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에서 시작된 두 질문
이 프로젝트는 두 개의 질문에서 시작됐습니다.
두 질문은 하나의 엽서에 함께 담겼고,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열린 현장에서 사람들의 손을 거쳐 채워졌습니다.
2025년 11월 10일 월요일부터 11월 21일 금요일까지, 브라질 아마존의 관문 도시 벨렝(Belém)에서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열렸습니다.
기후솔루션은 이 기간에 총회 참석자들은 물론 벨렝의 시민들까지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는 그린존(Green Zone)에서 참여형 엽서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엽서에 적힌 질문은 다음 두 가지였습니다.

“기후위기로 인해 사라질지도 모르는, 당신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요?”
“그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나요?”
COP30 현장을 찾은 시민과 참가자 가운데 250명이 넘는 분들이 이 두 질문에 손글씨로 답해 주셨습니다.
많은 분들이 줄까지 서시면서 행사에 함께해주셨습니다.
짧은 문장도 있었고, 오랜 시간을 들여 생각을 적어 내려간 엽서도 있었습니다.
이 답변들은 기후위기를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일상 속에서 체감하고 있는 현실로 보여주었습니다.
벨렝에서 적힌 이야기들
벨렝에서 작성된 엽서들에는 이 도시가 놓인 자리의 특수성이 또렷하게 담겨 있었습니다. 세계 최대의 열대우림인 아마존을 곁에 둔 도시에서, 기후위기는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은 날마다 더 뜨거워지는 도시의 공기를 체감하고 있었고, 예전에는 당연했던 비의 시간과 계절의 리듬이 달라졌다고 적었습니다. 오후에 내리던 비가 더 이상 오지 않거나, 몇 달 동안 햇빛을 보기 어려운 날들이 이어진다는 기록도 있었습니다.
엽서에는 숲과 강,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생명들의 이름이 반복해서 등장했습니다. 아라라 아줄(Arara Azul, 푸른 금강앵무), 반딧불이, 민물고기, 희귀 곤충과 꽃들처럼 한때는 흔했지만 이제는 보기 어려워진 존재들이 적혔습니다. 강이 오염되면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 물고기들, 산불로 위협받는 아마존과 판타나우의 숲, 그리고 아이들이 언젠가는 영화 속에서만 동물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이어졌습니다. 이곳에서 자연은 풍경이 아니라, 사라질 경우 삶 자체가 흔들리는 터전이었습니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에서는 이러한 위기의식이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불법 목재를 피하며, 쓰레기를 분리하고 재활용하는 일상적인 실천부터, 나무를 심고 강과 해변을 청소하는 활동까지 다양한 선택이 엽서에 담겼습니다. 생물학을 공부하며 숲과 지역 공동체의 목소리를 전하려는 학생, 곤충과 생물다양성을 연구하는 연구자, 식재료를 남기지 않으려 애쓰는 요리사, 지속가능한 정책과 기후 교육을 확산하는 활동가의 이야기도 이어졌습니다. 어떤 이는 “자연 없이는 인간도 살 수 없다”는 문장을 남기며, 숲을 지키는 일이 곧 사람을 지키는 일이라고 적었습니다.
벨렝에서 적힌 이 엽서들은 기후위기를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삶의 지속 가능성과 지역의 미래에 대한 질문으로 드러냈습니다. 숲과 강, 생물다양성을 잃는다는 것은 곧 기억과 생계, 공동체의 방식이 사라진다는 의미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곳에서 던져진 두 개의 질문은 더욱 구체적이었고, 아마존이라는 공간에서 시작된 이 기록들은 이후 서울까지 이어질 수 있는 단단한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질문은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벨렝에서 수집된 엽서들은 그곳에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질문은 지구 반대편의 도시, 서울로 옮겨졌습니다.
2026년 1월 5일부터 1월 23일까지,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 1층에서 ‘아마존에서 온 편지, 서울에서 보내는 답장’ 전시와 엽서 이벤트가 열렸습니다.
이 공간에서는 벨렝에서 작성된 엽서를 전시하는 동시에, 서울을 찾은 시민들에게 같은 엽서, 같은 두 개의 질문을 건넸습니다.
기후위기로 인해 사라질지도 모르는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서울 시민들에게 묻는 시간이었습니다.

서울에서 도착한 답장들

서울 헤이그라운드에서 모인 엽서들에는 기후위기가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의 일상에 닿아 있는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어떤 이는 아마존과 같은 거대한 자연이 사라지는 것도 두렵지만, 아무 일 없는 하루와 평온한 계절 같은 ‘당연한 일상’이 무너지는 것이 더 속상하다고 적었습니다. 또 다른 이는 처음 다이빙을 했던 바다와 그곳의 산호초를 떠올리며, 수온 상승과 태풍으로 부서진 바다를 마주했을 때의 섬뜩함을 전했습니다. 사계절이 점점 흐려지고 봄과 가을이 짧아지는 것에 대한 걱정, 커피와 제철 과일처럼 익숙한 먹거리와 지역의 특산물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불안도 이어졌습니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저마다의 자리에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텀블러와 장바구니를 사용하는 작은 습관부터, 쓰레기를 줄이고 분리배출을 생활화하는 실천, 비건식을 지향하거나 옷을 오래 입는 선택까지 다양한 방식이 엽서에 담겼습니다. 누군가는 산책하며 쓰레기를 줍는 일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었고, 누군가는 꿀벌을 위한 꽃을 심거나 숲을 배우고 나무를 심는 일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또 어떤 이들은 자신의 일과 연구, 교육과 소셜벤처 활동을 통해 산업과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서울에서 모인 이 답장들은 기후위기에 대한 걱정이 특정한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라, 각기 다른 삶의 조건 속에서도 공통으로 이어지고 있는 질문임을 보여주었습니다. 지키고 싶은 것은 서로 달랐지만, 그 소중함을 놓치지 않기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행동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놀라울 만큼 닮아 있었습니다. 이 엽서들은 기후위기가 거대한 담론이기 이전에,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선택과 태도에 관한 문제임을 조용히 전하고 있습니다.
지구 반대편의 두 도시, 닮은 고민
벨렝과 서울은 여러 면에서 대비되는 도시입니다. 하나는 세계 최대의 열대우림을 끼고 있는 도시이고, 다른 하나는 고밀도의 산업과 도시 시스템 위에 세워진 대도시입니다.
하지만 같은 엽서에 적힌 답변들은 생각보다 많이 닮아 있었습니다.
지키고 싶은 대상은 달랐지만, 잃고 싶지 않은 삶의 감각과 책임감은 비슷했습니다.
누군가는 숲을 지키기 위해 살아가는 방식을 바꾸고 있었고, 누군가는 도시에서의 소비와 선택을 다시 돌아보고 있었습니다. 기후위기를 마주하는 방식은 저마다 달랐지만, 두 개의 질문 앞에서 사람들은 각자의 언어로 같은 문제를 붙잡고 있었습니다.
엽서가 만든 조용한 연결
이 프로젝트는 큰 구호를 외치지 않았습니다. 누군가에게 행동을 강요하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같은 질문을 공유하고, 서로 다른 도시에서 나온 답을 나란히 놓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마존과 서울은 하나의 엽서 위에서 연결됐습니다.
서로 얼굴을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기후위기를 걱정하고, 지키고 싶은 것을 떠올리며, 각자의 자리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마존에서 온 편지, 서울에서 보내는 답장’은 기후위기를 둘러싼 전 세계의 사람들이 질문과 언어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서로 연결되고 연대할 수 있음을 보여준 기록입니다.
이 질문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우리가 사는 도시에서, 무엇을 지키고 있으며, 그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