 문제의식이다.

보고서의 핵심 제안은 전기위원회와 전력감독원을 중심으로 한 독립규제체계 수립이다. 전기위원회를 전력시장 및 계통운영 관련 주요 규정의 제·개정, 망 요금과 전기요금 인가, 전기사업법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 등 전력산업 규제의 핵심 사항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합의제 최고감독기관으로 격상하고, 전력감독원은 전기위원회의 지휘·감독을 받는 집행기구로서 조사·검사·제재 기능을 전담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는 전력거래소에 설치된 사무조직에 의존하고 있는 시장감시 기능을 규제기관으로 이관해 시장운영과 감시 기능 사이의 이해상충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다.
보고서는 전력산업 규제체계 개편의 참고 사례로 금융산업 규제체계를 분석했다. 금융산업은 외환위기 이후 금융상품과 거래구조가 복잡해지고 시장 위험이 커지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로 이어지는 다층적 감독체계를 발전시켜 왔다. 핵심은 최고감독기관과 중간감독기관 사이의 역할 분담, 합의제 의사결정 구조, 독립 법인 형태의 감독기관 설치, 임기 보장과 겸직 제한, 충분한 전문 인력 확보 등을 통해 규제기관의 중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했다는 점이다.
전력산업은 한 기관이 혼자 결정하고 운영할 수 있는 단순한 구조가 아니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목표와 공급안정 기준 같은 큰 방향을 정하고, 전력거래소는 전력시장을 운영하며, 한전은 송배전망을 관리한다. 그런데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면서 망 접속 순서, 출력제어 기준, 정산 방식처럼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판단이 많아지고 있다. 이런 판단이 기존 전력기관의 정보와 내부 절차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새로 시장에 들어오는 재생에너지 사업자와 분산자원 사업자는 결정이 공정한지 확인하기 어렵다. 산업의 전환 과정에서 기존 이해관계에 과도하게 기울어진 규제체계로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시장 개편을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없다.
보고서는 전기위원회의 인사와 조직 구조도 중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행 전기위원회는 기후부 산하 조직으로, 위원 전원이 기후부장관의 제청으로 임명 또는 위촉된다. 보고서는 전기위원회를 기후부로부터 분리해 국무총리 소속 중앙행정기관으로 재편하고, 위원 임명도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력감독원 역시 단순한 명칭상의 기관 신설이 아니라 실질적인 조사·검사·제재 기능을 갖춘 전문기관으로 설계돼야 한다. 보고서는 전력감독원이 전기신사업자와 전력시장 운영기관, 전력망 운영 관련 기관의 업무를 검사하고, 위법사항에 대한 제재를 집행하며, 중대한 제재 조치는 전기위원회에 건의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 저자인 기후솔루션 김건영 변호사는 “에너지 전환은 발전설비를 더 짓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며 “재생에너지가 늘어나고 전력수요와 시장 참여자가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는 전력시장과 계통운영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규제할 것인지가 전환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전통적 발전원 기반 이해관계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현재 구조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견인해야 할 규제체계가 오히려 전환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전력감독원 신설 논의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한전·전력거래소와 그 주무부처에 집중된 규제 기능을 제도적으로 분리하고, 독립적인 조사·검사·제재 권한을 보장하는 설계가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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