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더차지, 12일 전 세계 자동차 제조사의 기후·인권 대응 평가한 세 번째 연례 보고서 발표
중국의 ‘지리’, 동아시아 자동차사 중 돋보이는 약진…현대차·기아차는 순위 소폭 상승
50점 이상 제조사 한 곳도 없어…전 세계 친환경 공급망 여전히 부족
“그룹 내 현대제철을 활용해 공급망 탈탄소화 나서야 중국과 수출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것”
사진 1. 지난 2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현대자동차 사옥 앞에서 현지 환경단체의 활동가들이 현대차의 온실가스 감축과 인권을 고려한 공급망 개선을 요구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마이티어스(Mighty Earth) 제공.
글로벌 기후·인권 단체 연대체 ‘리드더차지’(Lead the Charge)가 세계 주요 자동차 제조사 18곳의 기후 및 인권 대응 순위를 매긴 결과, 현대자동차와 기아차의 순위가 2년 전 대비 소폭 상승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중국 제조사의 괄목할 약진을 고려하면 그룹 내 제철사(현대제철)를 활용해 공급망 탈탄소화에 발 빠르게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2일 리드더차지는 자동차 공급망에서의 온실가스 배출과 인권침해 현황을 분석한 연례 보고서 ‘자동차 공급망 리더보드’를 발간했다. 리드더차지는 자동차 제조사의 책임 있는 전환을 독려하는 전 세계 동시 캠페인으로 표면적인 전기차 도입 현황을 넘어 자동차 공급망 전반에서 화석연료 사용은 얼마나 줄어들었는지, 생산 자재를 추출하는 지역의 원주민 인권은 존중되고 있는지 등을 다면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표1. 연도별 리더보드 순위 비교 (점수는 소수점 이하 반올림)
우선, 리더보드에서 현대자동차는 총점 21점을 받아 18개 제조사 중 10위를 차지했다. 이는 리더보드가 처음 발간된 2023년 당시 순위였던 11위에서 한 계단 상승한 숫자다. 보다 상세한 탄소 중립 로드맵을 발표하고, 산림 전용 방지 및 생물다양성 보호 정책을 수립한 영향이 컸다. 다만 현대차는 철강 및 알루미늄의 탈탄소화에 있어서는 2년 연속 아무런 진전이 없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됐다. 특히 그룹 내 철강 자회사를 갖고 있는 독특한 기업 구조를 감안하면 의지에 따라 철강의 탈탄소화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놓을 수 있는데 아쉬움이 크다는 지적이다. 또, 공급망에서의 노동 위험 요소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등 노동자 권익 부문에서도 점수가 7점이나 하락했다.
올해 16점을 받은 기아자동차 역시 2023년 14위에서 두 계단 상승해 12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중에서도 인권 부문에서 상당한 개선을 이루며 올해 두 번째로 큰 점수 상승을 이뤄낸 곳 중 하나가 됐다. 이는 위험 식별과 모니터링 시스템을 포함한 인권 실사 프로세스에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한 결과다. 하지만 환경 부문에서 여전히 경쟁사들에 비해 뒤처져 있는 점은 한계로 지적됐다. 특히 기아차는 현대차와 같은 현대자동차 그룹 소속으로, 계열사인 현대제철과 협력할 수 있음에도 철강·알루미늄·배터리 항목에서 최저점을 받는 데 그쳤다.
현대차에 이어 동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점수를 받은 곳은 기아차가 아닌 중국 자동차 제조사 ‘지리(Geely)’였다. 지리는 2년 연속으로 리더보드에서 가장 뛰어난 개선을 보인 제조사 중 하나다. 특히 지리는 공급업체의 온실가스 배출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재활용 철강과 알루미늄 사용을 늘리기 위한 목표를 설정하는 등 ‘화석연료 없는 지속가능한 공급망’ 부문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그 결과, 순위가 지난해보다 한 단계 상승해 현대차(10위)를 바짝 뒤쫓게 됐다. 리더보드는 이런 추세가 유지될 경우, 내년 리더보드에선 지리가 동아시아 제조사 중 최고 순위인 8위로 올라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체 18개 제조사 가운데 일본의 토요타·혼다·닛산 3사와 중국의 상하이자동차그룹(SAIC) 만이 ‘화석연료 없는 지속가능한 공급망’ 부문에서 아무 점수 상승도 이뤄내지 못했다. 특히 토요타는 리더보드가 처음 발간된 2023년 이래로 기후 및 환경 부문 지표에서 그 어떠한 진전도 보이지 않고 있다. 2023년엔 동아시아 제조사 중 최고 순위를 기록했던 닛산 역시 배터리 재활용과 관련된 모든 지표에서 0점을 기록하는 등 환경 부문에서 아쉬운 성과를 보이며 순위 하락을 이어갔다.
한편, 유럽과 미국 제조사의 점수는 동아시아 제조사들의 점수를 크게 웃돌았다. 테슬라(43점)·포드(42점)·메르세데스(41점)는 근소한 차이로 각각 1~3위를 차지했으며, 그중 테슬라는 총점을 8점 끌어올려 지난해 2위에서 올해 1위로 올라서는 데 성공했다. 테슬라가 철강·알루미늄·배터리 공급망 내 간접 배출량(스코프 3 배출량)까지 세분화해 공개한 유일한 제조사라는 점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다만, 리드더차지는 최근 테슬라가 미국 전기차 대상 세금 혜택 폐지를 지지하는 등 반기후적 행보를 보인 점을 감안할 때, 내년 평가에선 순위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1~3위에 이어 4위에 이름을 올린 볼보(38점) 역시 지난해 이미 최고 점수를 받은 ‘화석연료 없이 지속가능한 공급망‘ 부문에서 또 한 번 18곳 제조사 중 가장 큰 폭의 점수 상승을 이뤄내며 눈길을 끌었다. 볼보의 성과는 업계의 선도 기업이 진전 속도를 늦추지 않으면서, 다른 기업들이 따라야 할 기준을 충분히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표2. 2025년 리더보드 세부 점수 (소수점 이하 반올림)
기업들이 어떤 분야에서 진전을 보였는가는 당국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규제와 관련이 깊다. ‘친환경 경제 원주민 권리 보호 연합’(SIRGE)의 갈리노 앙가로바 사무국장은 “전기차 제조뿐 아니라 공급망의 지속가능성과 실사 관행에 있어서 보다 나은 성과를 유도하기 위한 정책이 효과를 거뒀다. 올해 리더보드에서 가장 큰 진전을 보여 준 분야는 유럽연합의 배터리 규제,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SDDD) 등 최근 승인된 정책의 대상 분야다. 따라서 CSDDD와 같은 강력한 의무 규정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러한 제도를 약화시킨다면 힘겹게 이뤄온 성과가 무너지고 변화의 길이 가로막히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리드더차지는 지속가능한 공급망 전환을 위한 업계 전반의 노력은 여전히 부진한 것으로 평가했다. 2023년 보고서가 처음 발간된 이래로 올해도 총점 50점 이상의 기업은 한 곳도 없었으며, 전체 평균은 22점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어스워크(Earthworks)의 채굴 캠페인 공동 담당자인 엘런 무어는 “올해 리더보드의 결과는 간명하다. 일부 제조사가 강력한 정책과 약속을 내놓았지만, 그것을 실행하는 차원에서는 미흡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라고 밝혔다.
지속가능한 공급망은 자동차 제조사의 수출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세계 각국이 탄소 배출에 관세를 매기기 시작했고, 이 경우 차량 운행뿐만 아니라 차체와 부품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배출량도 적용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높은 관세가 적용돼 해외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 가격이 오를 경우, 중국의 저가 전기자동차 등과의 수출 경쟁에서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해 나가기 위해선, 현대차와 기아차가 ‘녹색철강’을 활용해 유리한 고지를 점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뜨거운 고로에서 화석연료인 석탄을 활용해 철광석을 녹이는 기존 방식과 달리, 전기로와 수소를 활용하는 등 철강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요지다. 기후솔루션 철강팀의 안혜성 연구원은 “현대자동차 그룹은 계열사로 현대제철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이와 같은 구조를 갖고 있는 곳은 현대차그룹과 타타그룹뿐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제철의 녹색 철강 생산을 강화함으로써, 자동차 공급망의 탈탄소화를 주도하고 현대차·기아차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참여 단체]
리드더차지는 공평하고 지속 가능하며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자동차 공급망을 위해 노력하는 지역, 국가 및 글로벌 옹호 파트너들의 다양한 네트워크입니다. 이 연대체의 발전에 기여한 단체로는 Cultural Survival, Earthworks, First Peoples Worldwide, Industrious Labs, 사회 정의를 위한 투자자 옹호 단체(Investor Advocates for Social Justice), Mighty Earth, Public Citizen, 시에라 클럽, 기후솔루션(SFOC), 트랜스포트&인바이런먼트(T&E), 선라이즈 프로젝트(The Sunrise Project) 등이 있습니다.
[리더보드 링크 – 보고서를 다운받으실 수 있습니다]
국문 링크: 전 세계 자동차 회사들의 EV 공급망 평가
영문 링크: Scoring the world’s automakers on their EV supply cha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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