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솔루션, 대선 앞두고 적극적인 기후 논의 요구하는 시민 캠페인 진행
대왕고래 사업 피해 홍게 어민부터 기후소송 청소년, 카페 대표까지…각계각층 2038명 메시지 각 후보에 전달 예정
“개인 실천보다는 국가 변화 절실” “정책 제안은 물론 입법·개정까지”…책임 있는 기후정치 요구하는 목소리 이어져
시민들은 “재생에너지 확대” 말하는데…대선 토론에선 여전히 인식 부족 지적돼
사진 1. 기대해 캠페인 온라인 페이지 메인 화면
다가오는 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기후위기가 사상 처음으로 대선 TV 토론의 공식 의제로 등장한 가운데, 시민들 사이에서도 기후위기를 정치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모였다.
26일 기후솔루션은 지난 4월 18일부터 5월 24일까지 진행한 ‘기대해: 기후 대선을 지지해’(기대해) 캠페인에 총 2038명의 시민이 참여해 기후 대선을 향한 지지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캠페인 온라인 페이지에 모인 참여자들의 메시지는 각 대통령 후보 캠프에 전달될 예정이며, 기후위기가 이번 대선은 물론 앞으로의 정치와 정책의 중심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관련 활동은 이어질 예정이다.
이번 캠페인은 텀블러 사용, 분리수거, 대중교통 이용 등 시민 개개인의 일상적 실천을 넘어,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전기를 아껴 쓰는 것을 넘어 소비자가 재생에너지 기반의 친환경 전기를 선택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등, 실질적인 정책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대통령 선거는 이러한 변화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분기점인 만큼, 기후위기는 특정 정당의 의제가 아닌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하는 시대적 과제로 다뤄져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사진 2. 왼쪽부터 구룡포연안홍게선주협회 김진만 협회장, 카페 ’로우키’ 노찬영 대표, ‘아기기후소송’ 원고 한제아 어린이가 기대해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캠페인에는 다양한 삶의 현장에서 기후위기를 체감한 시민들이 참여해 목소리를 보탰다. 동해에서 홍게잡이로 생계를 운영하고 있는 어업인을 대표해 구룡포연안홍게선주협회 김진만 협회장은 “조상 대대로 먹거리를 책임져온 ‘산업 역군’이지만, ‘석유 시추’라는 국책사업의 미명 아래 동해바다가 멍들고 있으며 어민들이 사지로 내몰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경기도 시흥시의 한 농민도 “지난 겨울 유례없는 습설로 인해 농사를 짓기도 전에 비닐하우스를 다시 지어야 했다”며 “앞으로는 그런 눈이 내리지 않고 농민들이 편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또, 15년째 카페를 운영해 온 커피 브랜드 ‘로우키’의 노찬영 대표는 “커피가 더 이상 자라지 않고, 생산 가능 지역도 점점 줄어드는 등 급격한 기후변화를 직접 체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국가의 기후위기 대응 의무를 인정하는 데 이정표가 된 ‘아기기후소송’의 원고 한제아 어린이도 캠페인에 참여해 “기후위기의 책임을 지금의 어른들이 다음 세대에 떠넘기지 않는 정치가 필요하다”며 “이번 대선은 우리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참여자들은 무엇보다도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과 책임 있는 정책 추진을 강하게 요구했다. 기대해 캠페인의 온라인 페이지에는 “새로운 정부가 과감하고 정의로운 기후 정책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단기 성과보다 장기적인 이익을 고려하는 대통령이 필요하다”, “기후 정책을 단순히 제안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입법과 발의·개정까지 반드시 나아가야 한다” 등의 메시지가 담겼다.
아울러 “개인의 실천도 중요하지만, 기후위기 대응은 무엇보다 정부와 국가적 차원의 실천이 핵심”이라는 인식도 뚜렷하게 드러났다. 이러한 요구는 “친환경적이지 않은 자재를 사용하는 기업에 세금을 부과해달라”, “메탄 배출을 줄일 수 있도록 채식 식생활이 확산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달라” 등 구체적인 정책 제안으로도 이어졌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한 요구도 꾸준히 등장했다. “깨끗한 재생에너지 전기를 사용하고 싶다”는 바람과 함께, “(대선 후보들이) 산업 진흥을 말하면서도 이를 뒷받침할 재생에너지 공약을 생략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자신을 석탄화력발전소 인근 지역민이라고 소개한 한 참여자는 “언제까지 환경오염과 건강권 피해에 노출돼야 하느냐”며 “소외된 지역민도 돌아볼 줄 아는 후보자가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전하기도 했다.
사진 3-4. 기대해 캠페인 온라인 페이지에 모인 참여자들의 메시지 일부
그러나 이번 대선 국면에서 후보들의 기후위기 인식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 23일 진행된 제2차 대선 후보 TV 토론회에선 기후위기가 사상 처음 공식 의제로 포함됐지만, 부정확한 정보에 기반해 풍력과 태양광 등을 폄훼하는 등 재생에너지에 대한 여전히 낮은 이해를 드러내는 발언이 이어졌다. ‘‘RE100’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구호’라는 주장이나 ‘풍력·태양광 발전 시장은 중국이 장악하고 있어 (재생에너지 확대는) 부작용이 있다’는 발언 등은 국내외 에너지 산업의 동향, 기후위기 대응 기조와는 괴리가 크다는 평가다.
실제로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잠재량은 적지 않다. 글로벌 기후 연구단체 클라이밋 애널리틱스의 분석에 의하면 2035년 예상 수요의 3배에 달하는 잠재량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재생에너지 확대는 전 세계적으로 이미 가속화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100개국 이상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3배 확대’ 서약에 참여한 상태이며, 구글·애플·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이 참여하는 RE100 캠페인은 공급망 전반에 재생에너지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탄소 배출량에 따라 관세를 매기는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내년 1월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어, 재생에너지 전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이번 기대해 캠페인에 참여한 기후경제학자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국가와 기업이 탈탄소에 실패하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가 명확해지고 있다”며 “한국은 아직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도, 에너지 전환도, 산업 구조의 탈탄소화도 너무나 뒤처져 있는 만큼 이번 대선을 통해 기후 대응의 앞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원장 역시 “2030년까지 불과 5년이 남은 지금, 우리는 2018년 대비 온실가스 40% 감축이라는 쉽지 않은 목표를 앞두고 있다”며 “세계 경제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재편되고 있는 만큼, 기후위기 대응을 통해 우리 경제가 되살아나고 이번 대선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과학·해양 분야 전문가들도 기대해 캠페인을 통해 기후위기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로 진단했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남성현 교수는 “우리를 둘러싼 바다는 탄소를 흡수하며 기후를 조절할 뿐 아니라, 산불·가뭄·폭염·폭우 같은 재난을 더욱 대형화시키는 배경에 있는 거대한 자연”이라며 “이 바다를 더 잘 알고 활용해서 국제적 리더십을 보일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모 전 국립과천과학관 관장은 “기후위기는 어떤 사람에게는 먹을 음식과 마실 물이 사라지는 정의의 문제이자 평화의 문제”라고 힘줘 말했다.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의 홍선욱 대표 역시 “지금 우리 바다는 쓰레기와 기후위기로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며 “병든 바다의 회복을 위해서라도 이번 대선은 반드시 기후를 말해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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