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정책 [논평] P4G 개최하고도 기후 리더에서 한걸음 더 멀어진 한국 2021-05-31

 


 

오는 11월 COP26 상향된 NDC 발표… 기후대응 의지에 대한 의구심만 커져

“개발도상국 에너지 전환 돕겠다” 실천으로 보여줘야 할 때 


 

지난 30일 개최된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이하 P4G)가 31일 폐막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개회사에서 한국의 기후위기 대응 방안을 발표하면서 올 11월 제2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상향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또 석탄화력발전 의존도가 높은 개발도상국의 에너지전환을 돕고, 2025년까지 기후·녹색 ODA(공적개발원조)를 대폭 늘려 녹색회복이 필요한 개발도상국들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문 대통령은 2023년 제28차 당사국총회(COP28) 유치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4월 바이든 기후정상회의부터 이번 P4G까지 이어지는 기간 동안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은 잇따라 기후목표를 한층 상향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본격화되면서 더욱 긴급한 기후위기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과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 정부는 개최국으로 진행한 이번 P4G에서도 또다시 NDC 상향을 COP26이 열리는 11월로 연기했다. 한국 정부가 지난 4월 기후정상회담에서 NDC 상향 발표를 한 차례 미룬 데다, P4G 개최국으로서 선도적인 의지 표명에 대한 기대마저 무산되었기 때문에 한국이 기후대응에 대한 의지가 부족하다는 국제적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지난 2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는 한국이 새로 제출한 NDC(2017년 대비 24.4% 감축)가 2015년과 제출했던 이전의 것과 실질적으로 같은 수준에 그친다고 지적하며, “지금보다 훨씬 더 급진적이고 전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목표를 제출하라고 권고했다. IPCC 1.5°C 특별보고서의 글로벌 감축경로에 따를 때 한국은 2030년 NDC를 2017년 대비 24.4%를 크게 상회하는 59% 수준으로 감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개회사에서 신규 해외 석탄 투자 중단을 다시 환기하며 “화석연료와 과감히 작별하기 위한 대한민국의 노력에 이웃 국가들의 동참이 확대되기를 기대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한국 정부는 화석연료와 작별하기 위해 아직 제대로 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국제적 비난 속에서 석탄 금융을 지속하다가 지난달 기후정상회담에서 해외석탄화력발전 금융제공 중단을 선언한 것은 사실상 ‘첫걸음’ 수준에 가깝다. 그나마 이 선언이 나온 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지난 17일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탄소 포집 및 저장(CCS) 기술을 도입한 해외석탄발전소에 대한 지원’ 등 예외 규정을 마련하겠다는 상반된 입장을 드러냈다. 국제사회에서는 그럴듯한 선언을 내세우며 뒤돌아서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든다면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이라는 비판을 도저히 피할 수 없다.

 

한국 정부가 P4G 개최에서 기후변화 대응 의지에 대한 국제적인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석탄화력발전 의존도가 높은 개발도상국의 에너지 전환”을 돕겠다는 대통령의 선언이 구체적으로 실천되어야 한다. 개발도상국의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선진국의 기술적, 경제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며, 이는 UNFCCC와 파리협정에서 일관되게 강조되었던 산업화를 먼저 이룬 국가들의 국제법상의 책무이기도 하다. 한국 정부는 2020년 국제적인 비난 속에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각각 붕앙-2와 자와 9,10 석탄화력발전사업에 공적 자금을 지원한 바 있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는 석탄 의존도를 극복하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한 물적, 제도적 인프라 구축이 절실히 필요한 대표적인 이웃나라다. 한국 정부는 초기 단계에 있는 석탄발전 사업을 재생에너지 발전 및 전력계통 인프라 확충 사업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기후변화 대응 의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P4G 의장국으로서 행사를 준비하고 홍보하는 데에 들인 노력에 비해 한국 정부가 실제로 내놓은 것은 기후변화 대응 강화를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기대에 비해 너무나 초라하다. 한국 정부는 기후변화 리더십이 정상회의나 COP28 유치와 같은 대외적 성과가 아닌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에서 나온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

 

문의: 김원상 기후솔루션 커뮤니케이션 담당, wonsang.kim@forourclimat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