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정책 변화 속에서 시작된 기후금융 논의
기후솔루션은 지난 8월부터 11월까지 총 4차례에 걸쳐 국회 신장식 의원을 비롯한 십여 명의 국회의원들과 기후금융을 주제로 한 연속 세미나를 개최했습니다.
지난 6월 들어선 새 정부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서 에너지 전환과 이를 뒷받침하는 금융 혁신, 기본사회 구현을 위해 국민의 안전과 복지를 중요 국정 목표와 전략으로 삼았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4번의 세미나에서는 보험 산업의 기후위기 영향과 책임, 국민연금의 기후스튜어드십, 해상풍력을 중심으로 한 녹색금융, 한국형 전환금융 정책의 도입 방향을 주제로 진행됐습니다.
보험 산업과 국민연금은 국민들이 자연재해와 노후로 인한 위험과 환경 변화에도 안정된 삶을 누리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따라서 기후위기의 가속화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또한 보험과 국민연금 모두 국민들이 위험에 대비해 맡겨둔 자산을 주식과 채권 등에 투자함으로써 수익을 올리게 되는데, 이때 많은 자산이 화석연료에 투자되어 국민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기도 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여러 금융 산업 중 기후위기와 가장 밀접한 관련을 맺습니다.
정책 금융의 관점에서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두 가지의 접근이 필요합니다. 그 중 하나는 재생에너지 중심으로의 전환을 위해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녹색금융입니다. 이때 정책금융은 새로운 산업이 성장하도록 마중물 역할을 하고, 민간금융이 투자할 수 있도록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또 하나 새롭게 중요성이 부각되는 영역이 전환금융입니다. 석탄발전, 고로 기반의 철강, 석유화학 등 기존의 화석연료 산업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조속한 퇴출과 구조 전환을 필요로 하는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전환금융 정책이 중요한 화두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각 세미나에서 논의된 주요 내용과 쟁점을 살펴보겠습니다.
#01 일상화된 재해, 보험 산업의 기후위험과 책임
일시: 2025년 8월 13일(수) 오전 10시 ~ 12시
장소: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의실
주최: 국회의원 박상혁·신장식 / 기후솔루션·소비자시민모임·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보험산업은 폭염·집중호우·태풍 등 기후위기로 매년 자연재난이 반복되면서 피해 보상액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고, 복구하는 역할도 하지만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투자와 보험 제공으로 기후위기를 촉발해 많은 비판도 받고 있습니다.
이날 발표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연구에 따르면 2024년 6월 기준 국내 10대 손해보험사의 화석연료 보험 규모는 182.7조 원으로 재생에너지 보험의 7배에 달합니다. 석탄 부문은 불과 1년 만에 82% 이상 증가했으며, 신·재생에너지 투자 비중은 13.6%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글로벌 주요 보험사들은 북극·타르샌드 등 고위험 화석연료 프로젝트를 배제하고, OECD·유럽 기준 2030년, 글로벌 기준 2040년까지 석탄 단계적 폐지를 목표로 하는 등 전환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세미나에서는 보험연구원과 한국은행, 농업정책보험금융원 등 관련 기관과 현대해상, 소비자시민모임 등 기업과 시민사회가 함께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공공기관과 지자체가 보험사 선정 시 기후금융 실적을 평가 기준에 포함하고 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제도, 재생에너지 발전량 변동을 보완하는 지수형 날씨보험 활성화, 기후대응을 위한 산업 차원의 공동행위에 대한 공정거래법상 면책 규정 마련 등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습니다.
무엇보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기후위기로 심화된 재난 피해를 일부 보험사에서 부담하는데 한계가 있어 기후보험 확대에 있어 정부 정책의 중요성이 함께 강조되었습니다.
#02 국민연금의 기후 스튜어드십, 선언을 넘어 실천으로
일시: 2025년 9월 5일(금)
장소: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
주최: 국회의원 박주민·전진숙·신장식 / 경제개혁연대·국민연금기후행동·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국민연금은 1200조 원이 넘는 자산을 운용하는 세계 3대 공적연기금으로, 국내 자본흐름과 산업 구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며 국민의 노후자산을 책임지는 핵심 사회안전망입니다. 이러한 위상에 걸맞게 국민연금은 단순한 수익 창출을 넘어 지속가능한 금융 전환을 이끄는 공적 책임을 수행해야 합니다. 특히 기후위기는 금융과 실물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리스크로, 전 세계 주요 연기금은 기후 리스크를 반영한 스튜어드십 활동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2024년 한 해 동안 29건의 비공개 면담과 3건의 서한 발송에 그쳤고, 관여활동의 가장 낮은 수준인 비공개대화 대상기업도 3곳만 지정했습니다. 2025년에도 6건의 비공개 면담 외에는 중점관리 대상기업을 단 한 곳도 지정하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현행 제도상 중점관리기업 지정 및 실질적 주주권 행사까지 최소 2~3년이 소요되는 구조는 글로벌 연기금의 속도감 있는 대응과 현저히 대비되며, 스튜어드십 코드의 구체성과 실행력, 적시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자본시장연구원, 경제개혁연대 등이 참석해 국민연금의 기후 스튜어드십 활동의 실효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구체적인 개선 과제로 ESG 등급 반영을 넘어 실질적인 주주권 행사가 활발해져야 하고, 금융배출량 공개 및 목표 수립 등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무엇보다 기후위기로 인해 국민 삶 전반에 미치는 사회적 비용을 고려한 투자 의사 결정이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되었습니다.
#03 녹색금융 시대 해상풍력으로 열자: 정책금융의 역할과 과제
일시: 2025년 9월 18일(목)
장소: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
주최: 국회의원 서왕진∙신장식∙차규근 / 주한영국대사관∙기후솔루션∙녹색전환연구소
해상풍력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전환에서 녹색금융이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민간의 참여만으로는 한계가 큰 만큼, 정책금융기관이 장기적·안정적 투자를 위해 시장 형성과 전환을 이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민간의 참여만으로는 쉽지 않습니다. 초기 시장은 수익성이 낮고 위험이 크기 때문에, 국가의 정책금융 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합니다. 정책금융은 단순히 ‘마중물’ 역할을 넘어서, 해상풍력과 같은 도전적이고 장기적인 사업을 안정적으로 지원하며 시장 자체를 형성하는 주도적 힘이 돼야 합니다.
이날 세미나에서 녹색전환연구소의 발표 내용에 따르면, 2030년까지 해상풍력 14.3GW 확대에는 112조원, 2035년 44GW 확대에는 300조 원가량의 투자가 필요합니다. 이는 민간금융만으로는 불가능하며,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이 녹색투자 확대에 나서야 합니다.

세미나 기조 발표를 맡은 주한영국대사관 개럿위어 대사는 영국의 해상풍력 확대에서 세가지 측면을 강조했습니다. 일관된 정책 리더십과 규제 개선, 그리고 영국투자은행(GIB) 등을 통한 공공투자입니다. 재생에너지 산업계와 투자기관 등 토론자들은 해상풍력 발전단가(LCOE) 및 리스크를 낮추기 위한 정책금융의 역할과 화석연료 투자 제한 도입, 기후투자공사의 설립 필요성, 미래에너지펀드의 활성화 방안 등을 논의했습니다.
무엇보다 그간 화석연료 중심의 투자를 중심으로 이뤄진 정책금융이 재생에너지 산업으로의 자본이동을 촉진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었습니다.
#04 한국형 전환금융 활성화 방안
일시: 2025년 11월 6일(목) 오전 10시 ~ 12시
장소: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
주최: 국회의원 이소영∙김재섭∙신장식 / 기후솔루션
네 번째 세미나 주제는 전환금융입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제조업 비중이 두 번째로 높은 국가로, 탄소중립 전환 부담이 막대한 상황입니다. 화석연료 산업의 점진적 탈탄소화와 고탄소 산업의 구조 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전환금융의 필요성이 세계적으로 부각되는 가운데, 한국형 전환금융의 정책적 방향과 제도적 기반이 마련될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GX(그린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10년 간 20조 엔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베터리, 반도체, 송전망 등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으며, 전환금융 지침에 기반해 정부는 물론 민간기업들도 전환채권 등을 통한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도 이전의 녹색분류체계와 더불어 전환금융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준비 중에 있습니다. 단순히 해외 사례를 따라가기 보다 한국의 높은 제조업 비중, 감축 부담 등을 고려한 정책이 마련이 중요하다는 점이 강조되었습니다.
또한 국책은행, 기업 등 토론자들은 고탄소 산업의 탈탄소 전환을 촉진할 수 있도록 충분한 지원이 필요하다면서도 그린워싱과 탄소고착화를 방지할 수 있는 대책도 함께 마련되어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네 차례의 세미나가 제시한 과제와 향후 방향
4번의 세미나를 통해 이번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을 촉진함에 있어 주목해야할 과제들이 다수 도출되었습니다. 정부가 내건 2035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최대 61%, 2040년 탈석탄 추진을 위해서는 기업의 전환은 물론 이를 견인할 막대한 금융 지원이 필수적입니다. 이는 단순히 정책자금 뿐만 아니라 민간금융, 연기금 등 여러 경로의 금융 지원이 보다 효과적으로 이뤄져야 가능한 일입니다.
또한 여기에 더해 기후공시 등 녹색금융을 확산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과 그린워싱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들에 대한 논의도 추가로 이뤄질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석탄발전 등 다배출 산업의 전환을 위한 보다 구체적인 금융 지원 방향에 대해서도 추가로 논의가 이뤄질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도 기후솔루션은 기후금융 확대를 위한 정책 논의가 지속될 수 있는 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나갈 예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