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단체가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는 이유
insights 2024-12-13

기후 단체가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는 이유

기후위기와 민주주의는 왜 연결되어 있을까

양혜진 팀장

장면 1.

12월 3일 밤 10시 23분 발표된 종북과 반국가세력을 척결하겠다는 내용의 비상계엄 선포문에는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의 예산 삭감을 "예산 폭거"라고 지칭하며 "반국가 행위"로 포섭하고 있었습니다. 

‘심해 가스전 개발?’

기후솔루션은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이 깜짝 발표한 경북 포항 영일만의 석유ㆍ가스 시추 계획에 대해 "시대착오적 화석연료 개발" 계획임을 지적하고 백지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저희 팀은 국회의원실을 찾아 다니며 동해 가스전이 미칠 국내 경제, 산업, 기후에 대한 영향을 전달하며 예산 삭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반국가 행위라고?

장면 2.

지난 4일 졸지에 반국가 단체가 된 우리는 당장 우리와 협업하고 있는 의원실들의 안부를 묻는 전화를 돌리면서, 5일에 예정된 국회 토론회를 걱정하기 시작했습니다.

"보좌관님, 5일 토론회 할까요...?"
"죄송합니다. 저희가 너무 정신이 없어서~ 다음에 연락드릴게요~"

매일 같이 토론회 등 행사가 개최되어 행사 참가자들로 북적였던 국회의원회관 2층 회의실. 3일 당일까지 토론회, 세미나 18건이 개최되었지만, 계엄 해제된 이후에도 텅 비어 버려 지금은 하루에 한두 행사만 겨우 치러지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짧은 비상계엄 기간 동안 실제 계엄군을 보낸 곳은 국회와 언론사 등에 불과했지만, 우리 단체를 포함해 계엄군이 투입 되지 않은 사회 전반에 미친 계엄의 여파는 꽤나 심각합니다.

평온했던 시기에도 온실가스 감축, 탈 화석연료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건 ‘기후정치인’만 하는 유별난 얘기인 것처럼 들렸던 국회에서 기후 정책은 계엄, 내란, 탄핵 논의에 비하면 어쩌면 한가로운 얘기처럼 들릴 겁니다.

하지만 국회의사당 앞 기후위기 시계는 여전히 돌아가고 있으며 지구의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상승하기까지 이제 4년 221일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지난 11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 에서 "오늘의 화석상" 1위를 하며 지금도 기후악당으로 비판 받는 대한민국입니다. 

이번 계엄을 거치면서, 민주주의가 퇴행되면 헌법에서 보장하는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의 권한이 기후위기라는 범지구적, 전국가적 위협에 맞서 민주적인 방법으로 적극 발휘되도록 요청하는 일조차 "반국가 행위"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러기에 우리 단체도 민주주의 회복을 얘기합니다. 그것이 4계절에서 이제 여름, 겨울만 남을 대한민국, 아니 기후위기에 처한 모든 곳을 살릴 수 있는 길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