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000 한우’ 파시나요?”
지난 11월 1일, 저는 가족으로부터 전화를 한 통 받았습니다. “오늘 한우의 날이래! 한우 구워 먹자!” (전국한우협회는 2008년부터 11월 1일을 ‘한우의 날’로 지정하여 홍보하고 있습니다.)
순간 “아…식품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감축 일을 한다면서, ‘한우의 날’을 기념해 한우를 먹는다고?”라는 죄책감이 밀려들었지만, 조금은 들뜬 가족의 목소리를 외면하기 어려웠습니다. 결국 저는 마음 한편의 불편함을 덜기 위해 대안을 찾아보기로 합니다. ‘한우의 날’에 찾아간 집 근처 농협 매장은 주차장의 한 구역을 임시 한우 판매장으로 만들었더군요. 학교 운동장 반 정도 되는 규모의 주차장에는 다양한 지역에서 온 한우 판매 업체, 농가들이 서로 마주 보고 한우를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가장 규모가 커 보이는 판매대에 다가가 이렇게 물어보았습니다.
“혹시 ‘저탄소 한우’ 파시나요?”
판매대 앞에 서 계신 분들이 일제히 저를 쳐다보며 ‘저탄소 한우’가 무엇인지, 그걸 왜 찾는지 물었습니다. 저는 이상한(?) 질문을 한 게 민망해서, 다른 판매대도 상황은 마찬가지일 것 같아서 그곳에서 한우 몇 팩을 샀습니다.
곧 설이 다가옵니다. 매해 명절만 되면, 부모님은 정육점에서 가장 등급이 높은 한우(1++)를 구매합니다. 올해도 예외는 없을 것 같네요. 이렇게 한우는 특별한 날, 귀한 사람에게 주는 상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개인의 실패이기 전에 시장의 공백
이 글을 읽는 여러분 중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1++ 한우를 먹어봤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그런데 혹시 ‘저탄소 한우’를 먹어보았나요? 아니, 본 적이 있나요? 저는 아직 보지도, 먹지도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저탄소 한우’는 우리나라에서 사육되는 소의 1% 정도밖에 없는, 아주 보기 힘든 한우니까요. 우리가 몰랐던 이유는 개인적인 관심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아직 시장이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쉽게 말해 ‘저탄소 한우’는 특정한 조건을 인증받아서 일반 한우보다 온실가스 감축을 10% 이상 한 한우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3년부터 ‘저탄소 축산물 인증제*’를 시작했습니다. 동물복지, 방목생태, 무항생제 등과 같은 환경친화 또는 위생·안전 조건을 1개 이상 충족한 축산 농가가 탄소 감축 기술을 적용하면 ‘저탄소 축산물 인증’을 받습니다. 탄소 감축을 정량화하는 방법은 사육 기간을 줄이는 것 (조기출하), 가축분뇨 처리 방식을 개선하는 것, 축사 내 에너지 사용을 줄이거나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것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기준을 맞추고, 3년마다 인증을 갱신하는 것은 농가 입장에서 절대 쉽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습니다. 농가는 새로운 시설을 투자해야 하고, 그러면 운영비 증가가 뒤따릅니다. 결국 한 마리의 한우를 생산하는 비용이 추가될 수밖에 없고, ‘저탄소 축산물’은 일반 축산물 보다 약 15% 정도 가격이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탄소 축산물’ 인증에 대한 정부 지원금은 늘어나고 있지만, 농가 입장에서는 추가 수익이 얼마나 보장될지 여전히 불확실하죠.

그래서 아직 ‘저탄소 축산물’ 중 하나인 ‘저탄소 한우’는 전체 사육 규모의 약 1%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러한 한계는 결국 시장의 공백으로 남게 됩니다. 시장의 공백은 소비자의 선택으로 이어지지 못하죠. 소비자가 친환경 소비를 고민하거나 실천하고 싶어도, 실제로 비교할 수 있는 선택지가 눈앞에 없는 상황입니다.
만약 공공 주도로 ‘저탄소 축산물 인증’을 받은 축산물 공급이 늘어나 동네 정육점에서 쉽게 ‘저탄소 한우’를 보았다면, 어떨까요? 소비자들은 가격뿐만 아니라 “내 몸에 더 좋은가?”, “더 맛있나?” 그리고 “얼마나 저탄소인가?” 등을 궁금해할 것입니다.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는 기준과 정보가 함께 충분히 제공돼야 할 것입니다.
당연한 것이 아닌 ‘나의 선택’이 되려면
이 글에서 다소 복잡한 정책과 이야기를 길게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기후솔루션 농식품팀은 지속가능한 식단을 위한 정책 변화를 위해 움직이고 있으니 지켜봐 주세요!)
다만, 지금과 같이 한정된 선택권은 분명 바뀌어야 하고, 우리에게는 여러 대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특히 전통과 기준이 켜켜이 쌓아진 명절 문화는 변화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새로운 식단이나 환경을 고민하던 이들도, 명절의 익숙한 풍경 앞에서는 관성적인 선택으로 돌아가곤 하니까요. 그래도 이번 명절, 소중한 누군가를 위해 선물을 고르거나 가족과 나눌 음식을 고민한다면, 잠시만 이런 질문을 던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것이 최선일까? 나의 선택은 지속가능한가? 아니라면 어떤 대안이 있을까?”

당장 집 앞 마트에서 ‘저탄소 한우’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럴 때는 탄소 발자국을 줄인 지역 농산물을 선택해 보거나, 우리 땅에서 자란 식물성 단백질로 식단의 비중을 한 번씩 옮겨보는 것부터 시작해 볼 수 있습니다.
저는 곧 다가오는 설에도 마트와 정육점에서 ‘저탄소 축산물’이 있는지 두리번거리고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의 사소한 ‘두리번거림’이 계속해서 모인다면, 지난 ‘한우의 날’ 느꼈던 막막한 민망함이 언젠가는 당연한 요구로 바뀔 것이라고 기대해 봅니다.
*’저탄소 축산물 인증제’ 개요
1. 목적 및 정의
정의: 저탄소 축산기술을 적용하여 축종별 평균 배출량보다 온실가스를 10% 이상 줄인 축산물 (한우, 돼지, 젖소에 한해 시범 운영 및 본 사업 진행 중)
목적: 축산 분야 탄소중립 실천 및 가치 소비를 위한 기반 조성
2. 주요 인증기준
사전 요건: 무항생제·유기인증, 동물복지, 깨끗한 축산농장, 환경친화 축산농장, 방목생태축산농장,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중 1개 이상 보유
감축 기준: 저메탄·저단백 사료 급여, 분뇨 처리 방식 개선, 사육 기간 단축(한우) 등 저탄소 기술로 탄소 배출 10% 이상 감축
3. 인증 절차
신청서 접수(축산물품질평가원, 이하 축평원) → 현장실사 우선순위 평가(축평원) →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보고서 작성(농장) → 우선순위에 따른 현장실사 시행(심사원) → 인증대상자 선정(축평원) → 인증 심의위원회 실시(축평원) → 인증최종 확정(축평원)
출처: 농림축산식품부 고시 제2023-42호 「농축산물 저탄소 인증제 운영규정」 및 축산물품질평가원 사업 공고 전문
표지 사진 출처 : 축산물품질평가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