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금융 [성명] 바로사 가스전 가처분신청 기각…”법원은 국제환경 이슈에 적극성 발휘해야 한다” 2022-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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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원주민들이 SK E&S 바로사 가스전의 환경 문제로 수은·무보에 제기한 가처분신청 기각돼  

“환경권 인정과 해외 사업 판단에 소극적인 한국 법원에 유감”

지난 23일 오전 한국 법원이 SK E&S 호주 가스전 사업을 대상으로 호주 현지 원주민들과 한국 활동가들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해당 사업에 금융 지원을 검토 중인 한국의 공적 금융기관인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가 투자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도록 한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매일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기후위기의 현실에서, 명백히 보이는 사업적 위험과 호주 원주민들의 간절한 요청에도 소극적인 판단에 그친 한국 법원의 판결에 유감을 표한다.
 
한국 법원은 오래전부터 재산권과의 관계에서 환경권을 인정하는 데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왔다. 또한 주요 신청인들이 호주 현지 주민이라는 점도, 국내 법원의 소극성을 가중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급속도로 팽창한 한국의 경제력 때문에 국내 기업과 공적금융의 경제활동은 더는 국내에 한정되지 않으며 국제사회 시민들 권리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 10년간 한국의 공적금융은 해외 화석연료 사업에 141조원이 넘는 자금을 지원하는 등 G20 국가 중 1위 수준으로 기후위기를 가속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대표적인 해외 화석연료 사업인 바로사 가스전은 현지 주민과 원주민들의 인권 침해 문제로 국제사회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밖에도 지난해 포스코의 미얀마 가스전 사업은 미얀마 군부의 자금줄이 되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으며, 캐나다와 호주 등지에선 화석연료 사업 추진 과정에서 사업지 인근에서 터를 잡고 살아왔던 원주민들의 협의 절차가 보장되지 않았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높아진 국격에 맞게 책임감 있는 사업 추진도 필요하다. 해외 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한국 기업들의 권리 침해에 대해서도 법원의 적극적인 판단이 요구된다.
 
뿐만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 및 에너지전환에 따라 바로사 가스전 사업이 장기적으로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사후에만 판단 가능하다는 법원의 판단도 아쉬움이 크다. 국내 공기업과 공적금융의 해외 화석연료 투자에서 실패 사례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한국전력이 8000억원가량 투자했던 호주 석탄 광산 사업은 올해 초 최종적으로 좌초됐으며, 이번 가처분의 피고였던 한국수출입은행의 미국 셰일가스 투자는 대출금의 82%를 상환받지 못하고 사업이 청산돼 감사원으로부터 지적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법원은 향후 호주 규제 당국의 바로사 가스전 사업 인허가 과정에서 호주 원고들의 권리가 구제받을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국내 공적금융 투자에 직접적인 권리 침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앞으로 사업자들이 해외 화석연료 사업에 뛰어들며 규제 당국의 인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이번 기각 결정이 중요한 돌파구로 악용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기후위기엔 국경이 없다. 잇따른 화석연료 자산의 좌초에도 꿋꿋이 해외 화석연료 투자를 이어가는 한국의 공적 금융기관의 투자 행태에 법원이 적극 나서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제동을 걸 수 없다. 앞으로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는 기후 소송들에서 한국 법원의 적극적인 판단을 요구한다.
 
 
바로사 가스전과 그린워싱 논란
SK E&S가 ‘탄소중립 LNG’를 위시하며 시작한 호주 바로사 가스전 사업은 한국의 대표적인 그린워싱 사업으로 국제적인 비판을 받는 중이다. 수출입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SK E&S가 계획한 탄소 포집 및 저장(CCS)은 이 사업이 진행되면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16%만을 저감하는 것에 불과하다. CCS 사업엔 전례 없는 900km짜리 이산화탄소 운송 과정이 포함됐고 이 과정에서 추가로 발생할 온실가스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CCS는 유명무실할 것으로 우려된다. 그러나 이 계획마저도 위태로운 실정이다. SK E&S는 사업이 시작되는 2025년부터 ‘탄소중립 LNG’를 생산하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정작 호주 협력사인 산토스는 2025년이 돼서야 CCS 사업에 대한 최종투자결정(FID)을 받는 것이 목표라며 기존 목표를 수정하기 시작했다. 아직 사업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공적금융이 무비판적으로 지원에 앞장선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문의: 기후솔루션 커뮤니케이션 담당 김원상, wonsang.kim@forourclimate.org