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공사, 운영률 33% 불과한 터미널에 6700억 원 추가 투자 강행 의지 보여
국내 최대 규모의 LNG 생산기지, 탄소중립 목표연도 이후 2061년까지로 운영 계획돼
대통령 공약 ‘재생에너지 전환’과 정면 충돌…충남 시민사회, 국정기획위에 정책제안서 전달
한국가스공사가 6700억 원 규모의 당진 LNG(액화가스) 터미널 2단계 확장 사업을 사실상 강행하는 가운데, 충남환경운동연합·당진환경운동연합·기후솔루션은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종합청사 별관 국정기획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업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가스공사의 결정은 탄소중립 정책 기조와 현 정부 에너지 전환 방향 모두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좌초자산을 예고하는 무책임한 투자임을 강조했다.
당진환경운동연합 김정진 사무국장은 “당진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지역으로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6000만 톤이 넘어 국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8.7%가 넘는다”라며 “화석연료 사업인 LNG 터미널이 당진에 대규모로 들어서는 것은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지역의 미래를 가로막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잘못된 것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미 세워진 계획이라고 무작정 강행하면 그로 인한 피해는 누가 책임지고, 누가 감당할 것이냐”라며 “길을 가다가도 잘못된 길로 들어섰음을 알면 일단 멈춰서 지금 가는 길이 맞는 길인지 다시 확인하고 잘못된 길이라면 과감히 돌아서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충남환경운동연합 유종준 사무처장은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기조와 에너지정책 변화로 인해 LNG 수요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사업성 확보가 어려워지자 지난해 6월 한국중부발전은 이사회를 열어 보령 LNG인수기지 건설사업 타당성 재조사 결과에 따라 사업 철회를 결정했다”라며 “보령 LNG 터미널은 사업성이 없는데 당진 LNG 생산기지 2단계는 사업성이 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유 사무처장은 “석탄에서 LNG로 전환한 후 다시 재생에너지로 바꾸기에는 시간도 부족하고 비용도 막대하게 소요된다”라며 “또 다른 골칫덩어리를 떠안을 생각하지 말고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기후솔루션 김서윤 연구원은 “불확실한 미래 수요에 기대어 화석연료 인프라를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시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에너지 수요를 줄이는 방향으로의 전환”이라며 “한국가스공사는 당진 LNG 2단계 확장 사업을 즉각 중단하고, 공기업 예산과 공적 자금이 좌초자산으로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책임 있게 판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단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정부는 당진 LNG 터미널 2단계 확장사업의 낙찰자 선정 절차를 즉각 중단하고, 탄소중립 목표에 부합하는 가스 수요 기반으로 확장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고, 한국가스공사는 LNG 고착을 멈추고 에너지 전환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 후 단체들은 국정기획위원회 경제2분과에 당진 LNG 터미널 확장 공사에 대한 재검토와 함께 국내 화석연료 인프라 과잉투자 방지 대책 마련, 화석연료 관련 공기업의 역할 전환 계획 수립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책제안서를 전달했다.
가스공사는 지난 6월 26일, 당진 LNG 터미널 2단계 확장 공사 시공사 입찰 심사 결과를 발표하며 사업 추진 의사를 재확인했다. 최종 낙찰자 선정은 8월 말로 예정되어 있으며, 이후 계약이 체결되면 막대한 투자가 수반돼 사실상 사업 중단이 어려운 구조가 된다. 이재명 정부가 재정 투입의 우선순위를 재생에너지 확산과 기후위기 대응으로 명확히 설정하며, 신규 화석연료 인프라 확대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거듭 밝혀온 것에 견줘 가스공사는 결이 다른 행보를 보인 것이다.
당진 LNG 터미널은 총 3단계에 걸쳐 저장탱크 10기(총 270만 kl)와 기화송출설비(1560톤/h) 등을 건설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LNG 생산기지로, 운영 기간은 2061년까지로 계획되어 있다. 이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 이후까지 LNG를 사용하는 구조로, 명백히 시대착오적인 인프라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러한 지적에 가스공사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2단계 확장사업이 2021년에 수립된 제14차 천연가스 수급계획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는 형식적인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특히 가스공사는 전체 저장 용량의 절반을 민간에 임대해 중복투자를 방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국회 제출 자료에 따르면 임대 계약은 대부분 20년 내 종료되고, 10년 이내에는 임차 비율이 절반 이하로 감소할 예정이다. 이미 운영 중인 LNG 터미널의 이용률이 33%에 불과한 상황에서 추가 설비를 확장하는 것은 장기 수요를 반영하지 못한 채, 좌초자산을 기정사실화하는 셈이다.
또한 가스공사는 해당 사업의 타당성 조사를 거치지 않은 채, 2022년 이사회에서 탄소중립 목표나 에너지 수요 변화 전망에 대한 논의 없이 2단계 확장 계획을 졸속 승인했다. 이는 기후정책의 핵심인 수요 기반 계획 수립 원칙에 어긋나는 결정으로, 중부발전이 보령 LNG 터미널 사업을 유사한 이유로 철회한 선례와도 배치된다.
충남 지역은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한 ‘2030년 에너지 고속도로’의 중심지 중 하나로,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 중심의 에너지 구조 전환이 추진되고 있다. 가스공사의 대규모 LNG 투자 강행은 정부의 정책 신호와 배치되며, 한정된 재원을 기후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 방향으로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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