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없이 끝난 INC-5, 개최국 한국은 플라스틱 문제서 리더십과 역할 부족해
”플라스틱 생산량 증가와 관련 설비 확충이 기후 위기에 미치는 심각한 영향을 한국 정부가 직시해야”
처음 플라스틱 협약 논의는 해양 쓰레기 문제를 다뤘지만, 현재 협약의 협상에서 가장 첨예하게 다뤄지는 부분은 생산 감축이다. 플라스틱 오염의 근본적인 원인은 플라스틱의 과도한 생산이며 플라스틱 생산은 곧 기후 문제이기 때문이다.
플라스틱의 90% 이상이 화석연료로 만들어지며 버려지는 플라스틱의 단 9%만이 재활용된다. 대부분의 플라스틱 쓰레기는 오염, 소재 혼합, 염색 등의 이유로 물리적 방식을 통한 재활용이 어렵다. 이는 단순히 폐기물 관리나 재활용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을 의미하며 201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세계 플라스틱 생산망이 비순환적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플라스틱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기후위기를 심화하고 있다.
지난 11월 25일부터 12월 1일까지 부산에서 열린 INC-5는 플라스틱 협약 성안을 위한 중요한 자리였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마무리되었다. 협상은 시작부터 난항을 겪었다. 의장이 제안한 협상 텍스트인 '제3차 비문서(Non-paper 3)'의 지위와 협약 채택 시 만장일치 합의(consensus)에 이르지 못할 경우 다수결 투표로 결정한다는 규칙을 둘러싸고 의견이 나뉘면서 각 조항에 대한 실질적 협상을 진행하는 ‘컨택 그룹(contact group)’ 회의가 지연됐다. 컨택 그룹 협상에 돌입한 이후에는 국가 간 입장 차이로 인해 구체적인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은 자발적인 국가 차원의 노력을 강조하는 반면 오염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겪고 있는 도서국은 생산 감축 목표를 포함한 강력한 협약을 지지했다. 간극은 컸고 협상 마지막 날까지 결국 좁혀지지 않았다.
한국은 개최국으로서 국제적 리더십을 보여줄 기회였으나,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협상 진행 과정에서 한국 정부는 주도적으로 명확하고 야심 찬 의견을 제시하지 못했고, 현장서 인터넷 문제나 옵저버 자리 부족 등 기본적인 운영에서도 아쉬움을 남겼다. 무엇보다 한국 정부는 플라스틱 생산 감축 목표와 관련한 명확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폐기물 관리와 재활용에만 초점을 맞춘 소극적인 태도를 지속했다.
한국 정부는 주요 플라스틱 생산국 중 하나임에도 인류의 미래를 고려한 합리적 감축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INC-5를 앞두고 도서 국가와 아프리카 국가들이 주도한 협약에서 1차 폴리머를 규제해야 한다는 '부산으로 가는 다리(Bridge to Busan)' 선언에 참여하지 않았고, 협상 4일 차인 11월 28일 파나마를 주축으로 100여 개국이 참여한 글로벌 감축 목표 지지 성명에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11월 30일 밤, 협상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플라스틱 생산을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감축하는 조항을 포함해야 한다는 개최국 연합 성명서에 동참했다.
이번 INC-5의 7일에 걸친 협상 과정은 국경을 초월하는 환경 문제에 관한 새로운 협약의 성안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 전문부터 시작해 협약의 구속력에 영향을 주는 “shall” “may” “should” 등 동사 하나하나가 중요하게 다뤄지다 보니 아침부터 새벽까지 지지부진한 협상이 이어졌다. 의미 있는 협약이 완성되기에도 부족했던 INC-5 협상장의 시계가 흘러갔다. 허울뿐인 협약이 아닌 실효성 있는 협약을 만들기 위해서는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 전반의 더욱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
기후솔루션은 플라스틱 생산량 증가와 관련 설비 확충이 기후 위기에 미치는 심각한 영향을 한국 정부가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플라스틱 생산 감축은 국가적 차원의 자발적 노력만으로는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 국제적으로 검증 가능하며 구속력 있는 협약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 정부는 세계 4위 플라스틱 생산국으로서 국제적 책임을 다하고,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적극적인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부산에서의 협상은 끝났지만, 기후솔루션은 플라스틱 문제를 온실가스 배출과 석유화학 산업의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다루며 시민사회와 함께 목소리를 낼 것이다. 이번 협상이 완전한 결실을 보지 못했더라도, 우리는 지구와 미래 세대를 위한 전 지구적 목표를 향해 계속 나아가야 한다.
보도자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