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씨레터는 기후 뉴스를 전하는 기후솔루션의 뉴스레터입니다. 이번 포스트는 10월 포도씨레터에 실린 기후솔루션 팀원 인터뷰입니다.
지난 9월 말, 미국 뉴욕에서는 UN총회와 함께 전 세계 정부, 기업, 시민사회단체가 모이는 뉴욕 기후주간(Climate Week NYC)이 열렸습니다. 올해는 친(親)화석연료 기조 속에서 열기가 위축될 거라는 우려와 달리,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되며 ‘선언을 넘어 실행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강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하는데요.
기후위기 대응의 무게 중심이 ‘약속’에서 ‘실천’으로 옮겨가고 있는 지금, 뉴욕의 현장을 직접 경험하고 돌아온 기후솔루션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의 눈에는 무엇이 보였을까요?
과자 회사 마케터에서 기후위기 대응 단체의 디지털 콘텐츠 마케터로 변신하여 변화를 설득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는 기후솔루션 한국 커뮤니케이션팀의 박준희 님을 모시고, 뉴욕 현장의 분위기, 기후 행동의 새로운 트렌드, 그리고 일상의 작은 행동이 만들어낼 수 있는 변화의 힘에 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과자 회사를 떠나, 변화를 설득하는 일로
포도씨: 안녕하세요, 준희님! 먼저 포도씨레터 구독자분들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준희씨: 안녕하세요! 기후솔루션 한국 커뮤니케이션팀에서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고 있는 박준희입니다. 저는 주로 인스타그램, 유튜브, 뉴스레터 등 다양한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복잡하고 낯선 기후·에너지 이슈를 사람들이 이해하기 쉬운 메시지와 형태로 바꾸고,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콘텐츠와 캠페인으로 풀어내고 있어요. 기후위기 문제가 대중에게 가깝고 친근하게 다가오도록 만들고, 사람들이 '이건 내 문제구나' 하고 느끼게 해서 변화를 만들어가는 데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포도씨: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고 계시네요. 기후솔루션에는 어떻게 합류하게 되셨나요?
준희씨:기후솔루션에 오기 전에는 과자 회사의 마케팅팀에서 브랜드 매니저로 일했어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전하는 일이었지만, 어느 순간 '무엇이 진짜 좋은 일일까?'를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죠. 그때부터는 소비를 설득하는 대신, 변화를 설득하는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렇게 과자에서 기후로 옮겨오게 됐습니다.
🗽 친화석연료 기조 속, 열기로 가득 찬 뉴욕의 현장
포도씨: 뉴욕 기후주간에 직접 가보신 건 이번이 처음이셨다고 들었어요. 미국 내 정치적 분위기 때문에 위축될 거란 전망도 있었는데, 현장의 분위기는 어땠나요?
준희씨: 출국 전에는 걱정도 있었죠. 하지만 현장은 예상과 다르게 활기찼습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올해는 1,000개 이상의 공식 이벤트가 등록되었고, 참여 기업 수도 역대 최대 규모였어요. 공식 행사장의 에너지 밀도도 높아서, 세션 사이사이 네트워킹과 토론이 이어지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의외였던 건, 도시 전역에서 행사가 열린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홍보물이 붙어있다거나 거리에서 기후 액션이 많지는 않아서 도시 내에서는 기후주간의 열기가 잘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겉으로 드러나는 액션은 적었지만, UN 총회와 다양한 이슈가 워낙 큰 도시 전체에서 복합적으로 발생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포도씨: 현장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나 순간이 있다면요?
준희씨: 뉴욕 공공도서관 앞 거리에서 열린 'ReWear the Revolution Street Event'가 기억에 남아요. 참가자들이 폐페트병 조각을 모델의 드레스에 바늘과 실로 꿰매어 붙이는 퍼포먼스였는데, 패스트패션이 만든 기후·환경 파괴의 속도를 늦추고, 버려진 것을 순환시키는 의미를 행동으로 보여주었어요. 회의장의 담론이 거리의 행동으로 이어지는 변화를 목격하는 것 같아 인상 깊었습니다.
포도씨: 담론을 넘어 시민의 행동과 예술로 기후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이 정말 강력하게 다가왔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올해 뉴욕 기후주간의 핵심 키워드는 무엇이었나요?
준희씨: 올해 기후주간의 주제는 'Power On'이었어요. 기후 행동의 전원을 다시 켜자는 메시지였죠. 이제는 약속이나 선언보다, '실행의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습니다. 자주 보였던 키워드는 AI, 에너지 전환, 기후 테크, 산업 탈탄소화였고, 금융, 식량, 보건 같은 키워드도 눈에 띄었어요. 전체적으로 '왜'보다 '어떻게'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현장에서는 ‘네트워킹’이라는 단어를 참가자들 모두가 정말 많이 사용했어요. 네트워킹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는데요. 당장 현장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라도, 네트워킹을 통해 추후 연락이 닿아 협업의 기회를 만들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느껴졌습니다.
포도씨: 기후·환경 문제는 혼자서 해결하기 어려운 분야인 만큼 네트워킹이 정말 중요한가 보네요. 현장에서도 말이죠.
준희씨: 네, 혼자가 아닌 협력을 통해 변화를 만들자는 의미가 네트워킹이라는 단어에서 더욱 두드러진다고 생각했어요.
포도씨: 그러한 키워드들을 접하면서 한국과의 온도 차가 느껴진 부분이 있었을까요?
준희씨: 한국의 기후 담론은 여전히 제도와 목표, 정치가 중심이라면, 뉴욕 기후주간은 실행과 참여가 중심이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특히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짧은 시간 안에 핵심을 이야기하려다 보니 열정적이고, 개인적인 사례와 경험 중심의 컨퍼런스가 많았어요. 그 차이가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을 떠올리게 했어요.
포도씨: 한국 기후 담론의 방향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지점인 것 같아요. 혹시 해외 참가자들이 한국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던가요?
준희씨: (웃음) 솔직히 한국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눌 때는 기후위기 얘기보다 케데헌(K-Pop), 손흥민, 그리고 '기생충' 같은 스몰토크가 많았어요. 저희가 더 많은 기후 어젠다를 발굴해서 한국의 기후 담론에 대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 다리를 놓는 일, 작은 손끝의 힘을 믿다
포도씨: 전 세계의 기후위기 담론 참여자들을 보면서 스스로 던지게 된 질문이나 고민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준희씨: '나는 왜 이 자리에 있고 돌아와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봤어요. 기후위기는 거대하지만, 사실 개별적인 행동의 총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는 정책을 만들고, 누군가는 현장에서 목소리를 내고, 저는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통해 보이지 않던 기후위기를 보이게 만들어내고 있죠. 그 사이사이 다리를 놓는 것이 지금 제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포도씨: 기후솔루션 같은 시민단체가 이런 자리에 참여하는 건 어떤 의미라고 느끼셨나요?
준희씨: 뉴욕 기후주간은 전 세계의 정부, 기업, 단체가 모여 기후 행동을 이야기하는 자리인데, 그 안에서 기후솔루션 같은 시민단체가 하는 일은 큰 주제와 현실 사이의 차이를 메우는 일 같아요. 정부나 기업의 약속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으니까 그 사이를 잇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있어야 진짜 변화가 만들어진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포도씨: 일하면서 힘드실 때도 많을 텐데요, 기후솔루션에서 어떤 순간에 가장 동기부여가 되나요?
준희씨: 누군가 저희 콘텐츠를 보고 “처음으로 기후가 내 일처럼 느껴졌다.”는 말을 해줄 때요. 그런 비슷한 순간들에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아요. 누군가의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거든요. 숫자나 그래프 뒤에 있는 현실을 보이게 만드는 일, 그런 순간들이 쌓이면 더 많은 행동으로 이어질 거라는 믿음이 동기부여가 됩니다.
포도씨: 마지막으로, 기후위기 문제를 어렵게 느끼는 구독자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준희씨: 기후위기는 거대한 전환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아주 일상의 이야기이기도 해요. 기후 행동은 생각보다 거창한 일이 아닐 수 있습니다. 지금 내 자리에서 '이건 바꿀 수 있다'는 생각 하나, 내 일상에서 하나의 선택을 바꾸는 것에서 시작해요. 작은 손끝이 모여 방향을 바꾸는 힘이 될 수 있으니까요.
혹시 기후솔루션 활동을 함께하고 싶지만 고민하는 분들이 있다면, '기후 이야기의 관객이 아니라 전달자가 되어주는 것'도 작은 실천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고, 주변에 링크를 보내는 일도 기후 행동이 될 수 있어요!
포도씨: 준희님, 귀한 시간 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뉴욕 현장의 생생한 열기와 함께, 변화를 설득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깊이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일상의 작은 행동이 방향을 바꾸는 '작은 손끝의 힘'이 될 수 있다는 말씀이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 박준희 디지털 콘텐츠 마케터의 인터뷰, 어떻게 보셨나요? ✨
'약속'에서 '실천'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간 글로벌 기후 행동의 트렌드를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인터뷰에서 강조되었듯, 기후위기 대응은 거창한 선언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보이지 않던 문제를 보이게 만들고, '이건 내 문제구나' 하고 느끼게 만드는 다리 놓는 일도 중요합니다. 기후 관련 콘텐츠에 ‘좋아요’를 누르고, 주변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은 행동들이 모여 집단적인 변화의 힘을 만듭니다. 우리 함께 기후 이야기의 관객이 아닌, 전달자가 되어보는 건 어떨까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