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9 중반 지난 20일, 저먼워치 등 64개 나라의 기후변화 대응 성적표 발표
한국은 지난해(64위) 이어 63위로 최하위권, 중국 55위, 미국 57위, 일본 58위 등
“헌법재판소 지적했듯 온실가스 감축목표 1.5도 경로와 맞지 않아…’대왕고래’도 문제”
그림1. 세계 각국의 4개 부문 및 종합에서 세계 각국의 기후변화 대응 수준을 표시한 지도. 출처: CCPI 2025 보고서
한국이 세계 64개 나라의 기후변화 대응 성적을 비교한 ‘기후변화대응지수’(CCPI, Climate Change Performance Index)에서 최하위권인 63위를 기록했다. 산유국을 제외하면 사실상 꼴찌이다.
기후변화대응지수는 독일의 비영리연구소인 저먼워치(GermanWatch), 뉴클라이밋 연구소(NewClimate Institute), 세계 기후단체 연대체인 기후행동네트워크(CAN, Climate Action Network)가 함께 매년 각국의 기후 대응을 온실가스 배출, 재생에너지 전환, 에너지 사용, 기후 정책 등 4가지 부문으로 나눠 평가한 뒤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즈음해 내는 보고서로, 2005년부터 발표해 왔다. 올해 역시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는 COP29 중반을 지난 20일 발표했다.
기후변화대응지수는 표준화된 분석 프레임워크로 비교 가능한 63개 나라와 유럽연합(EU)을 더한 64개국의 기후변화 대응 성과를 비교한 뒤 순위를 매긴다. 세계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아래로 제한한다는 ‘파리 협약’을 달성하기 위한 경로를 따르고 있는 나라는 이 가운데 단 한 곳도 없었기 때문에 상징적으로 1~3위를 비웠다. 작년 역시 1~3위는 빈 상태였다. 가장 기후 대응을 잘 하고 있다고 평가받은 나라는 4위의 덴마크였다. 대상 국가들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90%가량을 배출했다.
그림2. 2025년 CCPI 순위. 한국은 63위에 머물렀다. 출처: CCPI 2025 보고서
한국은 63위로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지난해 순위는 64위였다. 한국 아래의 최하위 국가인 이란(67위)을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66위), 아랍에미리트(65위), 러시아(64위)가 모두 산유국임을 감안하면, 한국은 온실가스의 주 배출원인 석유, 가스를 직접 생산하지 않는 나라 가운데 가장 안 좋은 정책과 실적으로 보이고 있는 셈이다.
보고서는 올해 한국의 낮은 성적의 이유로, 한국 헌법재판소마저 지적할 정도로 2도 제한 온실가스 감축 경로에 부합하지 않는 국가 온실가스감축계획(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탈화석연료는커녕 오히려 신규 석유·가스 사업을 늘리려는 투자 의지 등을 꼽았다. 얀 버크(Jan Burck) 저먼워치 상임고문을 비롯한 보고서 저자들은 “지난 8월 29일 한국 헌법재판소는 한국의 현재 온실가스감축계획이 2030년 이후 감축 계획이 없는 점 등을 들어 현재와 미래 세대의 기본권을 보호하지 못한다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한국은 파리 협약 경로에 맞는 감축 목표를 제시해야 하고 석탄과 가스 발전은 현재 목표(2050년)보다 앞당긴 2035년에 폐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한국이 메탄(이산화탄소 최대 80배에 달하는 강력한 온실가스) 배출을 2020년 대비 30% 줄이기로 한 글로벌 메탄 서약(Global Methane Pledge)에 가입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우선 (동해안 석유가스전을 개발하겠다는) ‘대왕고래’ 개발 계획과 같은 신규 석유 가스전 개발 계획부터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2050년 비중 70%를 목표로 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도입을 더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솔루션 가스팀 정석환 연구원은 “해외 화석연료 사업 투자에 그치지 않고 오히려 '대왕고래'와 같은 국내 석유·가스전 개발을 시도하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비판받을 행보"라며 "국내 석유·가스전 개발이 실제로 추진될 경우, 순위가 더 추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지금은 파리 협약 경로에 부합하는 감축 계획을 신속히 수립하고 실질적으로 이행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덴마크에 이어 좋은 성적을 받은 나라는 네덜란드(5위)였으며, 영국은 전년 20위 대비 14개 계단이나 급상승하며 6위를 기록했다. 보고서는 “지난 2024년 7월 영국 정부가 바뀐 뒤(보수당에서 노동당 정부로 교체) 야심찬 기후 대응 정책을 도입하기 시작한 점”을 주요 이유로 꼽았다. 독일은 16위에 머물렀다. 중국은 온실가스 배출과 에너지 사용 부문에서 ‘매우 낮음’ 평가를 받으며 지난해(51위)에 이어 하위권(55위) 기록했다.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을 도입하며 기후 대응 의지를 보였지만 아직도 연방정부 차원의 화석연료 퇴출 목표가 없는 점, 여전히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과 낮은 재생에너지 비중 등을 이유로 더 낮은 57위에 머물렀다. 세계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10위 안에 든 나라는 영국과 인도(10위)뿐이었다.
보고서 저자 가운데 한 명인 니클라스 혼(Niklas Höhne) 뉴클라이밋 연구소 연구원은 “세계는 전환점을 맞고 있다. 세계 온실가스가 최고점을 찍고 내려와야 할 시기가 가까웠다. 기후변화의 더 무서운 결과들을 막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뿐이다”라며 “특히 도널드 트럼프가 새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유럽연합 및 가입국인 독일 등과 같은 나라의 더 강한 리더십이 특별히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라고 말했다.
자넷 밀롱고(Janet Milongo) 기후행동네트워크의 에너지전환 부문 선임 매니저는 “세계 다수에게 에너지 불평등은 여전한 현실이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대륙 전체보다 네덜란드 한 나라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시설이 더 많은 현실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에너지) 전환에 있어서 어떤 사람이나 국가라도 뒤에 남겨둔다면 기후 부정의로 받아들여지게 될 것이고 공동 목표 달성을 어렵게 할 것이다. 빠르고 정의롭고 공평한 전환을 위한 공적 금융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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