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스코 앞 거리에서 직접 준비한 팻말과 현수막을 들고 걷는 행진 참가자들
맑고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부산 올림픽공원이 특별한 에너지로 가득 찼습니다. 국내외에서 모인 1500여 명의 시민과 활동가들이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한목소리로 거리행진에 나선 것인데요. 기후솔루션도 이번 행진에 함께하며,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한 외침에 동참했습니다.
벡스코 일대를 크게 도는 행진 동안 드럼 연주 소리가 행진을 이끌며 모든 참가자를 하나로 묶었습니다. 참가자들은 플라스틱으로 만든 코스튬과 장식으로 개성을 드러내면서도, 한결같은 목소리로 "플라스틱 이제 그만(NO MORE PLASTIC)", "지금 당장 생산 감축" 같은 구호를 외쳤습니다. 이들의 외침은 부산 시민들에게도 울림을 주었고, 거리 곳곳에서 손을 흔들며 응원하거나 직접 행진에 동참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플라스틱 문제에 석유화학 산업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습니다
이번 행진은 11월 25일부터 12월 1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를 앞두고 마련되었습니다. INC-5는 법적 구속력을 갖춘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논의하는 자리로,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특히 플라스틱 생산 감축 목표 설정, 법적 구속력의 범위와 강도, 재정 지원 및 기술 이전, 그리고 플라스틱 전 주기 관리 방안을 두고 각국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이번 회의는 협약의 방향성을 결정할 중대한 순간이 될 것입니다. 그 역사적인 순간이 부산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 한 자리에 모였던 것이죠.
INC-5에서는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네 가지 주요 쟁점이 논의됩니다. 첫째,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 감축 목표를 설정하는 것입니다. 유럽연합 등은 플라스틱 생산 자체를 줄이자는 강력한 목표를 주장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은 재활용과 폐기물 관리에 초점을 맞추며 감축 목표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둘째, 협약의 법적 구속력 범위와 강도를 두고, 강력한 규제를 요구하는 국가들과 유연한 접근을 선호하는 국가들 간의 논쟁이 예상됩니다. 셋째, 개발도상국들이 요구하는 재정 지원 및 기술 이전 문제도 중요한 논의 주제입니다. 마지막으로, 플라스틱의 생산부터 소비,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을 포괄적으로 규제하고 관리하는 방안을 합의하는 것이 핵심 과제입니다.
해외에서 온 참가자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거리를 행진했습니다
한국이 INC-5 개최국으로서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는 점도 강조되고 있습니다. 세계 4위의 플라스틱 원료 생산국이자 원유 정제 및 석유화학 부문에서 막대한 생산량을 기록하는 한국은 플라스틱 오염 문제의 해결에 있어 막중한 책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동시에, 이 분야는 한국의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반드시 다뤄야 할 중요한 과제이기도 합니다. 석유 원료를 통해 플라스틱을 제조하고 가공하는 과정은 물론 소비, 수거, 처리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합니다. 전 세계 플라스틱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 총 배출의 약 5.3%를 차지합니다. 세계 4위 석유화학 강국이자 막대한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한국은 기후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큼 될까요? 한국에서 석유화학은 철강에 이은 2번째 다배출 산업으로 산업 부문 배출량의 약 1/5을 차지합니다. 한국의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보면, 석유화학이 약 1/10을 차지합니다. 석유화학 업계가 앞으로 줄여할 온실가스의 적지 않은 부분이라는 것이죠.
따라서 한국 정부와 석유화학 업계 모두 이번 INC-5를 계기로 생산 감축과 탄소 배출 저감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받는 것입니다. 단순히 폐기물 처리나 재활용을 넘어, 정말 근본적인 플라스틱의 기후와 환경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생산 단계부터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과 산업 구조를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INC-5 결과에 따라 한국이 국제 사회에서 탄소중립 리더십을 발휘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로 나아가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
비닐이나 페트병 등 플라스틱을 제품을 활용한 코스튬을 입은 분들도 많았습니다
행진의 마지막, 참가자들이 거대한 펼침막에 손도장을 찍고, 강력한 플라스틱 협약 체결을 염원하는 메시지를 적는 모습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순간이었습니다. 특히 어린아이부터 해외에서 온 활동가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며, 플라스틱 없는 미래를 향한 희망을 전했습니다.
많은 어린이들도 플라스틱의 환경문제를 인식하고 메시지를 전하러 왔습니다
기후솔루션 역시 이 행진에 참여하며, 우리가 직면한 문제가 얼마나 전 세계 문제인지 깨닫고, 동시에 우리 개개인의 책임과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도 깊게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더욱이 INC-5를 통해 국제사회가 그 해답을 제시하고, 플라스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국제 협약의 토대가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또한 한국이 개최국으로서의 책임을 넘어, 국제사회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리더십을 보여줄 것을 기대합니다. 더 나아가 석유화학 업계 역시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일에 동참하길 희망합니다.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정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부산 거리에서 외쳤던 목소리들이 분명히 변화를 이끌어낼 것입니다. 플라스틱 없는 미래를 꿈꾸면서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지속가능한 세상을 위해 작은 한 걸음부터 나아갈 것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