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풍부해져도 망엔 못 들어간다”…신규 접속 막더니 이제는 ‘무제한 출력제어’
에너지 전환 핵심인 태양광 가로막는 전력망 독점적 구조, 공정위 신고로 번져
화석연료 발전은 오히려 최소발전 보장받아…재생에너지 신규사업자에만 불리한 조건 강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2022년 제6차 평가보고서(AR6)에서 태양광을 “가장 저렴하고 빠르게 확장 가능한 온실가스 감축 기술”로 명시했다. 태양광은 지난 10년간 발전단가가 90% 이상 하락하며, 전 세계적으로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도 한국에서는 태양광 발전의 확대를 지원하기는커녕,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가 망 접속을 제한하고 시장 공정성을 훼손하는 방식으로 재생에너지 전환을 저해하고 있다.
24일 대한태양광발전사업자협회(대태협), 전국태양광발전협회, 광주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협의회 등 태양광 사업자 협회와 기후솔루션은 이날 한전이 시행 중인 ‘출력제어 조건부 접속제도’가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및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한다며 한전을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신고했다. 같은 날 오전 11시 한전 서울본부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공정위 신고 취지를 설명하고 제재를 촉구했다.
신고인으로 참석한 대태협 곽영주 회장은 “지금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이 한전에게 배전망 접속을 요청하면, 한전은 ‘출력제어 조건부 접속제도로 접속을 하던지, 아니면 2032년까지 기다리라’고만 한다. 전력을 판매하려면 언제든지 출력제어에 강제로 동의를 하라는 한전의 지시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명백한 차별이다“라고 하며 출력제어 조건부 접속제도의 부당성을 주장했다.
기후솔루션 이근옥 변호사는 “한전은 공공재인 전력망을 독점하면서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에게만 전력망 접속 기준을 부당하게 차별하여 재생에너지 사업을 고사시키고 있다. 출력제어 조건부 접속제도는 기술적으로 불가피한 조치가 아니라 한전의 전력망 운영방식에 따른 구조적 차별이다. 제주 지역과 일본은 석탄화력발전소의 최소발전용량을 낮추는 정책을 시행하여 재생에너지 출력제어율을 낮추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출력제어 조건부 접속제도가 기후위기 대응에 필수적인 에너지 전환을 정면으로 가로막고 있다”라고 지적하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이날 회견에서는 다음과 같은 요구사항도 함께 발표됐다. △한전은 탄소중립을 저해하는 출력제어 조건부 접속제도를 즉각 철회하고 △산업통상자원부는 재생에너지 초과 발전량을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저장장치 보급 대책을 수립하고 △공정거래위원회는 한전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행위 및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엄정한 제재를 가할 것을 요구했다.
문제가 된 ‘출력제어 조건부 접속제도’는 지난해 10월 한전이 송배전망의 계통포화를 이유로 도입한 제도로,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전력망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사전 통보 없는 무제한 출력제어’ 조건에 동의해야 한다. 한전은 계통이 포화되었다는 이유로 광주·전남·전북 지역의 모든 변전소를 ‘계통관리변전소’로 지정하고, 이들 지역의 신규 접속을 2031년 12월까지 제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풍부한 해당 지역의 사업자들은 사실상 전력망 접속을 포기하거나, 극히 불리한 조건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반면, 기존 대규모 화석연료 발전소는 최소발전용량을 보장받고 있어,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은 불공정한 경쟁 환경에 놓여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최근 몇 년간,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은 지역에서 한전이 사전 통보 없이 출력제어를 실시하면서 기준과 보상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발전사업자들은 수차례 예고 없는 출력제어로 막대한 손실을 입었지만, 문제 해결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그런 가운데 한전은 지난해 5월 발표한 계통포화대책을 통해 광주·전남·전북 지역의 모든 변전소를 '계통관리변전소'로 지정하고 해당 지역 신규 발전소의 전력망 접속을 전면 제한했다.
한전과 산업통상자원부는 ‘출력제어 조건부 접속제도’를 도입하며 접속 제한을 일부 완화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으나, 실상은 사전 통보 없는 무제한 출력제어에 동의해야만 망 접속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기준과 절차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에서는 이런 제도는 시장지배적지위 남용인 동시에 불공정거래행위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발전사업자에게 불리한 조건을 사실상 강제로 수용하게 만드는 구조로 조삼모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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