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don isn't just calling - it's cooking."
(런던은 지금 비상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게 아니라, 도시 전체가 끓고 있습니다.)
-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2026년 London Climate Action Week 연설 중
2026년 6월 23일, 런던 기후 행동 주간(London Climate Action Week, 이하 LCAW) 연설대에 오른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영국의 전설적인 록 밴드 더 클래시가 1979년 발표한 곡 “London Calling”의 가사를 빌려 기후 위기에 대한 강력한 메세지를 전했습니다.
과거 더 클래시는 노래를 통해 당시 도시를 위협하던 사회적 혼란과 템스강 범람이라는 환경 위기를 언급하며 런던이 직면한 암울한 미래를 경고한 바 있습니다. 그로부터 40여 년이 지난 2026년 여름, 런던 기후 행동 주간을 맞이한 영국은 노래의 경고와는 또 다른 형태의 재난을 마주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전례 없는 폭염이었습니다. 구테흐스 총장의 말대로, 기후위기 대응을 외치는 수많은 사람의 열기로 뜨거웠던 행사장 밖에는 폭염으로 마비되어 가는 런던의 현실이 동시에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이한 유럽 최대 규모의 기후 행사인 LCAW는 2026년 6월 20일부터 28일까지 개최되었습니다. 정부, 정책 입안자, 기업, 법률가 및 시민사회 등 역대 최대 규모인 7만 5000명 이상이 참여했으며, 9일 동안 1300개가 넘는 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나 이토록 뜨거웠던 행사의 열기보다 더 강렬했던 것은 런던을 덮친 날씨의 위력이었습니다. 흐리고 선선한 날씨로 익숙했던 영국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연일 30도를 훌쩍 넘는 이례적인 폭염이 이어졌습니다. 거리의 사람들은 그늘을 찾아 다녔고, 행사장마다 얼음물과 손선풍기가 필수품처럼 등장했습니다. 실제로 행사장으로 이동하던 중 더위로 인해 열차 운행이 취소되어 길 위에서 무기한 발이 묶이기도 했고, 런던정경대(LSE)가 주최한 한 행사는 실내 온도가 너무 높아 행사 자체가 취소되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Don’t tell me climate action isn’t happening.

이번 LCAW은 "Don’t tell me climate action isn’t happening(기후 행동은 이미 일어나고 있습니다)"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습니다. 주최기관인 기후 싱크탱크 E3G는 파리협정 이후 청정기술 투자가 6배 증가하여 2025년 기준 2조 4000억 달러에 이를 정도로 기후 행동의 모멘텀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해졌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은 현장에서 열린 다양한 세션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행사 기간 중 TED Countdown이 주최한 행사 가운데 'TED Countdown X Tencent' 세션은 차세대 탈탄소, 탄소 포집, 장기 에너지 저장 기술(LDES)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주요 기후 테크 이니셔티브로서 10명의 수상자 강연을 선보이며 기술 혁신이 만들어갈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과학과 기술을 다룬 세션만큼이나 인상 깊었던 것은 청년과 지역 커뮤니티, 예술가들이 런던 곳곳에서 만들어낸 기후 행동의 현장들이었습니다. 청년이 주최가 된 행사에서는 기후위기를 당사자로서 마주한 청년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이들은 기후 거버넌스 구축 과정에서 청년 세대가 어떻게 실질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갔습니다.

지역사회 기반의 풀뿌리 활동 역시 기후행동의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환경 활동가 그룹인 'GREENy bastARTs'가 10일간 진행한 'KINDFIRE' 전시에서는 버려진 쓰레기가 새로운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했습니다. 한때 쓰레기였던 조각들은 우리가 소비하고 버리는 방식이 자연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 관람객들에게 되묻고 있었습니다. 또한 런던 브렌트강 하류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하는 활동을 담은 다큐멘터리 상영회에서는 강 복원을 위해 노력하는 활동가들의 이야기와 일회용품 없는 미래를 향한 지역사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런던에서 목격한 것은 하나의 행사가 아니라 국제 외교와 산업 전환, 예술과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촘촘히 연결된 하나의 거대한 '기후 생태계'였습니다. 누군가는 행사장에서, 누군가는 사무실에서, 또 누군가는 지역의 강가와 학교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더 늦기 전에 빠르게 바꾸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Climate cooperation in a fragmented world.
그러나 전쟁과 지정학적 갈등, 에너지 안보 위기와 각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기후 협력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CAW는 이제 COP(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이전의 중요한 글로벌 기후 일정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올해 LCAW에서는 세계 각국의 정부 관계자들은 COP31을 앞두고 청정에너지 확대, 전기화, 기후금융, 산업 탈탄소화 등에 대한 논의하며 기후 선언을 실질적인 실행으로 전환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습니다.

Climate Litigation Network(CLN)이 주최한 기후소송 관련 행사에 참석했을 때, 기후소송의 주요 논의 과정에서 기후솔루션이 진행 중인 캠페인이 큰 주목을 받는 흥미로운 순간을 마주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모인 기후 법률 전문가들과 활동가들이 한국에서 진행되는 이 캠페인의 의미와 문제의식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질문을 던지는 모습은 무척이나 신선하고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우연하게도 해당 케이스는 기후위기로 인한 폭염 등으로 농작물 피해를 입은 농부들이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인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행사 당일 역시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무더운 날씨였기에, 회의장에 모인 이들 모두가 기후위기의 시급성을 온몸으로 체감했습니다. 덕분에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함께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런던에서 돌아와 한국의 탈탄소 전환을 바라보며
물론 지금의 기후 행동이 위기의 속도를 따라잡기에는 여전히 충분하지 않습니다. 폭염으로 행사가 취소되고 도시 인프라가 흔들리는 현실은 기후위기가 더 이상 미래의 위험이 아니라 현재의 문제임을 보여주었습니다.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 기후위기를 논하는 것은 아이러니한 경험이었지만, 역설적으로 그 위력을 현장에서 온몸으로 체감했기에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더 명확해졌습니다.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와 지역 공동체는 각자의 자리에서 전환을 만들어가고 있었고, 국제사회는 선언을 넘어 실행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한국 역시 예외일 수 없습니다. 세계가 청정에너지 확대와 산업 전환, 기업의 기후 책임 강화를 추진하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빠르고 과감한 탈탄소 전환입니다.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배경과 언어로 기후 행동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서로 다른 목소리를 어떻게 연결하고 더 큰 연대로 만들어낼 것인가는 캠페이너로서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입니다. 런던에서 목격한 기후 행동 주간의 움직임은 한국의 탈탄소 전환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고, 동시에 그 과정에서 기후솔루션의 캠페인이 어떤 연결고리가 되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