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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문] 21세기에 구시대 안보 구호 ‘석유‧가스전 개발’...재생에너지 전환 시대에 화석연료 붙드는 윤 정부

Written by 기후솔루션 | Jun 4, 2024 1:58:10 AM

세계가 기후변화 대응에 ‘재생에너지 3배’ 서약한 와중 시대착오적 화석연료 개발 발표

재생에너지 확대에 투자해도 모자를 공적자금을 불확실성 높은 가스‧석유에 넣겠다는 계획

 

3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이 언론 브리핑에서 발표한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 (최대) 140억배럴 석유‧가스 시추 계획 발표는 정부가 국제 사회에 약속한 탄소중립 계획에 전면 배치될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타당성이 없는 구시대 에너지 안보구호의 답습에 불과하다. 만약 정부가 발표대로 향후 수십년 동안 동해에서 가스와 석유를 실제 뽑아낸다면 여기 투입될 수십 조원의 공적 자금은 화석연료 산업의 생명줄을 늘리는 데 쓰일 것이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 0(넷제로)을 달성하지 못하면 이미 나타나고 있는 기후위기가 재앙으로 이어질 와중에 한국이 매년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7배가 넘는 규모의 온실가스 폭탄일지 모를 가스전을 퍼 올려서 태우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탄소중립 달성을 방기하는 것과 같다.

 

이는 윤석열 정부와 집권 여당이 지금까지 밝혀온 자신의 다짐에 정면으로 위배하는 계획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기후위기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가기 위해 극복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말하고 한국이 대응에 동참하겠다고 국제 사회에 공언했다. 국민의힘 역시 지난 22대 총선 기간 중 기후위기 문제는 국가 차원의 엄중한 대응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기후위기 특별위원회 상설 등 각종 기후 위기 대응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이번 가스전 개발 계획 발표는 지금까지 자신이 한 약속이 무엇인지 몰랐거나, 또는 거짓말이었음을 밝히는 것과 다름없는 행동이다.

 

덧붙여 대규모 가스전은 이산화탄소보다 80배가량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 누출 위험도 크기 때문에 석유‧가스전 개발로 한국은 2021년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6)에서 가입한 국제메탄서약을 위반할 가능성도 높다. 윤 대통령이 발표한 대로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가스 12.9억 톤을 모두 채굴 한다면 생산 과정에서 메탄 배출량만 800~3200만톤(이산화탄소 환산톤으로 6.6~26.8억 톤[1])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한국 연간 메탄 배출량의 32배에 달하는 양으로, 향후 강화될 메탄 협약에도 위배된다.

 

심지어 이번 석유‧가스전 개발은 정부가 전망한 장밋빛 경제 효과를 가져오지도 못할 가능성이 높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기후 변화 대응 등이 가시화하면서 전 세계 화석연료 수요가 향후 급감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말 발간한 세계에너지전망(WEO 2023)에서 석유 수요가 2050년까지 2022(96.5Mb/d) 대비 최대 75% 감소(24.3Mb/d) 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으며, 가스 수요는 2050년까지 2022(4159bcm) 대비 최대 80%까지 감소(919 bcm)할 것으로 전망했다.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최근 공개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문가 실무안에 따르면 한국의 가스 발전량은 2038년까지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다. 계획대로면 2038년까지 우리나라 가스 발전량(78.1TWh)은 재생에너지 발전량(230.8TWh) 1/3 수준으로 떨어져야 한다. 미래 에너지 안보의 기준을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 확보로 옮겨가야 한다는 세계적 기조를 인식하면서도 정부는 자가당착에 빠진 발표를 내놓은 것이다.

 

투자 관점에서도 이 사업은 납득이 어렵다. 사업 추진에 필요한 시간과 성공 확률 등을 고려할 때, 수조에서 수십조 원까지 투입될 수 있는 막대한 공적 자금을 매몰시킬 위험이 크다. 통상 석유‧가스전 개발은 최소 10년 이상이 소요되며, 성공 확률은 높지 않다. 정부가 내세운 시추 성공률도 20%에 불과하다. 또한 이 사업에서 석유와 가스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생산은 석유와 가스 수요가 이미 줄어든 2030년대 중반 이후에야 시작될 전망이며 운영 기간은 탄소중립 기한을 훌쩍 넘긴 2070년까지 이어진다. 단기간에 확정적인 에너지 확보가 가능한 해상풍력, 태양광 발전 등을 두고 이런 사업에 기회 비용을 날리는 것은 어리석은 투자다.

 

이에 우리는 정부가 영일만 새 석유가스전 개발 계획을 백지화할 것을 요구한다.

 

[1] 메탄의 20년 기준 지구온난화지수(GWP-20) 83을 기준으로 환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